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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플립,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결정적 차이

해외 VC 투자 기회, 보다 큰 해외시장,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플립에도 단점 분명해... 오히려 역플립할 수 있어 플립 시도한 스타트업을 통해 보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경계

2022-11-14     강초희 기자
[사진: 픽사베이]

[K글로벌타임스]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시 각종 규제나 세금 문제로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플립’이 성행하고 있다.

KOTRA가 2021년 국내 스타트업 198개사의 해외진출 방식을 조사한 결과 단독 투자 71.2%, 플립 8.6%, 해외기업과 합작투자 8.1%, 해외기업 인수 0.5%, 해외기업 합병이 0.5%의 순으로 나타났다. 바로 직전 년도인 20020년에는 플립의 수치가 미미해 조사결과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가파른 상승세다.

자료: KOTRA [디자인= K글로벌타임스]

스타트업이 플립을 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국내와는 비교도 안 되는 외국 VC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서다. 둘째,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플립을 통해 보다 더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국내에만 있는 각종 복잡한 규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물론 이 외에도 플립을 하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 국내에서 겪는 스타트업 애로사항으로 플립하는 스타트업

중기부 기술창업 보육 플랫폼 팁스(TIPS)가 2018년 참여기업 5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3.2%가 플립을 추진한 경험이 있거나 추진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립 추진 이유로는 VC와 해외시장 규모가 각각 69.4%, 66.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모든 플립 과정이 순조로운 것이 아니다. 본사의 해외이전에는 각종 복잡한 법률을 통과해야 하고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플립을 지원하는 전문가의 부재도 눈에 띈다.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디자인=K글로벌타임스]

여기에는 스타트업이 국내에서 겪는 애로사항과 맞닿아 있다.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국내 스타트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9.2%가 작년 대비 경영여건이 어렵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는 투자심리 악화(52.7%), 내수시장 부진(52.7%)을 꼽았다.

플립을 하게 되면 현지 VC와 잦은 접점이 가능해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해외 VC가 국내에 본사가 있는 스타트업에 플립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보다 전문적으로 현지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뷰티 스타트업 미미박스가 있다. 미미박스는 미국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투자유치 후 본사를 미국 실리콘밸리로 이전했다. 이후 K-뷰티를 한류화하는 데 앞장서며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 플립이 해외진출의 정답은 아니다

플립은 양면의 동전같이 장·단점이 공존한다. 잘 이용하면 미미박스처럼 해외진출의 키포인트가 되지만, 잘못 이용하면 도리어 실패의 길을 걷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플립의 단점으로는 주식 교환이 복잡하고 세금 부담이 크다는 사실이다. 언어 및 문화 차이도 진입장벽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휴이노는 미국으로 플립했다가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다시 국내로 역플립했다. 투자유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플립의 실패사례는 다양하다. 해외 VC가 대규모 투자를 제시했지만, 투자 전제조건을 제시한 플립을 완수하기에는 스타트업이 보유한 자금과 법무 및 세무 능력이 모자란 경우다. 둘째는 플립을 진행하기 하는 데 주식 교환을 하다 양도세를 그야말로 ‘폭탄’으로 맞았을 때다. 셋째는 플립한 해외법인의 운영과 관리가 부담되어 다시 역플립을 시도했지만, 복잡한 해외법인 청산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다.

국내 스타트업의 플립 성공사례만 좇아 정확한 사전조사를 선행하지 않고 플립을 진행하면 아무런 이득을 볼 수 없다. 플립은 과정도 과정이지만, 그 이후의 이슈들도 고려해둬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플립 관련 전문가들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나 아직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 자문받을 데가 없어 이 모든 일들을 계획하고, 진단하며, 수행해야 한다.

 

◇ 줌도 주목한 플립 성공 알로...피치 대회에서 1점 받기도

[사진: 알로]

플립에 성공했거나 플립을 추진하는 스타트업 중 SaaS 분야가 상당히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원격 교육 또는 원격 업무를 위한 SaaS를 서비스하는 알로다. 2014년 서울에서 설된 알로는 201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플립했다. 알로는 해외 VC에게 플립을 권유받아 이를 시행한 경우다. 구글 기술이사로부터 엔젤투자를 유치받은 후 그가 플립을 조언한 것이다.

물론 그 배경도 있다. 당시 기업의 협업툴 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국내 VC를 설득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회의감을 느끼던 중, 이미 협업툴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미국시장은 보다 VC의 투자 기회가 넓다는 데 판단이 섰던 것. 물론 미국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경영하기란 쉽지 않았다. 스타트업 피치 대회에서 10점 만점에 1점, 2점밖에 받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알로는 포기하지 않고 미국 VC와의 접점을 꾸준히 늘렸다. 가장 먼저 회사를 ‘증명’했다. 매달 미국 VC들에게 알로의 상황을 업데이트해주면서 정성을 들였고, 결국 이는 통했다. 디즈니, 에어비앤비, 우버 등 글로벌 거대 기업과 비즈니스 파트너를 맺은 것이다.

최근에는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빅테크 기업 줌으로부터 투자받았다. 줌이 화상회의 분야를 넘어 업무통합 툴로서 자리매김하고자 25개 업체가 참여한 ‘줌앱스’를 발표했다. 알로는 유일한 국내 스타트업 기업으로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줌에 투자를 받은 것이다.

 

◇ 무엇이 스타트업 플립의 성패를 결정하는가

알로를 통해 알 수 있는 플립 성공전략은 한 가지다. 보편적인 성공전략도 그 바탕에 깔려 있었겠지만, 끊임없이 회사를 해외 VC에게 증명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해외 VC와 신뢰관계를 구축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알로는 미국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한국무엽협회가 지난 6월에 개최한 ‘스타트업 북미 시잔 진출전략 세미나’에서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김범수 부대표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미국 진출 시 본사를 옮기는 플립이나 현지 VC의 투자유치를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선후가 바뀐 것”이라며 “우리 회사가 미국시장에 어떻게 침투할지 사업 계획을 잘 수립해 실행하고 그 결과가 긍정적일 때 본사 이전이나 현지 투자유치를 고민하는 것이 맞는 순서다”라고 말했다.

플립이 스타트업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스타트업에 달려 있다.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플립을 시도하다가는 모든 것을 잃고 역플립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지만, 사례처럼 돌다리 두드리듯 플립의 전 과정을 꿰뚫고 현지시장의 진입장벽에도 맞설 수 있는 도전정신과 자신감이 있다면 플립은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에 발판이 될 수 있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aftero_who@uu-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