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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해외 중심에 서다⑦ ] '동남아 국민백' 마르헨제이, 비건 스토리로 글로벌 잡화 시장 '흔들'

작년 기준 해외 수출 누적 수주액만 100억원 달성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미주· 유럽 확장

2023-07-26     김유하 기자

[K글로벌타임스] K패션이 해외 시장에서 '신명품'으로 불리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큰 이기를 끌면서 최근 국내 패션 스타트업 브랜드에 대한 해외 유통 채널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섬,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등 대기업부터 우영미 등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해외 진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 중국 매출이 절대적이었다면 이제는 미국과 유럽, 대만, 중동까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입점 제안이나 대량 수주를 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리테일에서 주목하고 있는 K패션 스타트업을 만나봤다.

마르헨제이 인도네시아 매장 [사진=마르헨제이]

'동남아시아가 사랑한 비건 핸드백.' 브랜드 마르헨제이 앞에 최근 붙은 수식어다. 이미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민 핸드백으로 자리매김하며 사세를 확장 중이다. 해외 인기에 힘입어 수출 수주액만 100억원에 달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들어 화제가 된 핸드백도 바로 이 브랜드 제품이다. 

마르헨제이는 비건 핸드백 브랜드답게 동물 가죽 소재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도 캔버스 백이다. 마르헨제이의 스테디셀러인 '리코백'은 합리적인 가격대와 실용성,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도네시아 고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가볍고 물놀이 적합한 캔버스 재질, '리코백' 국민 가방 등극 

지난해 말 기준 마르헨제이는 인도네시아에서만 오프라인 매장 14개점을 오픈하는 등 해외 시장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외에도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매장을 추가 오픈하거나 팝업스토어를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연 매출 400억원까지 확장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지난 2021년 마르헨제이는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이스타일'과 손을 잡으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2022년에는 인도네시아와 독점 계약을 진했다. 이미 2018년 싱가포르 SIFT&PICK에 입점해 동남아의 분위기와 마켓 시스템을 한번 경험했던 터라, 두번째 해외 진출인 인도네시아에서도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마르헨제이를 론칭한 조대영 알비이엔씨 대표는 가죽처럼 보이거나 가죽보다 더 고급스러운 무드를 연출하는 가방을 만들기 위해 사방팔방 원단을 구하러 뛰어다녔다. 서울 동대문 시장을 수개월간 오가면서 브랜드 정체성에 어울리는 소재를 찾아다닌 것이다. 본인이 실제로 채식주의자이기도 했기에 동물가죽을 제품이 쓰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브랜드를 처음 만들 때만해도 '비건'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였다. 가방을 동물가죽이 아닌 것으로 만들면 '튼튼하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와 소비자의 편견의 벽을 뛰어넘는 것 역시 조 대표와 브랜드의 과제가 됐다.  

하지만 그 당시 스텔라 매카트니라는 영국 유명 디자이너이자 브랜드가 인조가죽을 제품에 이용해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트렌드를 조성하고 있었다. 신시장이 열린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가장 먼저 비건 핸드백을 만드는 브랜드가 되자고 마음 먹었고, 발빠르게 선점한 시장 점유율 덕에 지금의 마르헨제이로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지속가능 핸드백, 가죽일 필요 없어...'비건'으로 생각 전환 

비건 핸드백 브랜드 마르헨제이 [사진=마르헨제이]

마르헨제이가 국내외로 사랑받는 또다른 이유는 가성비면에서 훌륭하기 때문이다. 보통 고급 가죽을 쓴 핸드백 만큼이나 비건 핸드백이 가격대가 상당히 높다. 그런데 스텔라 매카트니를 비롯해 글로벌 브랜드에서 내놓은 비건 제품들과 비교하면 마르헨제이 가방은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이다.  

남는 것이 있겠냐는 주변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고. 당장은 수익이 크게 나지 않더라도 분명 비건 스토리를 담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충분히 어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보다는 비건에 대해서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서구권 트렌드라는 예상에서다.  

그러던 중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먼저 마르헨제이를 향해 관심을 보였다. 특히 한국과 문화적,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동남아 유행지의 중심지이자 국민 소득도 높은 싱가포르에 먼저 진출해 해외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었다. 휴양지이고 또 물놀이를 자주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마르헨제이의 캔버스 백은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실용템'이 됐다.  

소재만큼이나 마르헨제이가 선보인 다양한 컬러 역시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어디에서나 어울리는 무난한 검정 컬러의 핸드백을 여성들이 많이 들고 다녔는데, 이 브랜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오히려 화려한 컬러를 입힌 제품을 다양하게 쏟아냈다. 

마르헨제이의 전략은 해외에서 적중했다. 현지인들도 구입을 많이 했지만, 해외로 여행을 온 국내 고객들이 한국에 없는 컬러를 발견하고 트렁크에 쓸어담아가는 경우까지 생긴 것이다. 이 외에도 브랜드 로코를 시원시원하게 넣은 로고플레이 디자인 역시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가 됐다. 

선인장 껍질 등 참신한 소재 사용 적극, 미국·유럽 진출 모색

이 브랜드의 또다른 경쟁력 중 하나는 가방의 소재가 참신하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도 이 점에 주목한다. 동물 가죽보다 더 튼튼하고 내구성이 좋은 소재들을 기가막히게 찾아내는 것 역시 마르헨제이의 강점이다.

특히 '애플레더'를 접목시킨 것이 신의 한수였는데, 세계적인 식음료 제조사에서 주스나 잼을 만들고 남은 과일 껍질이나 씨 등을 재활용한 애플레더로 가방을 만들어 판매했다.  

추후 마르헨제이는 동남아시아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미국, 유럽, 호주 등 진출 국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비건 소비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를 잡아가는 요즘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면서 여러 나라의 2030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비건 핸드백'이라고 자신의 SNS에 소개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실제로 마르헨제이는 싱가포르, 일본,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미주, 호주 등 진출 국가를 늘리고 있다. 일본은 현지 유통사를 통해 판매 중이며 매 시즌 구입 물량도 늘고 있다. 현재 마르헨제이 일본 자사 온라인몰 구축에 돌입했다. 이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은 현지 파트너사 통해 판매를 시작하고 대만, 태국의 '노텍'과 계약을 맺었다. 

조 대표는 "아시아권 고객들은 한국 패션 아이템에 관심이 많고, 비건이라는 트렌드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며 "마르헨제이가 앞세운 고품질, 디자인, 친환경 메시지가 주목받았는데, 향후 확장될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루트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K글로벌타임스 김유하 기자] sh@uu-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