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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셉 칼럼]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관계 인구의 적용

2021-09-26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관계 인구'는 2016년 일본의 시민활동가 다카하시 히로유키가 처음 내놓은 개념이다. 관광객 성격인 ‘교류 인구’는 지역과의 관계가 일회적이고, ‘정주’는 진입 장벽이 높은 상황에서 둘 사이의 개념인 관계 인구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즉, 이주 인구도, 관광 인구도 아닌 지역 유대형 제3의 인구 만들기가 목표다.

일본 총무성은 2019년부터 ‘관계 인구 창출 및 확대 사업’을 시행하며, 이미 세 가지 형태로 관계 인구를 육성하고 있다. 기존에 지역과 교류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계 심화형’을 포함해, 지역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계 창출형’, 도시에 있는 개인·기업·단체와 연계해 지역에 대한 관심을 조성하는 ‘주변 확대형’이다.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머물거나, 정기적으로 오가는 사람, 지역 상품의 꾸준한 구매자, 심리적 지지자 등을 모두 해당 지역에 ‘관계된 인구’로 보고, 이들을 늘리려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관계 인구에 관한 관심은 지역 살리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도 적용할 수 있다.

▶ 해외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를 들여다 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66.5%가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하기 어려운 이유는 문화, 언어, 현지화, 투자, 마케팅 등 5개 분야에서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무조건 진출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생각과 사고가 기반이 된다. 또한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 맞춘 제품 디자인을 바탕으로 창업자들이 제품 및 비즈니스 모델의 적응을 위해 1~2년 이내에 해외시장으로 이동하고, 관계 인구라고 할 수 있는 유대인 네트워크와 투자자를 현지 시장 진입에 활용하는 것이다.

‘뱀브 실링(대나무 천장)’에서 대나무는 아시아를 뜻하는데, 미국 내 아시아인들에 대한 차별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물론 한국인으로서 해외에서 성공한 사업가도 많다. 하지만 성공은 제한적이었고 주류 사회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경우는 아직까진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스타트업 때문이다.

10~20년 전 규모가 작았던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짧은 시간에 혁신을 거듭하며 거대 공룡이 된 것처럼, 해외의 한인 스타트업들도 최근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뱀브 실링을 깨는 실력 있는 한인 스타트업인 몰로코, 샌드버드, 눔, 피스컬노트가 유니콘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관계 인구 구축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관계 인구의 사례로 볼 수 있는 미국 인텔 연구원과 구글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하정우 대표의 베어로보틱스(Bearrobotics)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첫 자율주행 서빙 로봇을 개발했는데, 이는 레스토랑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고객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며, 글로벌 외식 시장의 트렌드를 바꾼 혁신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서빙 로봇 ‘서비’는 식당 노동 73%를 자동화할 수 있고, 하루 평균 식음료 서빙을 100회가량 할 수 있으며, 식당 종업원의 어려움을 보조한다. 서비의 하루 이동량은 5km에 달한다고 하니 노동 생산성이 매우 뛰어나다. 현재 서비는 빌라드샬롯 롯데월드몰점, T.G.I.프라이데이스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 부산광복점에서 활약 중이다. 베어로보틱스는 소프트뱅크, 롯데액셀러레이터, 스마일게이트 등으로부터 3,200만 달러(약 370억 원)를 투자받았는데, 바로 ‘서비’의 자율주행, 센싱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서빙 로봇 '서비' (자료 = 베어로보틱스 홈페이지)

베어로보틱스는 현재까지 4,000대를 한국, 미국 등 5개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 등에 판매했고, 올해 목표는 1만 대로 대부분 선주문을 받은 상태다. 월 1,000달러를 받는 렌털 방식으로도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관계 인구 면에서 주목할 점은 한국에서 로봇을 위탁 생산한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로봇 무관세와 한국의 제조 기술력, 일자리 창출 등이 그 이유이다. 해외 한인 스타트업으로서 한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국의 발전을 바라고, 한국 협력사의 높은 기술 수준과 근로자들의 책임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한국에서 로봇을 생산하는 이유다.

▶ 국내 스타트업 진출을 위한 관계 네트워크 형성 및 강화의 필요성  

한국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016년부터 계속 늘어났고, 코로나19에도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투자가 국내 기관이나 정부에 의한 것이고, 해외 투자나 글로벌 진출은 아직 힘든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베어로보틱스의 하정우 대표가 성공 요인으로 꼽고 있는 ‘최고 수준의 팀’을 뱀브 실링을 깬 글로벌 한인 스타트업과의 연결에서 찾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성공한 한인 창업자들은 자기의 노하우를 후배 창업자들에게 알려주고 도와주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서로 돕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국내 및 해외 한인 스타트업의 관계 인구 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성벽이 자국을 보호하고 번영하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다리가 자국의 스타트업과 문화를 세계로 확산시키고 공유하는 수단이다. 이런 점에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글로벌 한인 스타트업을 통한 관계 인구의 구축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