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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칼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가중되는 공급망 교란

2022-03-30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 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 / 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세계 경제의 큰 짐인 공급망 교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층 더 심해지고 있다. 이번 침공은 코로나19 팬데믹, 반도체 대란, 미국 서부항만의 물류대란, 수에즈운하 사태, 요소수 대란을 누르고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의 최대 악재가 됐다.

▶ 러시아를 통한 철도 운송이 애를 먹고 있다 

물류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를 통한 철로 수송 예약을 접수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후 물류대란으로 아시아와 서구 세계 간 해상운송이 지연되고 그 비용도 급증함에 따라 러시아가 양 대륙을 잇는 철도운송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작년 상반기에만 중국에서 유럽연합(EU)으로 30만TEU 이상의 컨테이너가 철도로 러시아를 거쳐 운송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통과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도 전쟁과 서방 제재로 제한되면서 육로 운송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군수물자 수송이 우선시되면서 화물 열차의 출발이 지연되는가 하면 운송사들이 러시아로 향하는 트럭 공급을 하지 않고 인근의 운행을 꺼리면서 물류비 급증이 가속화되고 있다.

▶ 항공운송 상황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영공은 유럽과 환태평양을 이어주는 최단 항로이지만 러시아와 서방세계 간 제재와 보복 조치로 하늘길이 막혀 있다. 주요 항공사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출발과 도착 서비스를 중단했다. 러시아가 30여개 국가의 항공사를 대상으로 자국 영공을 폐쇄하면서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 수송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화물 항공운송업체들은 중동 등의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 해상운송은 더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요 항만의 러시아 서비스가 멈췄고 대부분의 선사들이 러시아로 향하는 서비스도 중단했다. 특히 해상운송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도시이자 경제의 심장인 오데사의 대대적 공격이 임박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악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의 또 다른 항구 도시 헤르손과 남동부 아조프해의 항구 도시 마리우풀을 이미 장악했다. 러시아가 오데사를 점령하면 흑해를 통한 해상 교역로를 차단, 이에 따른 물류난이 식량·에너지는 물론 다른 산업의 공급망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데사는 흑해 연안에 위치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항구 도시다. 우크라이나는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및 아메리카 대륙과 주로 교역하며 수출입의 70%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 중 약 4분의 3을 오데사가 담당하고 있다. 오데사마저 러시아군에 점령당하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해상 교역로는 완전히 차단된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한 보급품은 공급은 물론,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식량, 원자재 등의 수출 길도 막힌다.

▶ 식량난과 에너지난, 반도체와 2차전지 등의 산업 공급망 타격이 우려된다

전 세계 밀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흑해 지역이 전쟁터가 되면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오데사항의 선박 입출항이 통제되면서 밀 수출은 이미 중단됐다. 당장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4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BOE)에서 밀 가격은 부셸(27㎏)당 13.4달러까지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50% 정도 급등한 가격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는 석유와 정유제품을 세계 공급량의 약 7%(하루 700만배럴)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그 여파로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30달러선을 돌파했다.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현상이 더욱 악화하고, 자동차, 전자, 휴대폰 업체에도 상당한 위험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전자부품, 배전 시스템, 좌석 등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외국 기업이 28개사가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배선 시스템을 구할 수 없어 동부 작센주 츠비카우 공장의 가동을 중단될 상황으로 생산이 재개 전까지 8천 명가량 직원을 일시 해고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네온과 자동차 주요 부품에 사용되는 팔라듐 등 희소자원 조달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중국에서는 공급 충격이 가시화하고 네온의 현물 가격이 연초대비 65%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네온 생산량의 70%를, 러시아는 전 세계 팔라듐 생산량의 43%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네온 역시 오데사항을 통해 수출된다.

2차전지 제조 원가의 50%하는 니켈과 알루미늄 생산량은 러시아가 전세계 3위에 위치하고 있다. 팔라듐과 더불어 이들 러시아산 원자재는 러시아 상공에 대한 항공 운항 제약 등으로 항공운송이 중단될 위기에 있다.

▶ 우리 기업의 유럽향 물류가 더욱 어려워졌다

우크라이나 항만 입항이 통제되고, 수출 화물의 반송 사례도 발생했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유류 할증료 인상도 압박으로 다가왔다. 이에 물류기업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류 대란을 진단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각 선사들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며 최적의 물류 이동 경로를 파악 중이다.

물류기업들은 해상운송은 인접국 양하(Calling Port)와 셔틀도 검토하고 있다. 항공운송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신규 화물 운송이 금지된 가운데 북극항로 등 우회항로를 검토하고 있다. 철도와 트럭을 활용한 육상물류는 밸라루스와 폴란드의 철송 전환과 핀란드를 경유하는 트럭을 수배해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물론 화주들은 기존의 방안보다 비싼 운임은 지불해야 할 전망이다.

물류기업 입장에선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마무리된 후에는 유사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더욱 다양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존의 물류공급망이 단절되면 빠르게 국제물류망의 대체 노선 확보, 대체 운송수단 확보, 대체 공항과 대체 항만발굴이 필요하다. 또한 해당 지역 내 운송망 확보, 제3국경유 운송망 확보, 공급자 지역내 운송망 확보와 재고의 적절한 거점에 분산 및 통합하는 역량의 확보와 발굴이 필요하다. 보다 역량있는 각 지역별항공, 해상, 육로운송과 물류 파트너를 확보하고, 물류데이터와 통합물류 시스템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도 필수적이다.

정부차원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는 날로 심화되는 공급망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안정성 중심의 공급체계 전환이 시급해졌다. 또한 보다 종합적이고 고도화된 대응체계를 구축을 위해 산업 분야별로 대응을 넘어, 공급망 전체에 대한 범정부 관리와 조정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