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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칼럼] 요소수사태와 공급망 자립정책

2021-11-30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 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 / 한국물류학 부회장

국내 요소 수입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디젤차량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수가 11월 초부터 국내에서 바닥나기 시작했다. 요소수가 없으면 디젤차량 운행이 불가능해지고, 디젤로 움직이는 대형 화물차 등이 멈춰 서면 물류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요소수는 디젤차에 탑재된 '선택적 촉매 환원(SCR)' 시스템에 쓰이는 제품이다.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NOx)을 깨끗한 물과 질소로 바꿔준다. 트럭과 버스 등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 디젤차에는 SCR가 의무 장착된다. SCR 장착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제한된다.

중국은 지난 10월 15일부터 요소에 대해 '수출화물표지(CIQ)'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15일 이후부터 중국 당국이 자료를 검토한 후 승인이 나기 전까지 수출이 전면 제한됐다.

(사진 = 게티이미지)

작년 봄 호주가 중국을 겨냥해 코로나19의 발원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하자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 와인, 보리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보복조치를 발표했고, 작년 10월에는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 석탄으로 대체하는 전략을 세웠지만 기대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탄소중립 정책의 영향으로 석탄 채굴이 줄면서 전력난을 겪었다.

중국의 공장이 가동을 멈추자 중국이 공급하는 원자재와 중간재, 최종재의 가격이 오르는 글로벌 물가상승이 시작됐다. 여기에 석탄 재고 감소와 전력난으로 요소 생산이 줄자 지난 10월 15일 요소 등 비료 품목의 수출 제한을 하기 시작했다.

▶ 최근 중국 내 석탄가격 급등... 요소 가격 급상승으로 품귀 현상까지

중국은 자국 내에서 쓸 요소가 부족해지자 서둘러 수출을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제한 이후 불과 2주 사이에 국내 요소수 가격이 10~15% 오르고 사재기까지 벌어지기 시작했다.
국내 요소수 제조사들은 요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1년 전 요소 생산을 중단하고 중국에 의존한 결과 오늘날 피해를 보게 됐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은 전체 수입량의 66%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카타르 등에서도 수입하고 있지만 세계 요소 생산의 30%를 책임지는 중국이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요소 부족 현상은 도미노처럼 다른 국가로 번지고 있다. 업계는 요소수 부족으로 수백만 대의 중대형 트럭과 건설장비 등 국내 화물 운송이 마비되면 피해액은 하루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요소수 품절(사진 = 연합뉴스)

다행히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 확보했던 중국 수입 물량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호주와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지에서 요소수와 요소를 모은 노력 덕이다. 주간경향 11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11월 16일 기준 5대 주요 요소수 업체의 생산량은 96만ℓ를 기록해 하루 평균 사용량인 60만ℓ를 넘었다. 하지만 정부가 하루 2번씩 공개하는 중점유통 주유소 차량용 요소수 재고 현황을 보면 18일 12시 기준으로 주유소 125곳 중 16곳이 재고 200ℓ 미만을 보이고 있다. 수개월 분량을 확보해 숨통은 트였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정부, 대외 의존도가 높은 20개 품목 ‘우선 관리 대상’으로 선정·관리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입품목 1만 2,586개 중 단일국 수입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은 3,941개다. 산업연구원이 1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관심 품목’은 요소, 실리콘, 리튬, 마그네슘을 포함해 1,088개이다. 전체 중국 수입품목의 5분의 1 수준이다. 리튬과 마그네슘은 우리의 주력 산업인 화학과 이차전지, 반도체 등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유사시 이들 품목의 공급이 끊길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전략 물자도 아닌 범용 물자에 가까웠던 요소수 사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글로벌 밸류 체인(GVC) 안전망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부는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기 위해 대외 의존도가 높은 20개 품목을 ‘우선 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또한 대외 의존도가 높은 3,000~4,000개 품목에 대한 조기경보 체제를 가동하는 한편 경제 안보 핵심 품목 200여 개를 선정하고, 이중 시급성이 큰 20개 품목은 우선 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국내 생산 역량을 높이는 한편 비축량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거진 338개 소부장 품목뿐만 아니라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은 원료까지 글로벌 공급망 관리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다.

▶ 글로벌 공급망은 좀처럼 안정되지 못하고 교란상태에 있다

지난해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생산과 물류의 지체 현상,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 에버그린호의 수에즈운하 좌초사건,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 각국을 휩쓴 자연재해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은 지속적인 교란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단절 원인은 먼저 공장 가동 중단에 있다. 근로자 보호차원의 출근금지령, 주문감소와 주문취소, 원부자재 공급중단으로 발생한다. 둘째, 마스크와 위생용품, 셍필품, 식량등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수출규제가 있다. 셋째는 물류망 단절이다. 국경 폐쇄에 따른 화물이동 제한과 항공·해상·유상운송편 운행중단, 항만과 공항 근로자의 출근금지령 등이 원인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 EU 등 선진국은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백신 접종 확대로 멈췄던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대규모 정부 보조금은 수요 개선을 더욱 부추겼다. 이에 비해 생산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회복되고 있어 공급망 교란이 발생하고 있다.

선진국 중심으로 수요는 급증하지만 생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동남아 국가들이 올해 여름 코로나19 재확산을 봉쇄로 대응하면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GM, 포드의 경우 올해 3분기 자동차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1%, 27.6% 감소했다.

또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등 서부항만을 중심으로 한 물류난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입항까지 평균 2주 이상을 기다려야 하고, 하역후 트럭과 기차로 운송하기 위해 상차하는데 2주 이상이 소요돼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두 항구는 미국 수입품의 3분의 1을 처리하는 핵심 거점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두 항구를 완전 가동하라고 지시해 하역된 컨테이너가 3~9일 사이에 항구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경우 벌금까지 부과했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워 보인다.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작년 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완성차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부품 주문을 줄이면서 파운드리 업체 역시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을 줄였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로 대중교통을 기피하고, 업계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

여기에 세계 곳곳에 자연재해가 발생해 반도체 수급난에 기름을 부었다. 주요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선 대만·미국·일본 등에서 지진·정전·가뭄이 발생해 생산 차질이 불가피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 연말, 일각에선 내년까지 반도체 부족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 각국 정상들이 나서 공급망 자립정책 발표... 유럽은 EU집행부에서 산업계까지 확산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과 소재의 주도권을 자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경쟁을 강화하고, 자국산업 보호와 경제 안보 차원에서 글로벌 산업 생태계 변화가 예상된다.

유럽은 반도체 자립론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차량용 반도체 칩 후공정이 주로 이뤄지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조립라인이 코로나19로 멈춰서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를 포함, 전세계 자동차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겪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EU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이르는 가운데 핵심 부품 공급 지연에 따른 타격이 장기화됨에 따라 정부 및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공급망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응코자 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2021년 9월 15일 연례정책 연설에서 반도체 공급안정화와 기술주권 확보를 위해 역내 반도체 자급자족 생태계 조성을 언급했다. 이어 ‘유럽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마련하고, EU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 20%달성, 2나노급 생산설비확충, 역내 R&D역량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으로 밝혔다.

이에 앞서 EU 집행위는 2021년 5월 신산업전략을 발표하고 EU가 수입하는 5,200개 제품 중 역외 공급업체에 크게 의존하는 민감 품목이 137개에 이르는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민감 품목의 대다수를 중국(52%)과 베트남(11%) 등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밝히며, 주요 산업 분야에서 전략적인 자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 바이든 정부,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와 관련해 '공급망 재검토' 지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 로이터)

조 바이든 대통령은 500억 달러 투자 계획에 이어 지난 4월 7일 반도체 인프라 투자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발의 계획을 밝혔다.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철수한 인텔은 지난 3월 20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 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인텔 CEO 팻 겔싱어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리적으로 균형 잡힌 공급이 필요하다”며 “세계는 혼란과 도전에서 벗어나 더 균형 잡힌 방식으로 미국과 유럽에 반도체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 안보 및 경제 보좌관들은 지난 4월 12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GM 등 자동차 테크 기업 관계자들을 화상회의로 초청했다. 바이든은 화상회의에서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는다"며, 공격적 반도체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TSMC는 이미 지난해 120억 달러를 투입해 애리조나에 5나노미터(nm) 공정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이자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도 11월에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중국도 내년 경제정책 목표를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산업망과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의 핵심 반도체 기업인 SMIC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자국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 기업의 접근 통로를 줄여가고 있다. 이에 중국지도부는 독자적인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해 독자 발전 체계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 경제정책의 중요 목표로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산업망과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산업망·공급망 통제 능력 향상’을 8대 중점 추진 사항으로 제시했다. 중국지도부는 “산업망과 공급망은 안전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며, “이는 새로운 발전 패턴을 만드는 기초”라고 했다. 아울러 기초 부품과 기술, 소재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공급망 자립은 '공급망지도'와 '공급망 대체·우회·복구방안 수립'이 선결돼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내놓은 행정명령 1401호는 관계부처에 핵심 공급망을 100일간 점검해 보고서를 내라고 했다. 지난 6월 그 결과물로 나온 '공급망 100일 보고서'는 반도체·배터리·광물·의약품 4대 핵심 물자 공급망 지도를 전 세계에 알리고, 외국 기업들이 추가로 제출한 자료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했다.

지난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 지난해 2월 이후 코로나19 공급망 단절 사태 관련 대책회의 때도 필자가 어김없이 주장했던 것이 주요산업과 국가별, Port(항만, 공항)별 ‘공급망 지도’와 ‘공급망 대체·우회·복구방안 수립’의 필요성이다.

올해 요소수 대란을 겪으면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 '공급망지도'다. 막상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자 요소가 어느 나라에서 얼마만큼 생산되는지 알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지도 하나 없이 호주·베트남 등지로 요소를 구하러 다녀야 했다.

최근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 공급망 단절과 봉쇄, 병목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대륙간 존재했던 공급망 불균형 문제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가시화된 것으로 평가되면서 글로벌밸류체인(GVC)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특정 품목과 지역에 대한 높은 의존성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힘을 받으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공급망 자립정책도 부상하고 있다.

중국과 호주의 정치적 변수에 의해 발생해 우리나라에 큰 혼란을 야기시킨 이번 석탄-암모니아-요소-요소수로 이어지는 공급망 리스크처럼 누군가 경제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공급망을 무기화하거나 공급망에 혼란을 주는 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요소수사태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공급망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에 꼼꼼하게 공급망을 점검하고 지도를 작성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