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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기술 `홀로서기’ 나선 中…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수출경쟁 강화된다

- 한중 무역 `분업화 통한 보완적 구조’ → `상호 경쟁구조’로 재편 -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위주 기술 인력확대 및 기술기술 `홀로서기’ 나선 中…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수출경쟁 강화된다 안보 강화해야”

2021-12-08     이민규 전문기자
(사진 = PIXELS)

“세계 무역시장에서 한중 양국은 더 이상 분업화를 통한 보완적 관계가 아니다. 상호 경쟁구조로 관계가 바뀌면서 양국간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위주로 기술 인력을 확대하고 기술안보도 강화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의 무역구조 변화를 분석한 결과 내린 진단이다.

연구원은 8일 발표한 <한·중 수교 30주년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 30년간 나타난 한·중 양국 무역규모 및 추세 변화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두 국가간 관계 변화를 분석하면서 동시에 이에 따른 국내 수출 산업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1992년 수교 당시 64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간 무역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2415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약 38배가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에서 중국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0%에서 24.6%로 확대됐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입 대상국으로 부상했다.

교역 품목도 크게 바뀌었다. 1990년대에는 철강판, 합성수지, 섬유 등 단순 경공업 및 중화학 제품 위주였던 반면 2021년 현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중간재 제품들이 중심에 있다.

(출처 : 무역협회 보고서)

중국의 산업정책 변화 및 산업구조 고도화

한중 무역의 변화를 살펴보려면 중국의 산업정책 및 산업구조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산업을 질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이 같은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중국은 1980년대에 산업정책을 전담할 부처를 설립하고 한국과 일본의 산업정책을 참고해 중국 최초의 산업정책을 제정했다”면서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산업정책 시행으로 중국은 2010년부터 세계 최대 제조 강국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의 제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양적 성장에서 실적 성장 구간으로 진입했고 제조업 생산의 첨단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주요 업종별 중국의 국산화 현황과 관련해 가장 먼저 반도체의 사례를 들었다.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이 혁신주도형 성장에 필수적이고 미래 신산업의 근간이 된다고 분석하면서 다만 아직까지 중국의 경우 시장 규모에 비해 자급률은 낮아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가장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한 만큼 중국은 독자적인 자급자족형 산업 육성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출처 : 무역협회 보고서)

이어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중국의 산업 고도화에 따라 자급률이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는 분야로,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초유분 위주로 생산해오던 중국이 기술 축적을 통해 고부가 제품의 생산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또한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엔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일본이,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한국이 생산 우위를 점했으나 2000년대 등장한 중국이 `중국제조2025’에 따른 국가보조금 지급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중 관계, 보완적 구조에서 상호 경쟁구조로

중국의 산업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와의 수출 경쟁이 심화된 점도 살펴봐야 한다. 양국의 무역구조가 고위기술산업을 중심으로 고도화되고 있는 가운데, 첨단기술 산업의 무역 흑자폭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중국은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산업정책 시행으로 2010년 글로벌 1위 제조강국으로 부상한 이후 제조업의 첨단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화학·일반기계·자동차 등 중고위기술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와의 수출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중고위기술 산업에서 한국과 중국의 수출경합도지수는 2011년 0.347에서 2021년 0.390으로 0.043p 상승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간 통상 분쟁이 본격화된 2018년 부터는 아세안 시장을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쟁이 크게 심화됐다. 아세안 중고위기술 산업에서 한·중 수출경합도지수는 2011년 0.369에서 0.427로 0.058p 상승했고, 같은 기간 첨단산업에서도 한·중 수출경합도가 0.440에서 0.552로 0.112p나 올랐다.

(아세안 시장에서의 한-중 수출경합도, 출처 : 무역협회 보고서)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2011년 이후 한국과 중국의 수출경합이 심화됐으나 미중 통상 분쟁이 본격화된 2018년부터는 중고위기술산업을 중심으로 수출경합도 지수가 하락했다.

`메이드 위드 차이나’에서 `메이드 포 차이나’로

한·중 무역이 상호 경쟁구조로 대립되는 가운데, 국내 수출 기업들은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연구원는 “산업 정책 변화에 따라 중국의 산업 구조도 질적으로 고도화되고 있으며, 핵심 산업의 기술 자립과 중간재 수입대체 시도는 한국산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중 분업관계와 무역구조도 고위기술산업 중심으로 고도화되는 양상을 나타냄에 따라, 상호 교역 외에도 한·중 각국의 수출 경쟁은 전 세계 및 제3국 시장에서 모두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의 독자기술 개발과 중간재 국산화 가속화에 대비해 대중국 수출 주력산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전략 수립과 종합적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며, 산업의 근간이자 성장 동력인 기술 전문인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술안보를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메이드 위드 차이나(Made with China)’에서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로 대중국 수출 전략을 수정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가별 각자도생식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주력산업의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 공급망을 철저히 관리함과 동시에 중국 정책과 생산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무역협회 전보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 견제는 중국 산업의 기술력 향상과 중간재 자급률 제고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면서, “우리나라도 중국의 독자기술 개발과 중간재 국산화에 대비해 수출 주력산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전략 수립이 시급하며, 기술 전문인력 확대와 기술안보도 함께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