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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홍콩 여행사, ‘해외 직구’로 살길을 모색하다

- 작년 홍콩 전체 실업률 2004년 이후 최고 수준 기록, 어려움 겪는 여행사들 온라인 플랫폼 전환으로 수익 장출 - 관광 가이드는 ‘바이어’로 변신, 지점 직원들은 온라인 플랫폼과 배송 관리 담당

2021-08-31     김기태 기자
(사진 = 픽사베이)

요즘 홍콩의 여행사들이 사무실을 해외 직구 매장으로 전환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홍콩 여행사들이 지난해부터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홍콩 관광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 제한으로 인해 2021년 1~6월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3만 3,74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방문 관광객이 감소하는 동시에 각국의 봉쇄 조치가 지속되면서 홍콩 소비자들도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관광업협회와 관광업종업원총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홍콩 관광산업은 해외여행 패키지, 항공권 판매 등을 통해 얻은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96.7% 급감했으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약 60개의 여행사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위기 속에 여행사들이 해외 상품 직구 플랫폼을 개발해 유통에 뛰어들었다. 해외에서 홍콩에 유통되지 않는 식품, 과일, 화장품, 여행지 기념품 등을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시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관광 가이드들이 ‘바이어’로 변신해 물건을 소싱하고, 매장 직원들은 온·오프라인 매장 관리와 배송 등을 담당한다.

주로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 등 홍콩 소비자들의 인기 여행지에서 생산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역직구 대행 방식은 이러하다. 여행사는 고객들로부터 사전 예약을 받고 약 4~10일 동안 최대한 주문을 모아서 물량을 대량 도입함으로써 이윤을 남긴다. 또한 유통 기한이 짧은 제철 과일, 디저트, 또는 해외 한정 상품에 대해서 여행사는 ‘해외 직구’ 서비스를 제공해 주문을 받은 해외 판매자가 제품을 구매자의 집까지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부분의 여행사에서 구매자를 대상으로 해외직구 운송비를 면제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2021년 7월 홍콩 여행사 'Hong Thai Travel'은 직접 개발한 해외 직구 플랫폼 ‘HT Mall’을 통해 현지 간식 전시회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것을 계기로 사업을 시작했다. HT Mall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외 직구 플랫폼이 개발된 지 1년 만에 플랫폼 이용자 수가 8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히며, “홍콩 사람들의 소비 성향을 반영해 해외여행을 할 때 먹는 제철 과일 그리고 명절에 가족을 위한 선물 세트 등이 가장 매출이 높은 상품이다”고 소개했다.

현재 홍콩에서 해외 직구 플랫폼을 도입한 여행사는 'EGL Tours'가 운영하는 EGL Market(www.eglmarket.com), 'Hong Thai Travel'이 운영하는 HT Mall, 'Young’s Holidays'가 운영하는 YH Japan Mart, 'Wing On Travel'이 운영하는 i-shop.hk, 'China Travel Service'가 운영하는 Ctshk mall(위챗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또한 여행사의 지점을 해외 상품 판매 공간으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여행사 E사는 홍콩 내 최초로 여행사 지점을 해외 상품 매장으로 변경하여 주목을 받았다. 서비스 카운터가 위치한 공간에 냉장고, 진열장들을 설치해 넣으면서 상품의 원산지별로 여러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

홍콩은 자유무역항으로 주류, 담배, 탄화수소, 메틸알코올 4개 품목을 제외한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출세, 기타 물품의 소비에 부과되는 세금(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이 없어 해외 직구에 유리한 시장이다. 또한 홍콩의 수입 통관 제도는 '선통관 후신고'의 특징이 있으며, 후신고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복잡한 수속이나 통관 지연 등의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여행업계 전체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홍콩 여행사들의 해외 직구 플랫폼으로의 전환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홍콩 관광업종업원총회에서는 전 세계 관광 산업이 2023년이 되어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홍콩 여행사들DL 당분간은 전자상거래와 소매 사업에 중점을 두고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의 내수 기업과 관광객을 주요 판매 대상으로 하는 특산품 기업에 해외 수출을 시작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GL Tours 여행사 대표에 따르면 “관광 관련 사업에 비해 해외 직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약 100배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해외 직구를 통해 새로운 산업에서 재도약의 기회를 찾았으며, 향후 여행 제한이 완화돼도 소매 사업을 관광 사업과 병행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장기적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의 미래에도 여행사의 해외 직구 사업이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들에 판로 확대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