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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지속 가능’∙`경계 붕괴’ 히트 상품으로 분석한 올해 상반기 日 소비 트렌드

- 日 닛케이 발표 `2021년 상반기 히트 상품’ 토대로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 분석 - 미래 시대를 준비하는 `지속 가능한 상품’과 `쇼핑테크’를 주요 트렌드로 선정 - 경계가 무너지는 `less’ 소비에도 주목… 우리 기업도 시장 변화에 적응해야

2021-06-30     이민규 전문기자

특정 지역에서 어떤 상품이 많이 팔렸는지를 보면 그 지역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 그 시대의 소비 트렌드와 특성이 고스란히 히트 상품들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 신문은 50년 전 창간 때부터 일본에서 히트한 상품들을 상·하반기로 나눠 소개했다. 지난 50년간 일본에서 어떤 상품이 인기를 얻었을까? 

일본 스모 계급에 맞춰 히트 상품에 대한 순번 결정. 동서의 구분은 동쪽이 같은 등급에서 위의 위치를 차지함을 나타냄 (자료 = 닛케이 MJ,  코트라 보고서)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 가장 히트한 상품들의 특징은 환경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제품이라는 점이었다. 아울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점포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주문 등 새로운 혁신 기술이 도입된 `쇼핑 테크’도 키워드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요구는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일본에서도 SDGs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스가 정권은 2050년 탄소 배출 목표를 2013년 기준 대비 46%까지 감축한다고 선언하는 등 친환경에 대한 사회 전방위적인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일본 소비자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게 됐으며 지속 가능한 개발과 환경 문제에 중요한 가치를 두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출생한 Z세대들이 향후 미래의 소비 주체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지속 가능한 제품들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적인 지속 가능한 제품으로는 코카콜라의 라벨 없는 용기와 유니클로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의류 등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무인양품의 경우 음료 용기를 병에서 알루미늄 캔으로 전환하는 시도를 통해 소비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지속 가능한 상품 사례 (자료 = 닛케이, 유니클로, 무인양품, 코트라 보고서)

이 같은 흐름을 살펴보면 '지속 가능한 제품’과 ‘쇼핑 테크’ 둘 다 미래 사회의 소비 형태를 예측하게 하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변화에 부담을 느끼는 일본 사회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변화의 흐름은 천천히 진행되고 있지만, 확실한 형태로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디지털 그린의 움직임이 일본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한동안 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 무너지는 경계, ~리스(~less)의 소비 문화

올해 상반기 히트 상품으로 선정된 제품들을 살펴보면, 모호해지는 경계로 인해 다양한 계층에서 인기를 끈 상품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이 없다’는 의미의 영어 접미사 `~리스(~less)’라는 키워드로, 일본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드러내는 단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젠더리스 패션’으로, 성별의 차이에 구애되지 않고 패션이나 메이크업을 즐기는 트렌드를 말하는 이 키워드는 현재 일본의 패션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후지 경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남성 화장품 시장은 1,199억 엔으로 2011년 이후 8년 연속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1,237억 엔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일본 사회에서 ‘스킨케어나 메이크업은 여성의 분야다’란 고정관념이 점차 깨지면서 ‘피부가 하얀 남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성별 고정관념이 해체되고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고 있는 젠더리스 문화는 Z세대를 중심으로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장이나 교복에서도 남성복의 패턴을 사용한 여성복들이 인기를 끌기도 하고, 남녀 공용의 디자인이 유행하는 등 패션에서의 전형성을 깨뜨리는 시도는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젠더리스 패션 사례 (자료 = 닛케이 크로스, 코트라)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과 관련한 소비 트렌드는 다른 분야에서도 찾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내부’와 `외부’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이처럼 공간에 대한 경계 붕괴로 `파자마 정장’과 `서비스 아파트’ 등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는 상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텔레워크 슈트라고도 불리는 ‘파자마 정장’은 집 안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원단으로 만든 정장 제품으로, 텔레워크를 하는 직장인이 집 안에서 편안하게 있다가 급한 온라인 통화 등으로 바깥과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한 제품이다. 2020년 11월 출시 후 12월까지 기간 동안에만 누적 판매량 1,000만 장을 돌파하는 등 일본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호텔 업체가 선보인 '서비스 아파트'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관광 여객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호텔의 비어 있는 공간을 아파트로 전환해 내놓은 상품이다. 호텔처럼 청소 등의 가사 서비스가 제공되는 아파트로 2021년 2월 모집 당시 99실이 당일 완판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본에서는 호텔에서 장기 투숙한다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집과 호텔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중장기 거주 수요를 잡아내며 새로운 거주 서비스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텔레워크 수츠 (자료 = 닛케이 크로스, 코트라)

닛케이의 나카무라 나오후미 편집위원은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코노미 소비(스고모리 소비)가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이 와중에 경계가 사라지는 보더리스(Borderless)가 상반기의 키워드로 다양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면서 한류 붐과 시너지 일으켜야

코트라는 “2021년은 일본 시장에서 변화의 시기로 미래 시대를 향한 '지속 가능한 소비'를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이 소비 시장에서도 점차 확산되며 새로운 소비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여전히 스고모리 소비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상반기 시장의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변화의 내면에는 감정적인 접근들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보복 소비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상반기에 나타난 트렌드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또한 “하반기에는 백신 접종이 확산돼 가을 즈음에는 어느 정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이에 소비 형태도 코로나19로 인해 억제되었던 소비 심리가 한 번에 풀리면서 폭발적인 보복 소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우세하다”면서 “하반기에 회복하는 내수 소비 심리로 인해 상반기까지 인기를 끌었던 스고모리 소비의 기세가 한풀 꺾일지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진단했다.

닛케이의 나카무라 나오후미 편집위원은 “백신 접종이 우선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내수 소비가 회복될 전망”이라면서 이들이 주로 찾는 온천 여행이나 효도 관광 상품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소비 트렌드 변화에 우리 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일본 시장은 일면 정적이며 갈라파고스화가가 진행됐다고 보이지만, 아직까지도 큰 내수 시장과 높은 시장 수용도로 인해 다양한 상품들이 존재하는 중요 시장이다. 변화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현재, 우리 기업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일본 시장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진출한다면 한류 붐과 시너지를 일으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