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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신 칼럼] 다이내믹 바코드를 활용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 방법

2021-10-14     박상신 엠엑스엔커머스코리아 부사장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공급망(Supply Chain) 전반에 걸쳐 수많은 결함과 비효율이 드러나면서 기업들은 공급망 관리에서 추적성과 가시성에 대한 투자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전통적으로 제조업에서 다루었던 원재료 공급, 제조 공장 관리, 소매업체 등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추적해야 하는 공급망 추적성이 중요시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전자상거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망 가시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공급망 가시성을 확보해야 기업이 자본, 시간 및 자원을 더 잘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 추적성이 프로세스 내에서의 완결성을 가져온다면, 가시성은 투명성을 통해 비효율성을 파악하고, 프로세스의 복잡한 단계를 줄이며 의사 결정을 개선할 수 있게 한다.

▶ 스킨케어 브랜드가 강한 한국 화장품, 수출 시 안정성 문제를 고려할 것

(사진 = 픽사베이)

소비재 상품 중에서 한국이 제조 강국인 대표적인 품목이 화장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한국 내 화장품 제조업체 숫자는 8,942개사(제조업체 중 생산 실적을 보고한 업체만 포함)이며, 품목 수는 12만192개, 생산 금액 15조 1,617억 원으로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의 화장품 수입국 순위에서 프랑스, 캐나다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국가 중 대미 수출 상위 6개국 중에서 지난 2년간 수출액이 늘어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생산 규모도 크지만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은 다수의 중소 제조업체(브랜드)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화장품의 기획, 제조를 전담하는, 소위 말해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어 뷰티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이 쉽게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모델 겸 사업가 카일리 제너가 만든 ‘카일리 코스메틱’이나 한국계 미국인이 창업한 ‘NYX 코스메틱’ 같은 브랜드가 잘 알려졌지만, 메이크업 분야가 대부분이다. 스킨케어 카테고리에서 매년 수백 개 이상의 신생 브랜드가 등장하는 한국은 독보적인 화장품 제조 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스킨케어 브랜드의 개수는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다수의 제조업체 및 브랜드가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사진 = 카일리 코스메틱 공식 홈페이지 캡처)

특히 스킨케어 화장품은 안전성 문제로 해외 소비자들이 수입 브랜드를 꺼리는 경우가 있어 해외시장을 공략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2021년 미국 화장품 제조 기업의 매출 순위는 P&G가 7.7%로 1위다. 2위인 로레알USA가 7.1%, 그리고 3위 에스티로더는 6.6%, 4위인 메리 케이(Mary Kay)와 5위 레브론(Revlon)을 합치면 상위 5위 기업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유명 제조 브랜드 중심의 시장에서 틈새로 떠오르는 것이 D2C(Direct to Consumer) 판매 전략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스킨케어 화장품을 아마존이나 쇼피파이 사이트를 통해 직접 판매함으로써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이때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고를 때 성분을 꼼꼼하고 면밀하게 체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인체에 무해한 성분, 혹은 오가닉 원료로 제조한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을 보면 스킨케어 분야에서 안정성 문제는 특히 중요하다. 더군다나 한국의 주력 상품은 스킨케어 제품이기 때문에 안정성은 특정 브랜드의 문제가 아닌 한국 화장품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 화장품 수입 유통 시 정확한 성분과 출처 표시, 엄격한 관리는 필수

화장품에 부착하는 라벨은 수입 관련 허가와 통관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정확한 성분과 출처를 표시해야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미 허가를 받은 경우에도 수입 통관 시마다 LOT 번호를 제공하고, LOT 번호에 해당하는 공장에 샘플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것은 제조할 때마다 생산에 대해 엄격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물류 업체에서 이러한 수준으로 대응하는 것은 현재의 바코드와 라벨 체계에서는 한계가 있다. 유통기한도 재고 관리 시스템(WMS)에서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물류 업체가 화장품을 전자제품과 같이 시리얼 번호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은 어려운 과제다.

화장품 제조사는 해외에 수출한 제품이 어떤 경로로 유통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병행 수입이나 가품 문제 등에 대한 대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과거 메디힐 마스크의 가짜 상품 제조 문제는 언론에 여러 번 보도된 바 있다. 이러한 사건은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데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면 화장품 유통에서의 공급망 가시성과 추적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 스마트폰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다이내믹 바코드의 등장

(사진 = 픽사베이)

포장 상자뿐 아니라 제품 자체에 바코드를 인쇄하는 화장품은 의류와 달리 제조 공장에서의 간단한 변화로 공급망 전체의 디지털화가 가능할 수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드렉셀(Drexel) 대학 이진욱 교수가 발명한 다이내믹 바코드(Dynamic Barcode)는 2차원 바코드(QR코드 혹은 데이터 매트릭스 등)와 모바일 단말기를 사용해 바코드 데이터가 기업 외부의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에 업데이트되는 솔루션이다.

제품 제조 과정에서 혹은 유통 단계에서 거래가 발생하면서 추가되는 데이터들로 인해 코드가 변경되며, 모든 거래 과정에서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에 P2P 인증을 거치게 된다.

다이내믹 바코드 모델은 레거시(Legacy)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외부 시스템과의 연계나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어려운 제조 및 물류 기업들이 모바일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 입출력 방식에서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이 디지털 물류의 핵심인데,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고화질 카메라를 통한 바코드 스캔, OCR, 컴퓨터 비전에 활용할 이미지 획득이 별도의 디바이스 투자 없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해외 진출을 한 일본의 대기업들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데이터베이스 방식의 물류 트래킹을 2020년부터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 공장에서 기록한 정보들은 시간과 위치, 정보값을 포함해 암호화돼 저장된다. 출고 이후 물류센터와 유통 단계를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바코드가 계속 업데이트되지만, 이전 데이터들과 연결돼 있어 완전한 추적이 가능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 기술을 백신 배송 과정에 활용했고, 미국에 수출하는 수산물이나 육류에도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화장품에 중금속 원료가 들어가서 문제가 됐을 때, 이에 대한 회수 처리를 하는 것은 언론을 통한 홍보 이외의 방법이 없었다면, 디지털 서플라이 체인 관점에서는 어느 국가, 어느 지역, 어떤 위치에 몇 개가 배송되었는지 등의 가시성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제조업체가 책임지고 제조 및 포장 단계를 거쳐 출고했고, 물류센터에서의 온도 관리 등을 거친 안전한 제품이라는 것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소비자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롭다. 이 점은 앞으로 국내 제조 화장품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