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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셉 칼럼] 취약성의 기업가, 안나 피스칼레가 보여준 'ESG 경영'

2022-01-10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윤조셉 글로벌경영연구원장/TI Global 한국대표

아주 오랫동안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윤 추구를 위한 기술 혁신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위기의 시대를 거치며 기술은 인류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최우선 수단으로 인식되고 이에 따라 기업의 이윤 추구는 환경과 사회, 사람을 중시하는 가치 창출을 위한 ‘ESG 경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구와 인류가 살아가야 하는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사회의 기틀이 되는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 바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인 ‘ESG 경영’이다.

고도화된 소비사회에서 'ESG 경영'을 한다는 것

우리가 사는 시대는 소비가 고도화된 사회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상품들은 대량 생산, 대량 유통되어 일반 대중들이 소비사회의 주체를 이룬다. 과다소비의 특성과 문제점을 지닌 현대 소비사회는 새로운 상품의 광고와 마케팅으로 소비자 욕구를 조장하고, 신상품 출시에 따라 소비자는 자신이 가진 상품에 불만족하는 결핍을 초래한다.

대표적으로 패션산업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자원의 사용뿐만 아니라 의류 생산에 사용하는 에너지와 면화 재배를 위해 사용하는 살충제, 염색 및 가공에 필요한 화학물질 등의 증가로 인해 전 세계 오염이 점점 더 확대되는 우려다. 이러한 과다소비의 패러다임은 소비재의 과도한 생산과 소비를 유도하므로 물질적 낭비를 초래하고 지구의 온난화를 발생시키는 등 지구환경을 끊임없이 오염시키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윤리적 패션 협동조합을 통해 직물과 사람을 위한 더 나은 삶을 추구해온 이탈리아 베로나(Verona)의 안나 피스칼레(Anna Fiscale)가 설립한 Quid(퀴드)는 ESG 경영의 희망은 보여준다.

이탈리아 베로나에 있는 Quid 매장(사진 = 홈페이지)

여러 의류 회사와 전통 패션 브랜드 회사에서 남는 원단을 받아 의류와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베로나의 사회적 협동조합 Quid는 숙련노동자의 85%가 여성이며 대부분 취약 계층 출신이다. 사용되지 않고 버려질 양질의 재료를 활용하여 재탄생시키고 취약 계층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면서 그들 자신도 전문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인간적이고 환경적인 면에서 이중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윤리적 패션 회사 Quid, 안나 피스칼레가 만드는 ESG 기업

1988년생인 안나 피스칼레는 2013년 직원 3명으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150명의 규모로 성장시켰다. 그중 많은 여성들이 중독, 수감, 장애, 폭력 및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이다. 17개의 다른 국적을 지닌 그들의 나이는 19세에서 69세까지로 다양하다

피스칼레는 유럽 위원회 내에서의 다양한 국제 협력 경력을 쌓은 후, 사회적 기업가 정신에 대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윤리적 패션과 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 포용을 통해 사람과 환경의 취약성을 해결하는 것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기로 결심했다. 피스칼레도 직접 취약성을 경험했고 그것이 회복과 재출발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Quid는 자원과 현실을 뒤집는 시각으로부터 태어난다. 두 가지의 명백한 약점인 쓰레기로 버려질 남은 조각 천과 어려운 상황의 사람들이 가치와 아름다움을 생성하는 재봉 작업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렇게 한계가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피스칼레는 이런 경험과 확신을 통해 ESG의 가장 중요한 사례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는 “우리는 일반적으로 문제로 간주하는 것들을 보물로 여기며, 무엇보다도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을 한계로 몰아넣은 이 시기에 사람과 환경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위기는 부적절함을 보여주었던 경제 및 노동 형태를 재고하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전통적으로 서로 섞일 수 없었던 영리와 비영리 분야 사이의 시너지와 혼합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 제품을 판매하는 패션 및 라이프 스타일 분야의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시작했고, 다양한 이탈리아 도시에서 10개의 매장과 100여 개의 멀티 브랜드 매장 및 온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브랜드를 소개했다.

피스칼레는 작년 11월 온라인으로 열린 3일간의 '프란치스코의 경제'(Economy of Francesco)라는 국제 행사에 참여하여 Quid가 이룩한 문화 혁명에 대해 경험을 공유하여 감명을 선사했다. ‘취약성과 차이점을 사회적, 경제적 부가가치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 열정적인 공헌과 개척 정신’으로 피스칼레는 2020년 세르지오 마타렐라(Sergio Mattarella)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이탈리아 공화국 공로 훈장 기사로 임명되었다.

누군가는 피스칼레를 '취약성의 기업가'이며, 취약 계층이 주인공이 되도록 모든 것을 걸고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있는 여성으로 정의했다. 엄마이자 사회적 기업가인 안나 피스칼레는 어려운 사연을 지닌 취약 계층과 이민자들을 고용해 윤리적 패션 회사를 운영하는 따뜻한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