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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 “유전자 기술을 기반으로 질병의 진단·치료·예방을 아우르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 되겠다!”

2021-08-10     한혜선 기자

유전 정보가 담긴 핵산(DNA·RNA) 기반의 질병 진단(분자 진단) 및 신약 개발 등에 널리 쓰이는 합성 DNA·RNA, 핵산 추출·증폭 장비와 키트 등 수입에 의존하던 생명공학 제품들을 국산화하고 관련 기술 독립을 선도한 ‘국내 1호 바이오 벤처’이자 국내 하나뿐인 ‘분자 진단 토털 솔루션 기업’. 국내외에 등록·출원한 특허만 600건이 넘는 ‘특허 부자’. 질병 진단·치료·예방 분야를 아우르는 유전자 기술 기반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유망주. 바이오니아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무궁무진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실시간 핵산 증폭(real-time PCR) 기술을 적용한 분자 진단 장비와 키트 등을 90여 개국에 수출, 연결 기준 2,0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도 363억 원보다 470%나 뛰면서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1,04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9억원보다 45% 증가, 창사 이래 최고의 성적표를 이어가고 있다.

직원 수도 2019년 말 377명, 지난해 말 476명에서 현재 6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대전 대덕밸리에 글로벌센터(1만 3,000평) 부지를 마련하고, 대규모 ‘신속 핵산 추출 키트’와 4세대 분자 진단 장비 자동화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어서 향후 매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9년 전인 1992년 8월 유전자 기술의 완전 국산화를 목표로 바이오니아를 창업한 박한오 대표는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며,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무역경제신문이 대전 대덕산업단지에 위치한 바이오니아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이사 (사진 = 무역경제신문)

 

진단 검사에 필요한 원재료부터 진단 장비·추출 시약·진단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해 코로나19 사태에 발 빠르게 대응하다

Q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이 되고 있다. 개발 중인 치료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되면서 마스크 벗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또다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4차 대유행으로 퍼지면서 ‘잠시 멈춤’이 시작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변이가 나타났고, 전염력 또한 커진 것이다. 백신에 내성을 보이는 변이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효과적인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바이오니아는 신약 개발 자회사 써나젠테라퓨틱스를 통해 기존의 변이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앞으로 등장할 변이 바이러스에도 통할 신개념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 곧 임상 시험 전 단계인 독성 시험에 들어간다.

휴대용 초음파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이용하는 호흡기 흡입 제형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사람에겐 없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만 있는 RNA 부위 10군데를 동시다발적으로 분해, 바이러스 증식을 근본적으로 억제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6월까지 유전체 글로벌 데이터베이스(GISAID)에 등록된 약 126만 건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 서열을 분석했더니 후보 물질이 표적으로 삼은 바이러스 RNA 10군데 중 5군데 이상이 동시에 변이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고, 표적 RNA의 19개 염기 서열 가운데 하나라도 변이가 생긴 경우는 0.02~0.21%에 그쳤다.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변이 바이러스들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바이오니아의 매출 증가로 정부 지원이나 펀딩 없이도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신속 진단 키트를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나라들이 대부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인도 같은 곳이 대표적인 예죠. 유전자 증폭 검사인 PCR은 고가의 장비와 지속적인 비용이 들어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속 진단 키트를 사용한 것이 확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20%만 양성을 잡아내고, 80%는 양성인데도 외부에 노출됐으니 유난히 전염 속도가 빠른 코로나19 환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았던 이스라엘마저도 재확산의 조짐이 있는 것을 보면 결국 백신은 예방책일 뿐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근거죠.”

Q 자회사 써나젠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신장·폐·간 섬유화증 신약은 어떤 약인가.

신장과 폐·간에 염증 반응과 섬유화가 계속되면 만성 신장 질환, 폐섬유증, 비알코올성 지방 간염(NASH)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연내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섬유화증 신약 후보 물질(SAMiRNA-AREG)은 국내에서 이뤄진 다양한 질환 모델 동물 실험과 영장류 독성 시험에서 이들 질환의 염증·섬유증을 억제하는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됐습니다. 내장 백색 지방 조직을 70%가량 감소시키고 중성지방을 줄여주는 항비만 효과도 확인됐고요. 반면 선천 면역 반응 같은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아 신약 개발에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후보 물질은 질병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분해하는 짧은 RNA(siRNA)가 인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타깃 세포까지 잘 전달돼 약효를 오래 유지하도록 양 끝에 각각 친수성·소수성 물질을 결합한 나노 크기(80~90㎚)의 단일 분자다. 수용액에서 저절로 중성 전하를 띤 공 모양의 나노 입자를 형성한다.

Q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 1년 반이 흘렀다. 그동안 진단 기술·장비에 어떤 진보와 진전이 있었나.

“바이오 분야는 하루아침에 드라마틱한 연구개발 성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최근 국내외에서 혁신적인 현장 진단용 장비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아직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기업은 없습니다. 반면 바이오니아가 10년 전부터 개발해 온 4세대 분자 진단 장비 2종은 조만간 임상 시험 단계에 진입합니다. 기존 국내외 분자 진단 장비들은 핵산 추출·증폭을 거쳐 코로나19 감염 여부 판별까지 2~4시간 걸리지만 바이오니가 개발 중인 1~2인용 신속 분단 진단 장비(IRON-qPCR)는 이를 30여 분 만에, 94명의 검체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대용량 분자 진단 시스템(ExiStation FA96/384)으로 90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날씨도 덥고 피로도가 누적된 현장에서 굳이 음압실에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장소와 시간의 구애를 덜 받는 새로운 진단 키트의 개발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신속 분자 진단 장비가 보급되면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도 감기·독감·코로나19와 성병 등 다중 검사를 통해 원인 병원체를 신속하게 판별할 수 있고,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뚜껑이 닫힌 검체 튜브를 넣어주면 뚜껑을 여는 것부터 진단까지 전자동으로 진행되는 FA 장비는 로슈진단·애보트 등 글로벌 기업의 3세대 장비보다 작고 저렴하지만 더 많은 검체를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앞선 성능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좌)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이사와 (우)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이 인터뷰 중이다.
(사진 = 무역경제신문)

 

세계로 뻗어 나가는 바이오니아, 진단 분야 세계 5위를 기록하다

Q 한국의 진단 키트가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타 국가 제품과 비교해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

바이오 의약품들은 국산화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진단 분야에서는 90%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진단 분야는 단면적으로 바이오 기술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고, IT 기술이 뒷받침돼주고, 플랫폼이 기반이 돼야 하는 복합 기술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자체가 뛰어나지 않으면 굳이 기존의 것과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분위기도 진입 장벽이 높은 이유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진단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5위를 달성한 것은 매우 놀라운 기록이다.

“30년 가까이 생명공학 연구를 해오면서 축적된 유전자 기술과 60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니아는 작년 코로나19 진단 키트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필요한 원재료부터 진단 장비·추출 시약·진단까지 자체 개발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은 세계에서도 바이오니아와 로슈진단뿐입니다. 저희 회사는 연구·개발에서부터 생산·공급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Q 코로나19 이외에도 분자 진단 키트와 진단 장비의 사용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보는데, 바이오니아가 지금까지 판매 허가를 받은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가.

바이오니아는 에이즈·B형간염·C형간염·성병·결핵 등 40여 종의 다양한 질병 진단 키트와 핵산 추출 시약을 자체 특허 기술을 적용해 이미 개발한 바 있다. 에이즈·B형간염·C형간염 진단 키트 3종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럽 체외 진단 시약 최고 등급 ‘CE—IVD, List A’를 받았고, 글로벌 펀드, 에이즈·결핵퇴치기금 구매 리스트에 등재되는 등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주요 변이 바이러스들을 모두 검출할 수 있는 진단 키트도 임상 시험 중이다.

“질병 증상을 일으키는 모든 병원균을 한 번에 동시 진단할 수 있는 장비가 보급되면 감염병뿐만 아니라 독감, 간염 같은 질병에 있어서 정밀한 처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바이오니아의 목표는 진단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치료와 예방까지 아우르는 정밀 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창립  30주년을 맞는 바이오니아,

국내 바이오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전략을 다하다

Q 현재 바이오니아는 미국과 중국에 현지 법인이 있는데, 동남아시아 등 다른 국가로의 진출 전략은 어떠한가.

바이오니아는 이미 미국과 중국에 현지 법인, 유럽과 중동 및 동남아시아 등에 해외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허가가 까다로운 선진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탄탄히 하기 위해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루마니아·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콜롬비아 등 세계 90개국 이상에 제품을 수출하며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 중동 등 인구가 많은 나라의 전염병 예방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많고, 열대 지방인 동남아시아는 지카바이러스, 뎅기열 등 감염병의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결핵 환자도 많은데, 세계보건기구(WHO)와 손잡고 차세대 결핵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30분 내로 결핵 진단을 할 수 있으며, 기존에 나와 있는 모든 결핵약에 대한 내성까지 동시에 검사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거죠.”

해외 법인과 대리점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코로나19 진단 장비와 키트 등을 수출하고 있는 바이오니아는 올해 1분기에 499억 원 매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5.7% 증가했으며, 창사 이래 최고의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외에도 계절성 독감 인플루엔자, 결핵 등의 질병에 맞서 바이오니아는 연구·개발에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Q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을 앞둔 바이오니아,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바이오니아의 뜻은 바이오(Bio)와 ‘개척자’라는 뜻을 가진 파이오니아(Pioneer)의 합성어이며, ‘바이오 엔지니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국내 1호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도전하는 파이오니아의 정신, 엔지니어로 실용적인 제품을 연구·개발·생산하자는 포부를 담고 있다. DNA 합성과 PCR 기술을 기반으로 1992년 창업한 바이오니아는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매출의 30% 이상을 연구와 개발에 투자해 다수의 분자 진단 키트와 차세대 신약을 상용화했다. 또 차세대 신약을 개발하는 등 국내 바이오 산업의 발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전에 모 경제연구소 리포트에서 ‘바이오 산업 저수지론’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인즉슨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서 연구해야 하는 것이 바이오 산업이므로 기술 선진국이어야만 이 산업을 시작하고 키울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임상 기간도 기본 10년씩 걸리고 투자 비용도 많이 들고, 연구·개발에서부터 허가를 받아 상용화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저수지에 물이 고여 찰 때까지 오래 걸린다고 해서 ‘저수지론’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저수지에 물이 차면 그다음부터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되죠. 진입 장벽이 높고, 비즈니스 사이클이 길지만, 물질 특허를 얻으면 장기간 독점할 수 있고,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부문이 바이오 산업입니다.”

우리나라도 정보기술(IT)·반도체 등 분야에서 축척된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 산업의 꽃을 피울 때가 됐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제약 회사 중 세계 50위 안에 들어가는 회사가 없다. 바이오니아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발휘해 진단 분야에서 세계 시장 5위까지 올라간 것은 대단한 기록이다. 반도체 산업 등에서 자동화·클린룸 설비 등을 구축·운영해 본 경험이 진단·의약 부문 등에 응용되고 확산된 게 큰 도움이 됐다.

우리 정부의 2030년까지 목표는 글로벌 30위 안에 드는 제약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하고, 바이오니아가 그 중심에 있도록 전심전력(全心全力)을 다할 것이다.

(좌)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과 (우)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이사가
인터뷰 종료 후 기념사진을 촬영 중이다. (사진 = 무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