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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칼럼] 베트남 가상 인물 어디까지 왔나?

2023-09-04     김도연 메가존클라우드 베트남 이사 / VSV Capital 벤처 파트너
김도연 메가존클라우드 베트남 이사 / VSV Capital 벤처 파트너

[K글로벌타임스] 한국의 90년 중∙후반대는 연예 기획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육성됐습니다. 지금의 40대에게 폭발적인 인기가 있었던 HOT, SES, 베이비복스, 젝스키스는 연예 기획사라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마케팅을 통해 무대와 미디어에 데뷔했습니다.

한편, 90년대 후반은 닷컴 버블의 시작점이자 2D(2차원) 기술이 3D(3차원) 기술로 점차 넘어가는 시기기도 했습니다. IT업계는 3D 그래픽과 3D 캐릭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단순한 IT 기술을 넘어 콘텐츠와 연계한 사업으로 확장했습니다. 이에 3D 영화와 게임이 발전하게 되는데, 그중 한국에서 유독 특이했던 분야는 사이버 가수의 등장입니다.

혹시 저와 동일한 (70년대생) 시대를 사셨다면 한국의 사이버 가수 ‘아담(Adam)’을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 가수 초기 제작부터 배우 원빈을 CG(Computer Graphic) 모델로 해 등장한 아담은 아담소프트가 3D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사이버 가수입니다. 아담은 97년 ‘세상에 없는 사랑’이라는 곳으로 앨범을 발매해 20만 장을 판매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세상에 없는 ‘사람’이 제목으로 더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사이버 가수 아담과 그와 관련된 KBS 뉴스 보도. [사진=유튜브]

이후 아담은 가요 프로그램인 ‘가요톱텐’에도 출연하면서 ‘세상에는 없는 사람’ CF (LG생활건강) 등의 가상공간의 연예인으로서 활동했습니다.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높은 제작비와 3D 기술, 그리고 IT 기술의 한계 등 단점을 가지고 있기도 했습니다.

당시 아담소프트 대표의 말에 의하면 2~3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억 단위의 비용이 들었고, 퀄리티도 가상인물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 3D 인물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현실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담기에는 많이 역부족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게 됐습니다.

 

2020년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2020년대 이후, CF 속에 가상인물들이 급격히 증가하게 됩니다. 비약적인 발전을 한 3D 기술과 AI 기술력, 여기에 SNS 인플루언서로서 실제 인간과 같은 생활을 공유하고 팔로워를 모으며 팬덤 또한 가지고 있어 향후 다른 CF 외에도 가수, 드라마, 영화 등에서 활약할 것을 사람들이 은근히 기대하게 됐습니다.

한국의 가상인물. 좌측부터 롯데홈쇼핑의 루시, LG전자의 김래아. [사진=롯데홈쇼핑, LG전자]

이제 가상인물은 CF를 넘어 쇼핑 호스트, 라이브 커머스, 게임 주인공, 홍보 대사, 그리고 뉴스 앵커까지 발전했습니다.

 

2023년 베트남의 가상 인물

한국의 1990년대 후반과 베트남의 2010년대 중반은 연예 기획사와 IT가 점차 접목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연예인은 방송사나 콘텐츠 제작사에 소속될 수 있으나, 연예 기획사처럼 체계적인 교육이나 양성 과정을 통해 시장에 전략적으로 데뷔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름(인지도) 또한 알릴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아이돌 가수들이 호치민의 유명 클럽에서 데뷔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연예 기획사와 IT의 만남은 한국의 MCN(Multi-Channel Network)의 경험을 토대로 베트남에 도입한 크리에이토리(Creatory)로부터 시작됩니다.

베트남 MCN 크리에이토리. [사진=크리에이토리]

 

 

크리에이토리의 VI SENSE와 Eve Linh

베트남 최초의 MCN 크리에이토리는 2014년 창업해 초기부터 SNS 중심으로 인플루언서(베트남어로 ‘KOL’)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중심으로 게임스트리머, 패션, 커머스, 먹방(먹는 방송) 등 다양한 KOL들이 크리에이토리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수백만 이상의 팬덤을 보유하게 됐고, 커뮤니티 활동 영역과 CF, 예능, e-sports 방면으로 활동을 넓혀 갔습니다.

크리에이토리는 2021년 8월 베트남에서 ‘Vi Sense’라는 가상 모델을 런칭했습니다. 이는 베트남에서 최초의 가상인물이자 아이돌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콘텐츠 3D를 이용한 콘텐츠 제작 방식은 고비용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 같은 시장에서 ROI 확보가 쉽지 않았습니다.

크리에이토리에서 만든 가상 모델 Vi Sense. [사진=페이스북]

크리에이토리는 AI 기술과 Web3.0 커뮤니티 기술을 바탕으로 ‘Eve Linh’이라는 가상 아이돌을 데뷔시켰습니다. 사실 Eve Linh은 90년대 후반의 아담이라는 가수, 댄서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 아이돌 영상을 학습하며 모션 캡쳐를 가능하게 했으며, 특정 음악이나 음성에 맞춰 자동으로 표정과 입의 위치도 구현이 가능합니다. 나아가 다양한 언어로 음악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Eve Linh은 AI의 학습 방식의 하나인 ‘딥러닝’을 기반으로 수만 명의 베트남의 미인 이미지를 합성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전 세계인이 가장 호감 가는 베트남 미인의 얼굴을 만들었습니다.

베트남 크리에이토리에서 개발한 AI 가상 인물 Eve Linh. [사진=틱톡]

Eve Linh 외에도 크리에이토리의 아티스트들은 기획, 촬영, 작곡, 안무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SNS, TikTok 등에서 KOL 활동뿐만 아니라 CF, 가수, 배우로서 역할이 기대됩니다. 크리에이토리는 약 10년간 베트남에서 탄탄한 MCN 기획과 콘텐츠 제작의 경험, 크리에이터와 팬들의 커뮤니티 운영 능력을 Web3.0과 DAO(탈중앙화된 자율 조직)를 통해 가상 아이돌과의 유대감을 형성했으며, NFT 영역까지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BoBo Studio의 Ann

크리에이토리 외에 베트남 보보스튜디오(BoBo Studio)는 AI 가수 ‘Ann’을 2023년 4월에 런칭했습니다. Ann은 데뷔곡 ‘Lam Sao Noi Thoung Anh(how to say I love you)’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AI 가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Ann 역시 AI와 AI 필터 기술을 이용해 여러 음악을 보컬에 혼합했고, 노래가 립싱크가 아닌 실제로 라이브하는 것처럼 들리게 하기 위해 자연어 적용, 표정 및 입 모양 관리 등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또한, 아이돌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수 외에 모델, 연기, 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으로 진출할 예정입니다.

베트남 BoBo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AI 가수 Ann. [사진=BoBo 스튜디오]

실제로 유튜브를 보시면 가상인물이라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느낌이 들고, 그래픽의 부자연스러움이 다소 있어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Lao Dong TV의 베트남 최초의 가상 앵커

베트남 Lao Dong TV는 2021년 7월 베트남 최초로 AI 기반의 뉴스 앵커를 통해 일일 뉴스 및 breaking news를 공식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본 기술도 AI 딥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실제 앵커의 입, 얼굴 표정, 제스처 등을 구현했습니다. 또한, 앵커는 마치 외국인과 똑같은 입 모양 및 발음으로 각종 다국어를 지원해 언어의 장벽을 상대적으로 없앴다고 볼 수 있습니다.

AI 앵커가 방송하는 Lao Dong TV 뉴스. [사진=유튜브]

베트남 내의 AI 앵커는 Lao Dong TV뿐만 아니라, HTV 등 대형 방송사에서도 검토 중입니다. 아무리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이라고 하지만,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다수의 뉴스 등을 여러 앵커가 다양한 채널과 언어로 소화하기에는 현재 무리가 있습니다.

 

마치며

과거 아담이 3D 그래픽에 의존도가 높았다면, 2023년 베트남의 가상인물은 3D뿐만 아니라 AI, Web3.0, NFT 기술이 접목됐으며 파급력 있는 SNS를 통해 다양한 팬덤과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연예인이 아닌 모델, 아이돌, 영화 배우, 뉴스 앵커 등으로 활동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인물은 결국 콘텐츠라는 본질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 기획, 제작 기술이 없는 회사가 접근한다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BM 개발이 없다면 매력적인 ROI를 보기 힘들다는 점을 명시해야 합니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uu-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