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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칼럼] 베트남 총리령 16호 지침과 리쇼어링(Reshoring)

2021-07-24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

2021년 5월 이전까지는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불렸던 베트남이 노동절 연휴(4월 27일~5월 3일) 기간 동안 베트남 인접 국가(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등)에서 입국한 베트남 국민들과 외국인들이 섞여 베트남 주요 관광지로 이동하면서 그 관광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또한 베트남 유명 관광지인 달랏과 나짱을 다녀온 내국인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근무지를 중심으로 재확산되고 대도시로 빠르게 퍼져 7월 3일 이후 하루 1,000명 이상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호찌민시의 감염자 확산은 베트남에서 가장 심각해 7월 9일 0시를 기점으로 봉쇄 최고 단계인 ‘총리령 지침 16호(이하 16호 지시령)’가 발효돼 20일까지 도시 전체를 봉쇄했지만 확산세가 줄지 않아 2주 연장을 발표하고 8월 2일까지 봉쇄령이 지속된다고 밝혔다.

(자료 = 필자가 별도 재구성)

봉쇄와 격리로 외국인들에게 더욱 취악한 환경, 한국 교민들 귀국 이어져...

‘16호 지시령’은 개인의 행동 제한(이동 및 외출 금지)으로 요약된다. 호찌민시 시민들은 8월 2일까지 원칙적으로 자택에 머물러야 하고 교육, 근무 등은 재택으로 해야 한다. 외출은 불가능하고 식재료 및 의약품 구매, 응급 상황에서만 한정적으로 이동 가능하다. 외국인에게는 대중교통이 중단되어 도보 등으로 나가야 하는데, 근로 증명서나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거나 벌금(100만~300만 동)을 내야 한다.

호찌민시 내 공장들은 근로자들이 공장 안에서 숙식하거나 회사가 정해준 인근 숙박 장소에서 출퇴근하는 경우에만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제조 공장들의 직원들이 거주 지역에서 떨어져 공장 근처 호텔 또는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호찌민시 총영사관에 따르면 “호찌민시에 거주하던 58세 한국 남성은 7월 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격리 시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13일 숨졌다. 이 남성의 시신은 '코로나19 환자 사망 시 24시간 이내에 화장'하도록 되어 있는 베트남 법령에 따라 사망 당일 화장됐다”고 밝혔는데 문제는 사망 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화장을 했다는 사실이다.

(자료 = 청와대 국민청원 게사판)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베트남 교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 달라는 청원이 ‘베트남 호치민에서 11살 아들과 사는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등장했다.

청원인은 매일 베트남 뉴스에 난 기사만 보게 되고 가슴 졸이며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두렵고 떨린다며 문 밖에도 나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베트남에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생각해 주셔서 하루빨리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65세 이상은 베트남 정부에서 백신 접종 대상자에서 제외를 시켰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악화되어가다 보니 호찌민시에 거주하는 교민 중 65세 이상이거나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 중 한국으로 귀국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코참(KORCHAM)을 통해 확인한 결과, 베트남 거주 교민들이 한국으로 들어간 후 다시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특별 입국이 없어져서 개별 입국을 해야 한다. 개별 입국 시에는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베트남 정부의 승인 절차가 복잡해 최소 4~5주 소요되고, 이러한 문제 때문에 베트남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려워 한국 입국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팬데믹 상황은 오리무중

베트남 보건 당국의 강력한 봉쇄와 격리 조치에도 확진자 수는 줄지 않고 증가하고 있어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 대부분이 ‘필수 외출’ 이외의 외출이 금지되는 등 사실상 셧다운(Shutdown)에 돌입했다.

감염자를 범죄인처럼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와 높은 의료비 부담 때문에 감염자가 숨는 경우가 많고, 의료 전문가에 의한 방역보다 정치적 판단에 의한 방역도 문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집단 격리 시설의 열악한 환경과 검사 시설이 너무 부족해서 강력한 봉쇄에도 감염자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결국 베트남 정부는 열악한 의료 환경과 강력한 봉쇄로 전이가 빠른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다는 걸 확인했고 정부 주도 백신 구매 펀드를 만들어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과 개인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도 가장 낮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자료 = ourworldindata)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최근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중 일부는 다시 한국으로 복귀하려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적극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작년 2020년 6월 매일경제신문에서 베트남 진출한 한국 기업 25개 대상 한국 복귀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3개 기업만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높아진 임금과 고용 환경 악화 그리고 정부 규제와 심각한 인력난 때문이다.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호찌민시 9군 하이테크파크는 이번 16호 지시령에 의해 건물이 폐쇄되어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20일 이후 복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8월 2일까지 연장되면서 격리와 재택근무 중인 한국인 근로자들이 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피로감 등으로 한국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 필자 주변의 제조 및 정보통신 중소기업 대표들로 베트남 내 안전 불감증과 임금 상승률 그리고 불안한 정치 등으로 한국 복귀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변화해 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0년 12월 10일 개정된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유턴법)’을 공포하면서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유턴법 개정 내용 (자료 = 산업통산자원부)

더불어 전 세계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상황에서 K-방역과 K-백신 접종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모범적인 대응은 전략적 산업의 생산기지로서 한국의 안정성을 입증 하였으며,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생산기지로 전략 수립 시 주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게 되었다.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된다면 해외에 나가 있는 다수의 중견·중소 기업들이 한국으로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