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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 “CES 통해 글로벌 트렌드 읽어야 진정한 혁신 나올 것”

스타트업 해외 진출 위한 지구촌 트렌드의 집합체 ‘CES’ 한국 스타트업 5개사 사상 첫 최고혁신상, 해외 나가는 중요한 교두보 기대 “패스트 팔로워 넘어 퍼스트 무버로, 다양성 바탕으 세계화 이뤄져야”

2023-02-21     황정일 기자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사진=K글로벌타임스]

[K글로벌타임스] 대한민국의 스타트업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고의 기술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사상 처음으로 최고혁신상을 5개 받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을 포함하면, 최고혁신상 수상기업 20개사 중 9개 기업이 우리 기업으로 참가국 중 가장 좋은 성과를 이루었다. 미국은 4개, 독일과 일본에서 각각 2개 기업이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전체 참가기업의 16%를 차지했고, 혁신상의 4분의 1을 한국 기업이 받았다. 최고혁신상 20개 중 9개를 한국 기업이 수상했으며, 이 9개 중 5개는 벤처 기업 및 스타트업이다.

대한민국이 스타트업 열풍으로 뜨겁다. CES 등 세계 무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으로서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차세대 유니콘 기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가 모이는 CES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하면 CES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1980년대부터 CES를 경험하면서 20여 차례 다녀온 CES 전문가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를 만나 CES 활용법을 들어봤다.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한 주영섭 교수는 대우그룹, 미국 GE, 현대차 그룹 등을 거쳐온 CEO 출신 기업인으로서 산학연관을 두루 섭렵한 산업 전문가다.

 

스타트업의 경쟁력, 생존전략으로 해외 진출이 꼽힌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부 지원도 늘고 있는데.

중소기업청장으로 있을 때 별명이 ‘미스터 글로벌라이제이션’이었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를 계속 주창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정책에 세계화가 빠지면 정부에서 개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 내수 중심의 기업 간 경쟁에 정부가 끼면 안 된다.

기업이 망하면 실업이 생기니 안 되지 않느냐고들 하는데, 내수 기업들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돌아간다. A 기업과 B 기업이 싸워서 B가 망하면 B 기업의 직원을 A 기업에서 흡수하게 된다. 이게 시장경제의 논리다. 여기서 기업이 망하면 안 된다는 논리로 정부가 B 기업을 지원한다면, 반대로 A 기업을 죽이는 상황이 된다. 제로섬 게임이 되는 셈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세계화 지원으로 포지티브섬을 만드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서 역량을 펼치려고 한다면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것이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중소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해야 정부가 자금 지원이나 투자, R&D 지원, 마케팅 지원 등 기업을 지원할 이유가 생긴다. 이때부터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성이 해외 진출에 많은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CES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 참여 현황은 어떠한가.

2020년이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 전 세계에서 4,500개 기업이 참여했다. 우리나라는 390개 기업이 참여했고 이중 스타트업은 200개였다. 2015년 무렵부터 스타트업 전용 전시관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유레카파크에 2017년 28개 스타트업이 참여한 이후,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대기업보다 많이 참가하기 시작한 시기였기에 의미가 크다.

2021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했고, 2022년에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행사로 열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502개 기업이 참여했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CES에 간 셈이다. 스타트업은 292개, 대기업은 210개 참가했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3,200개 기업이 부스를 냈다. 우리 기업은 최종 550개 정도 참여했고 200개 정도가 대기업이며 스타트업은 350개에 이른다. 스타트업은 한 번도 줄지 않은 셈이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ES 참여기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왜 늘어날까. 그만큼 우리나라에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다. 펀드 결성이 많아지고 벤처 투자도 늘고 새로운 기업도 많이 생기면서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CES 참여가 많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지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창업진흥원을 통해 참가기업을 모집하고 많은 지원을 해준다.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CES 참여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지자체는 물론 대학, 테크노파크 등 다양한 기관에서 독자 전시관을 꾸려서 온다. 이처럼 기업들은 다양한 창구를 통해 지원을 받으면서 CES에 참여할 수 있다.

향후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은 기업들이 모여 하나의 큰 국가관으로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여러 기관이 경쟁적으로 각개약진하느라 흩어져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레카파크의 입구 앞 눈에 확 띄는 자리를 10년간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부스는 뿔뿔이 변두리에 흩어져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접근성도 좋지 않다. 참여 기관과 기업들이 협력하여 즉각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주영섭 교수는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많이 받았다고 자만하지 말고 혁신의 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우리 스타트업들이 CES에서 최고혁신상 5개 받았다.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하나의 창구가 되지 않겠나.

긍정적이다. 하지만 CES는 상품 판매를 위한 일반적인 상품전시회와 성격이 다르다. 기계, 가구, 의료기 등 일반 전시회는 마케팅을 위한 목적이 분명한 전시회다. 그래서 수주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 CES는 상품을 구매하러 오는 사람보다 기술이나 제품 동향을 파악하러 오는 사람이 많다. 목적 자체가 다른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수주까지 이어질 수 있겠으나 수주가 안 이루어졌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내가 제품을 내놓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남의 제품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트렌드를 보고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신상의 의미나 수준에 대해 논란은 있지만, 상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고객에 대한 제품 이미지 제고에 수상을 잘 활용하면 된다.

혁신상의 백미인 최고혁신상은 전 세계에서 20개 회사가 23개 제품으로 받았는데 우리나라는 9개 회사가 12개 제품으로 받았다. 우리나라가 올해 최고혁신상 절반을 차지했고 그간 수상한 적이 없던 스타트업이 5개사나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한국 스타트업의 실력이 상당히 늘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실력이 늘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레벨이 높아졌다고 봐야 하는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CES 혁신상의 의미에는 세 가지가 있다. 기술성, 디자인, 스토리텔링 등이다. 최근 들어 CES에서는 스토리텔링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말하는 스토리텔링이란 혁신성, 지속가능성, 접근성 등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예전에는 기술 중심으로 출품하다가 최근 들어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실력이 늘었다는 것이다. 딥 테크놀로지 면에서 실력이 늘었냐고 한다면 그건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최고혁신상을 많이 받았다면 그만큼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위상이 높아진 것 아닌가.

이번에 최고혁신상을 한국 스타트업이 많이 받았다고 좋아할 것만은 아니다. 우리 스타트업의 기술과 제품이 세계적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자부심은 가지되 자만심은 금물이다.

첫째, 올해는 중국 기업들의 참여도가 낮았다. 2020년 1,4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던 반면 올해에는 550개 정도만이 CES에 왔다. 그것도 중국의 베스트 기업들, 이른바 스타 회사들은 나오지 않았다.

둘째, 올해 큰 불황이 예상되어 많은 기업들이 나오지 않거나 최고를 보여주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들도 대부분 명목적으로만 참여했다. 새로운 것들을 내놓기보다 있는 것들을 가다듬어 나온 경우가 많았다. 불황이기에 돈 안 들이고 올해는 쉬어가자는 분위기라는 의견도 많았다.

CES 2023의 전반적인 평에서 “올해는 혁신이 없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들 경기침체로 인해 경비를 절감하고 내년을 기약하면서 혁신을 책상 속에 감춰두고 꺼내놓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CES 2024에 불황이 풀릴 것을 예상하여 모두 전력을 다할 때 도전해서 성공해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R&D 분야 1위 국가다. 그런데도 혁신이 안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 CES에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가 패스트 팔로워로서는 성공한 나라가 된 것 같다는 것이다. 이제 앞서 가던 나라들 만큼은 된 것 같다. 패스트 팔로워를 겪지 않고서는 절대로 퍼스트 무버로 갈 수 없다. 이제 지금까지의 정책을 분석하고 퍼스트 무버로 가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R&D 1위 국가라는 것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가 1등이라는 것이다.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R&D 투자의 GDP 대비 비율보다 절대 금액이다. 기업의 경우, 매출이 1,000억 원인 회사와 1조 원인 회사가 동일 제품으로 경쟁한다고 했을 때 R&D 투자 퍼센트가 높은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절대 금액이 중요한 것이다.

한국, 일본, 중국을 보면 경쟁 품목이 거의 똑같은데 우리나라 R&D 투자는 일본의 절반, 중국의 1/6 수준이다. 정부와 민간을 합쳐서 우리나라 R&D 투자는 100조 원을 상회한다. 일본이 200조, 중국이 600조 원 수준이며 미국의 경우 1,000조 원에 달한다. GDP 대비 투자 비율이 높다는 것이 혁신 성과로 나오기 어려운 이유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장기간의 기술 축적이 필수적이다.

CES의 주관사인 CTA(전미소비자기술협회)에서 발표한 2023년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혁신 순위는 26위다. 다양성 요소에서 D, 세제 친화도에서 D, 사이버 보안에서 F를 받았다. 다양성이 낙제점인 것은 우리 기업이나 정부의 구성에 있어 한국인 중심이고 남자 중심이어서, 외국인과 여성 등 다양한 혁신의 원천이 부족함에 따라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평가다. 세금이 비싸니까 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사이버 보안, 지적재산권 보호 의식 등이 낮은 점도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렇듯 혁신 선도국이 되려면 R&D 투자만이 아니라 기업, 사회, 정치, 행정 등 많은 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주영섭 교수(사진 왼쪽)와 이금룡 본지 발행인(사진 오른쪽)이 인터뷰를 마친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스타트업이 크리에이터 그룹, 퍼스트 무버 그룹으로 가기 위한 돌파구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올해 CES의 슬로건은 ‘모두를 위한 휴먼 시큐리티’였다. 그간 제품과 기술 혁신을 보여주는 데 치중해 왔는데 올해는 달라졌다. 전쟁, 코로나, 기술 등으로 세계인이 모두 불안해하고 있는 만큼 혁신이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안정과 안보’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관심사를 돌린 것이다. 일부가 아닌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포용성을 높였다고 풀이할 수 있다.

존 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가 환호를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농기계 자율주행 기술은 승용차에 비하면 난이도가 낮다. 농지에서의 운행은 일반 도로에서의 운행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쉽다. BMW에서 고난도의 카멜레온 가변색상 미래차 기술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존 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가 더 많은 찬사를 받은 것은 앞으로 기술 혁신 자체보다 기술 혁신의 목적(Purpose)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방증이다. 여기에 한국 기업들의 미래 방향성이 있지 않겠나.

 

스타트업의 중요 분야 중 하나로 헬스케어가 꼽힌다. 혁신상도 많이 받고 있는데,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책이 무엇인가.

규제 개혁은 쉽지 않다. 기득권 마찰로 국회에서의 법 통과가 어렵다. 대통령이 나서도 어려운 이유다. 과거 정부 일을 하는 초기부터 글로벌을 외쳤고 규제 혁신만 마냥 기다리지 말고 가능한 지역에 나가서 하자고 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나가 성공하면 국내 규제를 안 풀어줄 명분이 없다. 규제가 혁신되기를 손놓고 기다리느니 나가서 사업하는 게 현실적이다. 정부는 규제 혁신 노력과 동시에 글로벌 진출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키워야 한다.

올해 CES에서 헬스케어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헬스케어 분야의 키워드는 ‘병원에서 가정으로, 치료에서 예방으로’였다. 디지털 대전환을 통하여 가정을 헬스케어의 허브로 만들어야 궁극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 질도 올라가고 비용 절감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가정의 변기에서 소변 검사를 하는 등 개인 맞춤형 데이터를 통해 AI를 기반으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사전 예방 및 건강관리를 추구하는 서비스가 좋은 예이다.

 

‘본투글로벌’이란 말이 있을 만큼 스타트업은 글로벌 무대에 나가면 좋을 것 같다. 현실적인 방법이 있다면.

스타트업은 국내 시장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모든 사업계획이 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CES에의 참여는 물론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로벌화 계획이 필요하다.

투자 유치는 국내외로 균형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해외의 VC들에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 미국의 VC가 한국에 온다면 최소 2박 3일의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실제로 그만큼의 경제성이 나오기 쉽지 않다. 더욱이 미국의 VC들은 대체로 한국에 본사가 있는 기업에 직접투자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 VC의 투자를 받으려면 미국에 본사가 있어야 한다. 국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플립(Flip)은 빨리 판단해서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너무 빠르면 국내 기업으로서 우리 정부의 혜택을 못 받고, 너무 느리면 세금 문제로 본사 이전이 어려울 수 있다.

이번에 CES에 갔다가 귀국 길에 실리콘밸리에서 500여 명의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가 모이는 콘퍼런스에 들렸다. 현지 VC들도 많고 액셀러레이터들도 꽤 왔다.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들이 다 모이는 자리였다. 그런 커뮤니티를 찾아 들어가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전시회를 많이 다니는 것도 유리하다. 많이 다니는 만큼 다양하게 엮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외국과 연결되기만 하면 확장 가능성이 커진다. 온라인 쪽에서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을 통해 노출을 만들어가면서 글로벌 친화적으로 만들어가면 좋을 것이다.

[K글로벌타임스 황정일 기자] hji0324@uu-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