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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도 느낀 영화 번역의 한계, 그 장벽 허무는 ‘엑스엘에이트’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 플랫폼 영상 콘텐츠 초벌 번역 담당하는 AI 번역 기술 번역 시장에서 외면받던 구어체 완벽하게 번역···신조어, 비속어도 초월 번역 가능 정확도 90% 이상으로 끌어 올리며 번역 시간 획기적 단축 성공

2023-07-17     강초희 기자

[K글로벌타임스] 언어장벽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분야는 영상 콘텐츠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한다면 보디랭귀지나 번역기를 사용하며 어느 정도 소통이 된다. 서류는 그보다 훨씬 쉽다. 표준어로 작업된 만큼 번역이 어려운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 콘텐츠는 다르다. 캐릭터를 맡은 배우의 발성을 포함한 연기 습관, 구어체에다 신조어와 속어까지 그 나라 문화를 반영하니 보통 실력으로 영상 콘텐츠를 번역하기란 매우 까다롭다.

엑스엘에이트(대표 정영훈)는 AI 기술로 언어장벽을 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다. 물론 이와 비슷한 AI 번역 기업은 전 세계에 차고 넘긴다. 그렇다면 엑스엘에이트는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동종업계 타 기업과 다른 솔루션을 내놓고 있는 것일까. 세계 제패를 꿈꾸는 엑스엘에이트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구글 번역이 하지 못했던 구어체 번역, 엑스엘에이트 선점

정영훈 엑스엘에이트 대표. [사진=엑스엘에이트]

2019년 정영훈 대표가 엑스엘에이트를 설립했을 당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구글에도 번역 기능이 있지 않으냐”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숨은 뜻이 있다. 글로벌 기업만이 기계 번역 산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 그리고 번역 시장에서 구글과 싸워 이길 수 있냐는 의미다. 물론 그 말은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옳지도 않다.

정 대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길 수 있다. 카운터 포지셔닝, 가격 경쟁, 시장 세분화 전략으로 말이다”라고 전했다. 엑스엘에이트는 그중에서도 시장 세분화 전략을 택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50개 이상의 번역 회사 중 미디어에 특화된 스타트업은 엑스엘에이트가 유일하다.

이 선택은 탁월했다. 전 세계 모든 번역 기업은 문어체 번역 시장에 집중했다. 반면, 엑스엘에이트는 구어체 번역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때마침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구어체 번역에 대한 수요 역시 급증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인력을 활용해 번역했다. 그 과정에서 잘못 번역한 사례가 있었으며, 시간과 비용이 오래 걸려 개봉 시기를 늦춰야 하는 예도 있었다.

미디어캣 활용한 더글로리 번역 작업 화면. [사진=엑스엘에이트]

엑스엘에이트는 이런 문제를 일찍이 간파했다. 기존 기계 번역 정확도가 60% 수준이라면 엑스엘에이트가 개발한 번역 자동화 도구 ‘미디어캣’ 번역 정확도는 무려 80~90%에 이른다. 덕분에 OTT 플랫폼에서 서비스 중인 K-드라마의 번역 수준이 월등히 올라갔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에 나온 대사 “콩밥은 네가 먹어라”라는 “You’ll end up in jail(감옥은 네가 갈 거야)”로 자동 번역돼 전 세계인들의 K-드라마 이해도를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화상통화도 바로 통역 가능

미디어캣(MediaCAT)은 엑스엘에이트의 대표 미디어 현지와 플랫폼으로, 엑스엘에이트의 기존 AI 솔루션을 바탕으로 번역가 개인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작업 방식을 제안한다.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본격적 번역 전에 진행하는 전사 작업 및 타임코드 기록 자동화, AI를 활용한 다국어 자동 번역, 그리고 전문 번역가의 기계 번역 후 사후 편집 등이다. 이 외에도 몇 번의 클릭만으로 더빙이 가능하며, 보이스오버까지 하나의 툴에서 작업할 수 있다.

이벤트캣 포 줌 자료화면. [사진=엑스엘에이트]

지난 6월에는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3’에 참가해 연사들의 사전 녹화 영상을 미디어캣을 통하여 단시간 내 고품질의 번역 자막을 제작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실시간 화상회의 통합 애플리케이션 ‘이벤트캣 포 줌(EventCAT for Zoom)’을 선보였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회의를 시작할 때 호스트가 사용 언어를 선택하고, 참가자들 역시 호스트가 설정해둔 언어 중 본인이 사용할 언어를 선택하면 실시간으로 자동 번역된다. 언어는 한국어를 포함한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등 25개 언어를 지원한다. 이는 구어체 번역에 특화된 엑스엘에이트의 기술이 총망라해 녹아들어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영화 번역 ‘1인칭 장벽’ 부수며 번역 시장 제패 목표

구어체 번역에 높은 수준의 기술을 이룬 배경에는 단순 문장만 번역하는 일차적인 방식이 아닌, 앞뒤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번역하기 때문이다. 즉, 번역의 고도화가 이뤄진 셈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엑스엘에이트가 번역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75% 수준이던 번역 정확도가 90% 이상 올라갔다.

이뿐만이 아니라. ‘멀티 모달리티’ 기술도 엑스엘에이트의 자랑이다. 대사 외에 목소리, 움직임, 배우가 맡은 성별과 나이 등 비언어적 요소를 AI가 파악해 더 자연스럽게 번역한다. 그 결과 영상 번역 과정에서 약 32% 정도의 시간이 단축됐다.

그간 엑스엘에이트는 80만 시간이 넘는 분량의 영상을 번역했으며, 번역 단어 수와 글자 수는 각각 20억 개, 100억 자다. OTT 플랫폼의 초벌 번역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고 봐도 좋은 기록이다. 지난 7월 11에는 미국 정부에 속기, 트랜스크립션 및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AHT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30여 년간 플로리다주 정부에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AHT와 협업을 통해 엑스엘에이트는 번역 엔진을 최적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계 번역 제품의 정확도를 향상시킨다.

번역한 작품은 커튼에 가려진 여인과 키스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세계적인 영화 거장 봉준호 감독 역시 영화 자막을 ‘1인치 장벽’이라고 표현했다. 문화와 어조의 미묘한 차이를 언어권이 다른 국가에 그대로 전달하는 일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엑스엘에이트는 이 ‘커튼’을 걷고, ‘장벽’을 무너트릴 생각이다.

정영훈 엑스엘에이트 대표는 “5년 안에 AI 번역의 정확도가 99%까지 올라설 예정이다”라며 “혁신 AI 기술로 언어장벽을 허물어 많은 이들이 더욱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aftero_who@uu-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