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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셉 칼럼] 숨 쉴 수 있는 명품

2021-05-13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럭셔리 시장은 최대 40%까지 수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중 소비자 사이에서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이 구매 결정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제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진정성 있는 상품 기획과 서비스 제공이 소비자가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글로벌 환경단체 클라이밋 찬스(Climate Chance)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패션산업이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는 공헌도는 여전히 미미하고 환경 위기와 지속 가능성 키워드가 떠오르는 현 시점에서 이에 대한 패션 기업들의 대응은 매우 더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패션은 지구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산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산업이 이에 느리게 대응한 가장 큰 원인은 여전히 주류 패션 브랜드들의 관행인 과잉생산을 대표적 예로 꼽을 수 있다. 전 세계 폴리에스터 원단 생산량은 지난 15년 전과 비교해 두 배로 증가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GHG) 배출량은 전 세계 총 배출량의 4%를 차지하는 21억 톤에 이른다. 또한 패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71%는 원단 생산에서, 20%는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폐기한 후 매립 및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다.

(사진 = 픽사베이)

 

현대인에게 인기가 있는 아이템들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모직 스웨터, 방수 처리 파카, 혼방 아우터, 면 원단 셔츠와 드레스, 아크릴 원단 스웨터 등이 온실가스 배출과 생산과정에서 가장 많은 양의 산업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지속 가능한 패션산업과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의 원칙에 기초해 대안적 패션을 제시한 일부 선구적 디자이너와 소비자의 등장은 매우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뉴질랜드의 젊은 패션 스타트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로벌 패션의 메카인 뉴욕, 밀라노, 파리, 런던 등과 거리상으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뉴질랜드에서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패션 디자이너 매기 휴잇(Maggie Hewitt)의 이야기다. 매기 휴잇은 뉴질랜드의 지리적 고립성이 창의적 디자인 면에서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고 자신도 남과 비교하거나 유행을 따라가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뉴질랜드 디자인 대학인 ‘화이트클리프 예술 디자인 컬리지(Whitecliffe College of Arts and Design)' 미술학과를 졸업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2016 호주 메르세데스-벤츠 패션 위크(Mercedes-Benz Fashion Week)'에서 화려한 솔로 데뷔 무대를 장식했다.

여성스러움이 넘쳐나는 프릴 스커트와 실크 원피스, 남성미가 가미된 오버사이즈 데님 재킷 컬렉션을 선보인 그의 ‘매기 매릴린(Maggie Marilyn)’ 브랜드는 영국 브랜드 편집숍인 ‘네타포르테(Net-a-Porter)'를 한눈에 사로잡았고, 세계의 많은 곳으로부터 초청을 받게 되었다.

매기 휴잇은 자신의 작품을 ‘숨 쉴 수 있는 명품(liveable luxury)'이라고 표현하며, 특별한 날에 입는 그런 화려한 의류는 아니지만 입었을 때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옷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명품 옷이란 평상시에도 특별한 날에도 입을 수 있도록 만들고 세탁이 용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20대 중반이고 드라이클리닝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의 시즌3 컬렉션은 ‘숨 쉴 수 있는 명품’을 모티브로 데님 소재를 사용한 와이드 숄더 재킷, 프릴 블라우스, 실크 원피스, 코쿤 스타일 코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원절약과 제품 수명 연장이라는 지속 가능 철학을 비즈니스에 도입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강제적인 세탁이 아닌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데님을 지향하는 브랜딩으로 MZ세대에게 어필하기도 한다.

휴잇은 데뷔 컬렉션에서 예상치 못했던 주목을 받아 시즌2 때 심리적 압박이 컸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품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흐려지자 뉴질랜드 북섬 베이섬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조급하고 일방적 패턴 대신 가족들과의 편안함과 낙천성이 작품에 스며들도록 노력한 것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성장한 휴잇은 의류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고려한다. 모든 생산 공정을 지역 공장에 의뢰해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접 감독한다.

패션산업이 자연 및 생산 근로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이 막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본인이 세상을 바꿀 힘은 없지만 나부터 투명한 생산 공급을 하자는 신념의 철학을 실천한다.

지속 가능한 패션산업을 위한 선도적 디자이너와 소비자들의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숨 쉴 수 있는 제품’ 그리고 ‘명품’의 새로운 정의와 실천을 시작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