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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로 칼럼] ‘Singapore Startup 업계의 한국인을 찾아서’···‘Fazz’의 Director of Engineering 박경민 편

2023-06-29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Q. 먼저 자기소개와 더불어 지금 하시는 일, 과거에 하셨던 일에 관해 얘기해주세요.

안녕하세요? ‘K글로벌타임스’ 인터뷰 기사 애독자로서,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현재 싱가포르 핀테크 스타트업 Fazz의 Tech Team을 맡고 있는 박경민(David Park)이라고 합니다. Fazz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금융 당국의 라이선스를 받은 기술을 활용해 소상공인,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뱅크입니다.

Deposit, Payment, Loan, Credit Card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최근에는 동남아로 Flip over 하시는 한국 기업들도 많이 사용하고 계십니다. 총직원 수는 600명 정도고, 그중 테크팀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그리고 타이완에 있습니다. 저는 이 테크팀들을 관리 운영하고 함께 제품 개발하는 역할입니다. 회사 내 타 팀 및 외부 업체들과 협업하면서, 안정적이고 신뢰를 줄 수 있는 디지털 뱅크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새로운 기술적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JP Morgan, Schroders, Macquarie Bank와 같은 글로벌 투자 은행이나 자산관리운용사의 테크팀에서 개발 업무를 했습니다. 개발자가 왜 금융권에 오고 싶어 하는지 의아해한 분들도 많을 텐데요, 저는 단순히 세상의 돈이 어떻게 흐르고 관리되는지 알고 싶은 호기심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이런 분야에서 일하면 멋있어 보이고 혹은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원초적이고 순진한 생각도 했었고요.

그동안은 트레이딩과 자산운용 분야 일을 했었고, Fazz에 오면서 처음으로 Payment를 접하게 되었는데, 핀테크의 꽃이라 할 만큼 Payment라는 분야는 범위도 넓고 흥미롭고 배울 것도 많아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이용해 복잡한 금융의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내고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제 직업이 매력적이라 생각하고, 또 거기서 오는 기술적인 도전뿐만 아니라 금융 지식까지 흡수하는 게 저에게는 더 큰 재미입니다.

‘Fazz’의 Director of Engineering 박경민

Q. Global IB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요, 어떤 각오나 계획으로 이직을 하게 되셨나요?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12년 정도 근무를 했는데, 처음에는 이름있는 대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과 프로세스가 잘 갖춰진 조직에서 일한다는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저보다 훨씬 뛰어난 동료들에게 금융 전반에 걸친 지식도 많이 배우고 현장 경험을 통해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의 범위나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너무 한정적이고, 업무의 깊이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관심 있고 경험을 쌓은 금융 지식과 전공인 테크를 함께 녹여 시너지를 잘 낼 수 있으면서도 조금 더 자유도를 가질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올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떤 대단한 각오나 포부를 가지고 스타트업에 도전한 것은 아니고, 조금이나마 체력이 받쳐줄 때 더 다이나믹한 새로운 환경에서 저를 테스트해보고 싶었습니다.

 

Q. 스타트업에 합류한 후 가장 크게 만족한 부분과 가장 크게 실망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전 직장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자유도를 가지고 일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책임감도 몇 배로 늘어났어요. 테크 스택이나 아키텍처 등 기술 전반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부분뿐 아니라, 개발/프로덕트 프로세스, 테크팀의 문화, 채용 등 제가 늘 평소에 맞다고 믿어오던 것들, 또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큰 제약 없이 다양하게 도전해 볼 수 있었습니다.

실망한 부분이라기보다 힘에 부치는 부분이라고 하면 좋은 인재 채용 같습니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첫째로 대기업이나 이름 있는 테크 기업들에 비해 인지도가 밀리고, 둘째로 그런 회사들에 비해 아무래도 처우나 복지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탐나는 인재들을 붙잡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Q. 지금 근무 중인 회사의 본사는 싱가포르지만 동남아의 다국적 임직원이 섞여 근무하는데요, 별다른 애로사항은 없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 임직원들은 5개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각자의 배경에 따라 종종 영어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또 같은 동남아권이라고 해도 각자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사고방식이나 커뮤니케이션에서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래도 서로 시간을 갖고 존중하고 이해하고 나면 그 안에서 또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행기 타는 걸 좋아하질 않는데 출장이 잦은 게 애로사항입니다.

 

Q. 금융산업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동남아의 핀테크 산업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실제 동남아 핀테크 비즈니스 현장에 있는 입장에서, 이 분야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성숙되지 않은 산업이라는 말은 곧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동남아는 여러 면에서 아직도 잠재력이 넘치는 블루오션인 것 같아요. 특히 핀테크의 경우, 동남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을 들여다보신다면 더 이해가 빠르실 거로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곳에서는 아직도 은행 계좌 개설조차 안 하거나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에 비해 인터넷이나 휴대폰 같은 인프라는 거의 없는 곳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저희 같은 핀테크 서비스가 그들의 삶에 더 유효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동남아시아의 엄청난 인구, 자영업자 및 기업들의 숫자를 고려해볼 때(인도네시아의 경우 세계 4위 인구), B2C와 B2B 시장 모두 굉장히 매력적인 곳입니다. 심지어 기존에 이미 출시되어 있는 핀테크 제품들을 잘 다듬고 현지화해서 적당한 시점이 왔을 때 진출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전략일 것 같습니다. 이러한 배경들만 놓고 봐도 동남아의 핀테크 비즈니스 전망은 아직도 기회가 무궁무진한 긍정적인 마켓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싱가포르는 핀테크 허브로 포지셔닝을 잘하고 있습니다. 실제 싱가포르에서 핀테크 비즈니스를 하기에 어떤 부분이 유리합니까?

첫째, 싱가포르는 금융 혹은 핀테크, 심지어 가상 자산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잘 갖춰져 있는 편입니다. 홍콩과 더불어 가장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 시도를 하고, 알려지지 않은 시장을 포용하려 노력하는 편이며 관대합니다. 실제로 MAS(Monetary Authority Singapore, 싱가포르 통화청)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찾고자 하는 대부분 자료가 있고 꽤 구체적이고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금융 당국의 프레임워크가 굉장히 디테일하고 엄격하지만, 그것들을 잘 지키면서 비즈니스를 한다면 되려 정책 기준이 모호한 다른 마켓에 비해 성장 기회가 훨씬 높습니다. 이렇듯 타이트한 싱가포르 시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잘 운영할 수 있으면, 그 어디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둘째, 싱가포르가 해외에서 유입되는 기업들에 대해 포용력이 높습니다. 세금 혜택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한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것 중 하나입니다. 셋째, 제3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의 역할을 합니다. 지리적인 위치, 동남아의 선진 금융 허브, 영어권 국가와 같은 이유로 싱가포르를 테스트 마켓 거점으로 삼아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케이스들이 많습니다.

 

Q. 귀사의 주력 시장은 인도네시아지만 본사는 싱가포르입니다. 많은 동남아시아 스타트업들이 이런 구조로 되어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히 핀테크 스타트업에게 더 유리한 부분이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싱가포르는 비즈니스를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모호하지 않고 확실한 기준을 제시해주며, 세금 혜택도 존재하고 전 국민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핀테크에 한정한다면 아무래도 금융 당국의 확실한 라이선스 체계와 가이드라인인 것 같습니다. 금융 선진국이 만든 이러한 프레임워크는 결국 주변 국가들이 배우고 따라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업에서 보면 실제로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한 스텝 빠르게 비즈니스를 테스트해본다는 점에서 유리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탄탄한 기반을 두고 주변 나라로 확장을 해나가는 구조가 보편적인 것 같습니다.

 

Q. 싱가포르에서 한국계 스타트업과 동남아 로컬 스타트업을 다 경험해보신 입장에서, 어떤 부분에서 차이를 느끼시나요?

우선 공통점이라면, 모든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사내 육성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디든 다 배가 아주 고픕니다. 제가 스타트업에 대해 완전 문외한이었을 때는, 만화책이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내가 세상을 바꿔 놓겠어’ 하는 열정과 패기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지인 찬스와 네트워크가 엄청나게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전화 한 통 혹은 이메일 한 통이면 만남이 주선되는 걸 보면서, 인맥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어쨌든 스타트업은 결국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고 그러면서 운이 좋으면 투자까지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요.

저 또한 투자 담당자와 커피 마시며 가볍게 시작한 이야기가 투자까지 이어지는 놀랍고도 뿌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로컬 스타트업은 주 활동무대가 싱가포르를 필두로 한 동남아다 보니 창업자를 포함한 임직원들의 기반이 동남아라는 사실이 한국계 스타트업보다는 크게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전화 한 통 날리기 더 수월하다는 점에서요.

Q. 싱가포르 및 동남아의 현재 IT 인프라 수준과 개발자 수준을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과 비교해 어떤 부분이 더 나은 것 같고, 어떤 부분이 아직 뒤진 것으로 보입니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국의 IT 인프라 수준과 개발자들의 실력은 단연코 전 세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개발자 출신으로서 다양한 국적의 개발자들과 소통하고 또 제가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만, 실력과 생산성 면에서는 한국 개발자들의 지식 깊이와 활용 능력은 단연 압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늘 안타깝게 생각했던 점은 영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장벽인데, 이 부분만 해소된다면 한국 개발자들이 전 세계 어느 회사 테크팀이든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대적인 수준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채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개발자 품귀현상과 테크 업계에 전반적으로 불었던 광풍 때문에 비용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큽니다.

전반적으로 동남아 IT 인프라는 어디든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으나 아직은 많이 발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 앱이나 웹 개발을 할 때 서비스가 차지하는 용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정도로 아직은 인프라의 수준이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Q. 싱가포르 스타트업계, 중소벤처업계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많아졌지요? 채용 주체 또는 동료 입장에서, 현지인에 비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특히 최근 2~3년간 핀테크 열풍, 싱가포르에 관한 관심 증가 덕분에 꽤 많은 업계 분들을 뵙곤 합니다. 현지에 상주하지 않더라도 한국과 싱가포르를 자주 오가는 분들도 정말 많이 계시고요.

제가 감히 장단점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현지인보다 한국인들의 채용이 어려웠던 이유를 공유하자면 첫째 영어, 둘째 취업비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훌륭한 실무 실력에 비해 영어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싱가포르 노동청(MOM)도 현지 영주권자와 시민권자에 대한 고용을 더 장려하면서, 외국인 채용에 대한 취업비자 Quota를 점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정말 좋은 인재라 최종 인터뷰까지 다 통과했음에도, 취업비자 승인이 나지 않아 채용을 못 한 케이스가 종종 있었습니다.

 

Q. 스타트업이 해외진출을 검토할 때,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앞서 싱가포르를 동남아 거점으로 삼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이 실제 싱가포르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싱가포르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우선 장점을 꼽자면, 심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지역의 영어권 국가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시장입니다. 관리와 운영에 자신이 있다면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되 가까운 동남아 쪽의 인력을 원격으로 고용하는 것도 비용 관리 측면에서 고려해볼 만합니다.

또 싱가포르는 외국 기업 유치에 개방적이고 적극적이기 때문에, 잘 알아보시면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도 꽤 있고 세금 혜택도 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투자 유치 기회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입니다. 싱가포르 핀테크 시장은 정말 많은 돈이 유입되는 곳입니다. 인큐베이터부터 글로벌 VC까지 많은 투자자가 좋은 기업들을 찾기 위해 늘 조사하고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한국보다 인구가 훨씬 적기 때문에 사업 모델이 B2C라면 사업의 방향성과 전략을 잘 고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아무리 세계가 글로벌화되었고 K-콘텐츠가 많은 나라를 한국과 가깝게 연결해주었다 해도, 여전히 싱가포르는 한국과 언어도 문화도 다른 곳입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이 싱가포르에서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현지화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Q. 실제 싱가포르에서 팀을 만들고 제품을 개발하면서, 싱가포르기 때문에 어려웠던 부분과 유리했던 부분은 뭐였나요?

싱가포르여서 팀빌딩을 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 민감한 문제일 수 있겠지만 고용의 유연성이 싱가포르의 장점입니다. 스타트업은 내외부의 요인들에 의해 언제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를 건너는 배와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 팀의 규모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하는 때가 필연적으로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또한 채용과정이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저성과자의 낮은 퍼포먼스가 오래 지속된다든가 태업이 있을 때 스타트업의 인내력은 대기업에 비해 높지 못합니다. 싱가포르의 노동법은 이런 부분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제가 있었던 호주 그리고 미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한 해고는 지난 14년 동안 저는 단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싱가포르의 노동법이 고용 시장을 더 활발하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Q. 싱가포르 외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도 같이 경험하고 있는데요, 인도네시아 핀테크 시장에 대해 기대가 크겠습니다. 막연한 질문이긴 한데, 한국 스타트업 입장이라면 인도네시아 시장을 도전할만한 곳으로 볼만할까요?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인구 4위이며 아직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큰 아주 탐이 나는 시장임이 틀림없습니다. 한국에서도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를 눈여겨보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내수시장이 극도로 발달되어 있는 굉장히 특수한 시장입니다. 그 때문에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자에게 문턱이 높은 편입니다.

또한 법인 설립이나 필요에 따라 취득해야 하는 라이선스 종류가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고, 라이선스 취득 여부에 따라 법인 설립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의 경우 법인 하나로 여러 개의 라이선스를 받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나, 인도네시아는 라이선스마다 별도 법인을 가져가야 하는 등의 복잡한 규정이 있습니다.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며 완벽하게 보편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와 공부가 선행되어야 하고, 네트워크가 없다면 쉽게 진출하기는 어려운 시장입니다.

 

Q. 싱가포르에 현지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뭐라고 보시나요? 싱가포르/동남아 진출을 꾀하는 한국 스타트업이나 한국인 창업자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여러 사업가분들을 만나 뵙고 종종 상담해 드리기도 합니다만, 의외로 많은 분이 해외 진출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제품과 팀이 받쳐준다고 해도, 어느 시장이든 현지화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계획이 필요합니다. 문화, 마켓의 니즈, 관련 규정 등 아주 다릅니다.

라이선스 취득의 경우 조건이 까다롭거나 취득 기간이 길기도 합니다. ‘일단 나가면 어떻게든 풀리겠지’보다는 많은 선행학습과 현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조언을 많이 구하면서 계획을 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원 대표님도 이 부분에서 예전에 깊이 있는 기사를 써 주셨는데 제가 굉장히 많이 공감했습니다.

 

Q. 처음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은 현지 인력 채용과 팀 구성이 문제인데요,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배고픈 스타트업의 팀 구성 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사례가, 비용이 저렴한 주니어 개발자들을 대거 채용해 프로덕트를 만들고 수익구조가 생기면 그때 시니어를 뽑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반대의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오늘 묻어둔 실수나 기술 부채를 시간이 한참 지난 후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경험이 적은 주니어들 위주로 시작한다면 이런 기술부채는 점점 불어나고 나중에는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돼버리거나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프로젝트가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소수라도 핵심 시니어 인력이 모여 배고픈 시간 잘 이겨내며 기반을 닦는 게 낫다고 봅니다.

예산이 너무 빠듯하다면 극소수의 시니어와 외주 업체를 조합해 팀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당연히 IP에 관련된 핵심 개발은 내부적으로 소화를 해야겠죠. 그 외의 부분들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시니어가 면밀하게 관리한다면 가성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다 지불했고 납기일은 다 됐는데, 외주 업체가 잠적하거나 생각지도 않은 뚱딴지같은 결과물이 나오거나, 납기일을 못 맞추는 등의 외주 괴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하고 세심한 관리 감독이 병행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저 또한 모바일 앱 개발의 일부를 베트남 외주 업체와 1년여 함께 한 경험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대단히 만족했고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Q. 싱가포르에서 한국 정부기관이나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와 교류가 있는지, 어떤 도움을 받는지요? 싱가포르 내 한인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제안을 하고 싶은지?

싱가포르라는 나라 자체가 작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안의 한국 스타트업 종사자분들과도 종종 교류가 있습니다. 사적으로 만나서 일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투자 기회를 공유하기도 하고, 도움이 될만한 좋은 분들을 서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해외에 나와 오래 살다 보니 느끼는 점은, 한인 커뮤니티는 다른 나라 커뮤니티들보다 더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모두가 조금 더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나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Q. 호주에서 공부하고 일을 하다가 싱가포르로 이주하신 이유가 있나요?

저는 호주에서 개발자로 금융권에서 10년 일했지만, 금융이라는 도메인이 더 활발하게 형성되어 있는 마켓에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다니던 투자은행에서 런던, 뉴욕 지점으로 갈 기회도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차에 싱가포르와 연이 닿았습니다.

지리적으로 한국과도 가깝고 무엇보다 동남아 쪽에서는 금융의 허브인 싱가포르가 자연스러운 다음 스텝으로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이주를 하고 보니 재미있는 기회도 많이 보이고, 많은 것들이 더 빨리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각계각층의 더 다양한 분들을 만나볼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 호주, 싱가포르에서 생활하며 개인적으로 느낀, 생활인으로서 싱가포르의 장단점은? 국민 특성이나 관행적인 측면에서 싱가포르인이 한국인에 비해 확실히 달라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하시겠지만 싱가포르 굉장히 덥고 습합니다. 5년 차에 접어든 저도 아직도 적응 중입니다. 더위도 더위지만, 계절의 바뀜이 없다는 게 계절의 흐름에 무감각해지고 자연스럽게 몸도 조금 느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싱가포르의 국민은 한국인들보다 훨씬 더 여유가 있습니다.

아무리 느려도, 실수가 있어도 크게 화를 내는 사람이 없어 신기합니다. 처음엔 정말 이해가 안 됐지만, 이제는 저도 당연한 것이라 여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일 처리는 한국 사람들이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내는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싱가포르에서의 커리어 계획은?

우선은 지금까지 하고 있었던 것처럼, 필요하신 분들께 컨설팅해드리기도 하고, 제가 맡고 있는 회사에 집중하며 회사를 더 키워내고 싶습니다. 감사하게도 테크 커리어에 한정해 본다면 해보고자 했던 것들은 많이 해본 것 같습니다. 추후엔 재밌는 아이디어를 가진 좋은 분과 팀을 만나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지금처럼 Tech Advisor나 CTO로서 조력자가 되고 싶습니다.

 

Q. 사업을 한다면 어떤 아이템에 관심이 있나요?

세상에 정말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존재하지만, 아직도 해볼 기회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템이 꼭 세상에 없는 것이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도 출시되기 전에 다른 모바일 메신저가 없던 게 아닌 것처럼요. 사회초년생일 때부터 혼자서 구상해서 개발하고 사업화 직전까지 가본 아이템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시야를 넓혀 보니 비슷한 서비스들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었어요.

그런 점에서 저는 UX (User Experience)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더라도 시대가 원하지 않거나 사용 경험이 훌륭하지 않다면 쉽게 사장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템을 발굴하고 상황과 시대에 맞게 개선하고 사용 경험을 극대화한 서비스를 론칭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자신 있는 핀테크 분야도 좋고, 커리어 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환경보호 분야의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uu-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