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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실패 노트④] 人터뷰-“포기하지 않는다면 실패가 아니다” 일본 류츠케이자이대학 윤경훈 교수

"성공한 기업보다 실패한 기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스타트업 경영이 안정화 이루면서 경영자와 조직 모두 흔들리게 돼 다양성 중시하는 현대 흐름을 읽고 다이버시티 중요시 해야 초기 스타트업이라고 전통적 방식으로 조직관리 하면 안돼...테크놀로지 적극 활용

2023-03-30     강초희 기자

대기업도 내‧외부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처럼 아주 사소해 보이는 변화가 기업을 존폐의 문 앞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이제 막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은 내‧외부 환경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해도 피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는 실패한 스타트업이 왜 실패했는지, 그들이 펼친 경영이나 전략은 무엇인지를 탐구해보며 한 번 틀린 문제 다시는 틀리지 않도록 만드는 ‘오답 노트’의 역할을 하려 한다.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다. ‘실패’를 집중 분석해 실패를 정복해본다.

 

<스타트업 실패 노트> 시리즈

[K글로벌타임스] 일본 류츠케이자이대학 법학부 윤경훈 교수는 기업, 특히 스타트업은 ‘실패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랜 시간 실패한 기업들을 연구해오면서 내린 결론으로, 그는 어떻게 이러한 문장에 확신의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일까? 다양한 실패 사례를 소개하기에 앞서 윤경훈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패의 씨앗을 품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다시금 경각심을 가지고, 성공이 아닌 실패를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경영자들이 실패를 예방하기 위한 4가지 핵심 요소

일본 류츠케이자이대학 법학부 윤경훈 교수. 그는 기업의 실패 사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사진=윤경훈]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일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글을 쓰는 윤경훈입니다. 전공 분야는 교육학과 경영학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도쿄대학에서 교육학 박사를, 그리고 와세다대학에서 국제경영 박사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융합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금은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대학의 생존전략 그리고 대기업의 신규사업 전략 및 실패사례의 분석과 스타트업의 성공사례를 동시에 연구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일본 시장에 진출 및 신규사업에 관한 자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서 기쁩니다.

 

Q, 기업의 실패와 관련해서, 대표적인 예로 넷플릭스에서 다큐로 다뤘던 ‘아베크롬비’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타트업 실패 노트’에 나왔던 크리스피크림도넛과 같은 미국계 기업이면서 많은 분들에게 친숙한 기업 중 하나죠. 아베크롬비는 경영자의 도덕성이 문제였습니다. 인종차별 발언이 전 세계에서 거센 반발을 일으켰고,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었습니다.

 

Q. 이런 점에서 경영자 리스크가 스타트업에도 큰 위기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맞습니다. 보통 경영자들은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자기 경험을 비춰서 기업을 움직여요. 그러나 조직이 점점 성장함에 따라 커지면서 경영자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죠.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도 해결되는 듯하면서도 해결되지 않아요. 그렇게 회사의 정체성 부분이 조금씩 변형되다 보면 어느 순간 결국 ‘내 회사가 아닌 것 같다’라는 의구심을 가지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그다음은 다이버시티(Diversity)라고 요소에 어떻게 적응하는지가 관건일 것 같아요. 다문화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인종차별을 포함해서 스타트업 직원들은 다양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크든 작든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 스타트업 조직의 경우 처음의 일체감이 조금씩 흐트러지면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은 조직관리의 측면을 들 수 있습니다. 제가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을 집필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 디지털화가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었고, 이러한 흐름을 지켜보면서 조직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대부분 창업 멤버이기에 기업을 떠나려는 생각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서 새로운 직원이 유입되고, 그 결과 직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기도 하고 갈등도 발생합니다. 그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관리에 어떤 디지털적인 요소를 활용해 비대해지는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가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됩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을 집필할 당시에는 스타트업처럼 소규모의 기업들은 직원들 간의 정신적인 유대를 중시했는데,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디지털이라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이들이 새로운 유대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즉, 지금의 초기 스타트업 기업들은 사람 수가 적다고 해서 조직관리를 디지털 시대 이전의 형태로 굳이 운영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리 조직과리를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형태로 만들어 두면 성장의 과정에서 겪는 진통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문제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시장 트렌드를 어떻게 따라갈까’ 하는 점입니다. 시장 적응 문제인데, 이 부분은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또 변화를 앞서 가는 것도 아닌, 변화를 빨리 읽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 네 가지 요소가 경영자들이 실패를 예방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Q. 시장의 트렌드는 어떻게 따라가야 할까요?

따라간다고 표현하기보다 ‘변화를 빨리 읽어낸다’라고 말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변화를 빨리 읽어내는 기업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은 선발주자가 나타나 시장을 휩쓸고, 이러한 추세를 본 뒤에 후발주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죠.

물론 변화를 빨리 읽어내기 위한 과정 및 도전에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그렇죠.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변화를 빨리 읽어내기 위한 도전은,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생계와 직결되며 투자자의 입장의 경우 손실과 직계되어 있습니다.

이런 딜레마를 잘 극복하고 중간 지점에서 만나게 하는 일이 경영자에게 필요한 역량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영국 국영방송 BBC가 이런 부분을 굉장히 잘 중재해요. 반면 뉴욕타임스는 저물어가고 있죠. 기업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지 경영자가 판단하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업의 실패 사례를 왜 학습해야 하는가?

Q. ‘실패의 학습’이라는 말을 중요하게 여기고 계십니다. 왜 실패를 학습해야 할까요?

90% 잘 되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10% 부족한 부분이 있듯이 완벽한 기업은 없습니다. 오히려 잘되는 기업들은 항상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실패하고 있는 기업을 보려고 하지 않죠. 하지만 잘될 때 실패한 기업에 관한 학습을 하면 성공 시간을 보다 길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요. 그런 사례를 보면서 희망을 키우는 거죠. 하지만 실패하는 사례에서 기업은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실패 사례를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우리 기업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기에 실패를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대표적으로 꼽고 싶은 실패사례가 있을까요?

815콜라입니다. 한때 흥했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죠. 한국 기업, 스타트업을 비롯해서 한국인들은 한국 제품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래서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 창업을 해요. 자연스럽게 한국 내수시장으로 타깃을 한정짓는 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이미 실패의 씨앗을 품고 창업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국인에게도 외면받으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혹은 한국인을 사로잡은 다음에는요?

축구선수들이 왜 유럽의 프리미어리그를 갈까요? 야구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가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특히 815콜라는 네이밍부터 한국 시장만 겨냥했다고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된 것이죠. 글로벌 시대에 한국적인 것을 주장하는 자세는 좋지만, 기업의 이름부터 그리고 상품의 이름부터 어쩌면 스스로의 성장의 한계를 결정짓고 실패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이 거주하고 계신 일본은 실패에 대해 관용적인 편인가요?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경우 실패에 관용적이라 도전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고 합니다.

일본은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한 번 실패하면 재생이 불가능한 부분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대신 실패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다각도로 분석을 하는 경향이 있긴 하는데요. 확실한 사실은 실패하면 어쩌면 한국보다 재기하기 더 힘들다는 점입니다.

 

실패는 타인이 정의하는 것...포기하지 않으면 실패 아니다

Q. 실패에 대해서 조언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문제가 없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작은 문제들이 많이 생길 때, 이를 실패의 학습하는 기회로 삼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실패가 아니지만, 실패를 부를 수 있는 시그널이기 때문에 빨리 대처해야 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갈등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임직원 및 투자자와 갈등이 생기면, 그 갈등은 절대 실패가 아닙니다. 시간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자 실패를 예방할 수 있는 단계죠. 그렇기에 갈등을 기대하고 또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포기를 하고 실패 단계에 들어서죠.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무한정 지원할 수 없으니 이해는 하고, 그러한 포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사업을 접는 철수 단계를 어떻게 자산으로 활용해 변형시켜 전개시켜 나가는지가 중요합니다.

사실 실패는 타인이 정의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가 실패라고 정의하지 않으면, 실패는 결국 실패에서 배우는 부분이 많고, 그를 통해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가서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꼭 드리고 싶은 말인데요. 성공한 기업, 좋은 기업을 벤치마킹하지 마시고, 특히 스타트업들은 실패한 기업 등을 벤치마킹하시기 바랍니다. 성공한 대기업은 배울 것이 많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스타트업들이 투자한 시간에 비해 배움의 효과는 적을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혹시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안주하고 편한 길을 선택하고 싶어질 때 실패한 사례의 학습을 통해 도전 의식을 잃지 않는 예방주사를 맞으시길 바랍니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aftero_who@uu-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