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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룡 칼럼] 인도네시아는 한국 제2의 내수시장이다

인도네시아, '옴니버스법' 통과로 노동 환경 개선, 친기업 정책으로 전환 현대자동차, LG그룹 등 인도네시아에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한국 기업과 정부

2021-04-27     이금룡 K글로벌타임스 발행인/(사)도전과나눔 이사장

우마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최근 한국 인도네시아 경영학회 포럼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협력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해지고 있다"라며 "산업 간에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과는 달리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2억 7,000만 명 인구의 인도네시아 시장이 한국 제2의 내수시장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우마 하디 대사의 강연을 정리한 내용이다. 

(사진 = 우마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의 한국-인도네시아 경영 학회 강연, 무역경제신문) 

▶ 친(親)기업 정책을 강력히 밀고 나가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기업의 활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명 ‘옴니버스법’이 통과해 2월부터 49개 시행령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진출 제조업체의 원성을 샀던 최저임금 산정 방법도 대폭 수정했다. 그동안 지방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던 최저임금을 반드시 물가 상승률과 인플레이션에 기반해 산정하도록 하고, 노동부 장관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우마 하디 대사는 이제 인도네시아 진출한 제조업들이 앞으로 10~15년 최저임금의 동향을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러 부처를 거쳐야 승인이 가능했던 토지 사용도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심하하다는 판단 아래 과정을 일원화했다. 2020년 24%였던 법인세도 2021년 22%로 줄이고, 2022년에는 20%로 줄일 계획이다. 행정 업무도 디지털 정부를 표방하면서 공무원의 권한을 줄이고 투명한 시스템으로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기반 인프라 시설의 미비로 제조업의 물류비용이 상승했던 점을 감안해 인프라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규모는 52억 6,000만 달러이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10억 5천만 달러를 출자하되 운영은 철저히 민간에 위탁하는 형식이다. 

이 펀드는 전액 고속도로 등 인프라 확충에 사용할 계획으로, 제조업의 물류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투자청 'INA(Indonesia Investment Authority)'은 정부가 보증하고, 투자에 대한 배당세와 소득세를 면제받는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등 많은 투자 기관이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밸류체인이 중국에서 인근 동남아 국가로 이전하고 있는 지금,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과 비교해 제조업 기반의 인프라를 빨리 확보하기 위해 맹공세를 펼치고 있다. 

▶ 한국 제조업의 본격 진출 시작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델타마스 지역에 건설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완성차 공장이 한국-인도네시아 경제협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 30만대 규모의 현대자동차 공장은 일본 차 점유율이 높은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입하고, 내년 3월 전기차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기차 생산 계획을 세운 현대자동차는 2030년 전기차 산업 허브를 목표로 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훌륭한 파트너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보급에 대비해 인도네시아 최대 쇼핑몰 업체인 리뽀몰과 손잡고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전개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은 인도네시아에 R&D 센터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도 구축하기로 약속해 인도네시아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LG그룹에서는 이미 구미 공장 6개 TV 라인 중 2개를 인도네시아 찌삐뚱 공장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또한, 배터리 회사인 LG에너지 솔루션은 리튬 배터리의 원료인 니켈·코발트·망간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에 10조 원 규모의 합작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 정부 관련 기관도 인도네시아에 진출  

2019년 11월 26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산업혁신기구’ 설립을 발표하고, 인도네시아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이 돼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의 스마트팩토리를 비롯한 제조 생산기술과 정보통신·ICT 기술을 전수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의 기술 선진화를 위해 힘쓸 예정이다. 

또한, 1969년에 설립된 대한민국 대표 시험인증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사무소 설립 허가를 받고, 2021내에 사무소를 설치해 인도네시아에서 시험인증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 디지털 스타트업 분야의 협력 강화

인도네시아는 2억 7,000만 명의 세계 4위 인구대국이자, 평균 연령 29세로 젊은 국가이다. 1만 3,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디지털 환경을 조기에 도입해 적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2020년 인도네시아의 신규 인터넷 가입자는 2,500만 명이 늘었으며, 디지털 분야 경제성장률은 41%를 기록했다. 전자상거래의 경우 2020년에 3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4% 성장했다. 

스타트업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에 8개의 유니콘 스타트업이 있는데, 이 중 5개가 인도네시아 기업이다. 인도네시아의 우버라고 할 수 있는 ‘고젝(Gojek)’은 시가 총액 10조가 넘는 데카콘 기업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젝의 공동 창업자인 ‘나딤 마카림’은 현재 36세로, 2020년 조코 위도도 대통령으로부터 교육문화부 장관에 임명돼 재직 중이다.      

2020년 동남아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의 70% 이상이 인도네시아 기업에게 돌아갔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상권을 주도하고 있던 화교들이 주로 리스크가 낮은 유통· 호텔·금융·부동산 등에 치중했으나, 차세대들은 과감하게 스타트업에 도전해 재계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시장이 유망한 것은 한국처럼 기존 산업의 기득권 저항이 적고, 커다란 규제가 없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스타트업 설립이 자유롭다는 데 이유가 있다. 2013년 한국인 김성훈씨가 설립한 인도네시아 제1위 맛집 소개 푸드앱인 ‘큐레이브드(Qraved)’도 차세대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돼 현지화 전략에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최근 네이버가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중 하나인 ‘부칼라팍’에 560억 원을 투자한데 이어, 인도네시아 최대 미디어 그룹인 엠텍에 1,680억 원을 투자해 웹툰과 클라우드 콘텐츠를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B인베스트먼트가 인도네시아 최대 부호가 운영하는 핀테크 업체인 ‘세르마티’에 220억 원을 투자했다.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핀테크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는 한국 제2의 내수 시장이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구매력 지수 기준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이다. 우마 하디 대사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달리 산업 자체가 상호 보완적이며 경쟁 관계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한국의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이 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는 것이다. 

2020년 12월 FTA를 뛰어넘는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를 체결해 한국은 95.8%, 인도네시아는 94.8%가 관세가 철폐된 것도 양국 간 교류에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했다. 최근 우마 하디 대사가 은행권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기관이 디캠프(D-Camp)를 방문했을 때, "당장 인도네시아 시장에 적용해도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가진 스타트업이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의료기기 분야는 이제 성장하는 시점이어서 한국의 의료기기 분야 스타트업들의 기술은 상당히 매력적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농심은 인도네시아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할랄(MUI) 인증을 받아 본격적으로 시장 개척에 들어갔다. 아모레퍼시픽도 인도네시아 최대 유통기업 MAP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우마 하디 대사는 “인도네시아는 한류 팬이 어느 나라보다 많고, 강하다”며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한국의 제2의 내수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제품을 동시에 출시하는 전략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