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카지노

[스타트업 실패 노트③] 그 많던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어디로 갔을까?

전 세계서 사랑받던 크리스피크림도넛, 웰빙 열풍에 위기 봉착 기존 레시피 고수하며 웰빙 트렌드 외면했던 크리스피크림도넛의 결말 최근 재기 움직임 보이며 매장 형식 다양화 및 단독 제품 출시 등 전략 바꿔

2023-03-14     강초희 기자

대기업도 내‧외부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처럼 아주 사소해 보이는 변화가 기업을 존폐의 문 앞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이제 막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은 내‧외부 환경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해도 피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는 실패한 스타트업이 왜 실패했는지, 그들이 펼친 경영이나 전략은 무엇인지를 탐구해보며 한 번 틀린 문제 다시는 틀리지 않도록 만드는 ‘오답 노트’의 역할을 하려 한다.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다. ‘실패’를 집중 분석해 실패를 정복해본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 시리즈

[K글로벌타임스] 10년 전만 해도 줄을 서야지만 먹을 수 있었던 ‘크리스피크림도넛’의 영광을 기억한다면, 현재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에서 마치 세일 상품처럼 가판대에서 판매되고 있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의 위치에 의아함을 느낄 것이다.

사진=크리스피크림도넛

크리스피크림도넛은 1937년 설립된 미국 기업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매장에서 직접 도넛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달콤하고 쫄깃한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비싸지 않은 가격이 매력으로 꼽혔다. 전성기 때는 미국에 무려 400개 이상의 매장을 두었는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세계 각지로 진출한 입지적인 도넛 체인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크리스피크림도넛은 한 번 파산한 후, 좀처럼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던 도넛 체인점은 어쩌다 파산하게 됐을까?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건강 중시하는 ‘웰빙’ 문화로 인한 도넛의 위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미국 유학 시절 즐겨 찾았던 곳으로 알려진 크리스피크림도넛. 그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이 국내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국내 도입을 추진했고, 2004년 서울 신촌에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이 오픈했다.

오랜 기간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전설의 도넛 체인점이었던 만큼 국내에서도 그 관심이 매우 컸다.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일은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겨우 만날 수 있는 곳은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이며, 그마저도 매장이 있는 게 아니라 가판대에 놓인 채 마치 세일 상품처럼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게다가 직접 만들어 판매하던 방식과 달리 완제품의 형태다. 그 많던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은 어디로 갔을까?

사진=크리스피크림도넛 인스타그램

우선 2000년대 초, ‘웰빙’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문제는 웰빙 트렌드의 반대편에 도넛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크리스피크림도넛의 제품은 밀가루 반죽에 기름에 튀겨지고, 설탕도 듬뿍 들어간다. 본래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자체 레시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더 이상 그 레시피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회계 부정 사전까지 겹치면서 2006년 파산

크리스피크림도넛은 매장에서 도넛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신선한 도넛’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하지만 웰빙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매장에 설치된 통유리 건너편에서 도넛을 튀기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마주한 소비자들이 ‘도넛=기름’이라는 공식을 세우면서 건강 악화의 주범으로 도넛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 결과 2005년 10.7억 달러(약 1조 2034억 원)에 이르렀던 크리스피크림도넛의 미국 연간 판매액은 2009년 4.7억 달러(약 5287억 원)까지 감소하고야 말았다.

여기에 크리스피크림도넛의 회계 부정 사건도 한몫했다. 2005년 무려 2560만 달러의 회계 부정이 적발됐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손해를 가맹점에 전가한 것이다. 가맹점이 소화할 수 없을 정도의 도넛을 강매하면서 실제보다 더 많은 도넛을 판매했다고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크리스피크림도넛는 미국인들의 질타와 함께 치명타를 입었다.

결국 크리스피크림도넛은 2006년 파산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라이선스를 해외에 팔았으며, ‘크리스피크림도넛’이라는 간판만 유지한 채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시대적 흐름을 외면한 대가가 알려주는 교훈

크리스피크림도넛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실은, 경영자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웰빙’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외면했으며, 여기에 악재까지 겹쳐 회생이 불가능하게 됐다.

물론 전자에 대해서는 크리스피크림도넛도 억울한 면이 있다. 그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머쥐었으니 말이다. 이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의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충분히 여길 만하다.

그러나 건강을 중시하는 가치관은 인류의 욕망과도 같다. 웰빙은 그 이름만 변화했을 뿐 건강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은 여전하다 못해 사회의 기조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조금만이라도 이 흐름을 읽었더라면 건강을 중요시하는 ‘웰빙’이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이 아닌 뿌리 내리고 성장하는 나무였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사진=크리스핏크림도넛]

하지만 전통을 살리면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전략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아직도 크리스피크림도넛의 대표 제품을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만 떠올린다는 점이 그렇다. 기업을 대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제품 및 서비스만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다. 시장 변화와 니즈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기업의 처세술인 셈이다.

 

다시 일어서는 크리스피크림도넛, 성과 패 가르는 기준은?

현재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재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홈카페’가 트렌드 자리 잡으면서 집에서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가 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21년 다시 미국증시에 상장한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성공적인 재기를 위해 기업 전략을 대폭 바꿨다.

맥도날드와의 제휴로 맥도날드 매장에서 크리스피크림도넛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맥도날드, 크리스피크림도넛]

도넛을 직접 생산하는 거점 매장 ‘허브’와 생산 설비가 없는 점포 ‘스포크’로 나눠 물류비를 낮추고 재고 관리를 개선할 방침인 것. 대표적인 스포크는 맥도날드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은 맥도날드와 제휴해 맥도날드 매장에서 도넛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프랑스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파리 매장 외에도 쇼핑센터, 지하철역, 기차역, 공항 등 약 180개의 키오스크를 설치해 도넛 판매에 나선다. 매장마다 단독 메뉴를 출시하는 이원화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오픈한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의 경우, ‘빅 애플’ 도넛을 단독으로 선보이며 타 매장과의 차별화를 두었다.

브랜딩 전문 서적 ‘볼륨’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브랜드다움’, 즉 일관성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게 우리의 브랜드다움이 보여지는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의 재기의 성공과 실패는 이 구절에서 판가름 나지 않을까.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aftero_who@uu-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