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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기 칼럼] 2024년 글로벌 FDI 전망을 어렵게 하는 정치적 요인

2023-12-27     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해마다 이즈음이 되면 여러 국제기구와 민간 연구기관에서 내년의 경제전망을 내놓곤 한다. 일부 상이한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에는 대부분 유사한 전망을 제시하는 터에, 대략적인 향후 경제를 예측해 볼 수 있다.

글로벌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외국인직접투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UNCTAD, OECD 등의 국제기구는 물론 영국 Financial Times 계열의 ‘fDi Markets’ 등 민간 FDI 조사기관도 자체 통계에 기반한 차기 연도 전망을 제시하곤 했다. 그런데 올해 2023년 말에는 조금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UNCTAD 등 국제기구들이 2023년 글로벌 FDI 약세 흐름 등을 전망할 뿐, 2024년에 글로벌 FDI에 대한 어렴풋한 수준의 전망조차 제시하지 않는 모양새다.

 

2024년 방향성 수준의 전망도 제시되지 않는 상황

먼저 UNCTAD는 지난 7월 보고서(World Investment Report 2023)를 통해 高물가·지정학적 긴장 지속, 금융시장 혼란發 투자 불확실성과 개발도상국의 높은 부채 수준 등의 요인으로 2023년 글로벌 FDI 약세를 전망했다. 그리고 2023년 1분기 이미 M&A型 FDI 감소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징후가 관측되었다고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UNCTAD는 매년 10월경 당해 연도 동향과 다음 연도 FDI를 전망하는 보고서(Investment Trends Monitor)를 발간해 왔으나, 2023년 12월 말이 다 돼가도록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OECD는 지난 10월 발행한 보고서(FDI in Figures)에서 2023년 상반기 글로벌 FDI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 상반기 글로벌 FDI가 7,270억불 기록, 2022년 상반기의 1조221억불 대비 △30% 감소했다는 것이다. 특히, 2023년 2분기 2,622억불로, 직전 1분기 4,649억불 대비 △44% 급감한 점에 주목하며, 2023년 시간이 경과할수록 감소세가 확대되는 점과 신규 투자활동이 지속 둔화되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OECD도 2024년 FDI에 대해서는 뚜렷한 전망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UN ESCAP은 좀 다른 분석을 제시했다. 지난 12월 발표한 보고서(FDI Trends & Outlook in Asia-Pacific)에서 2023년 3분기까지 아·태지역 그린필드 FDI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는 것이다. ESCAP은 2023년 3분기(누적) 아·태지역 그린필드 프로젝트 규모가 3,050억불로 전년 동기 2,310억불 대비 32% 증가했으며, 2023년 연간 그린필드 FDI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SCAP은 이러한 상반된 상황을 지정학적 혼란·보호무역주의 증가·FDI 심사 확대·니어쇼어링 정책 등의 경제적 압박 속에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아·태지역이 매력적 투자처임이 입증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린필드型 FDI의 아·태지역에 국한된 통계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他 국제기구와 달리 2023년 FDI의 증가세를 전망한 점은 매우 이례적인 분석이다. 그런데 ESCAP도 동 보고서에서 2024년 글로벌 FDI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은 제시하지 않았다.

민간 FDI 조사기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기업 ’GlobalData‘는 2023년 그린필드 FDI가 건수 기준 전년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2024년에는 투자 수준이 최소한 안정화(stabilize)될 것이라는 모호한 전망(FDI forecasts and trends to watch in 2024)을 제시했다. 앞에서 언급한 영국 FT 계열사 ‘fDi Market’도 2024년 글로벌 FDI에 영향을 미칠 5대 요인(➊주요국 선거, ➋중국의 회복, ➌관광업 회복, ➍에너지 기업 투자 확대, ➎AI 시장 성장)만을 언급할 뿐, 2024년 전망은 회피했다.

이처럼 2024년 글로벌 FDI가 하향 혹은 회복될 것이라는 선언적 방향성 수준의 전망조차 제시되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이중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정치적 요인으로 전쟁과 선거를 꼽을 수 있다.

 

전쟁 장기화·확전 우려 지속

러·우戰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 누적·서방 지원 의지 약화 전망 속, 중동지역 불안정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추가 충격 우려가 지속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발(勃發)한 러·우戰은 공급망 충격에 유가·원자재 가격상승을 야기(惹起)시킨 바 있다. 전쟁은 현재 서방 지원에 의한 군사적 균형과 전쟁 종결 목표치에 대한 양국 간의 상이한 시각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장기戰으로 인한 피로감 누적과 서방 지원 의지 약화가 우려된다. 패권국가 위상 유지를 위한 제한적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은 2024년에도 대리전·외교전 형식의 제한적 개입만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 7일 재점화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진정한 화약고가 어디인지를 새삼 각인시켜 주었다. 원유 생산지인 중동지역 분쟁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가능성은 적으나 중동지역 전체로 확전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의 테러를 규탄하면서도, 이·팔 양국 모두에 규칙 기반 국제 질서 준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포괄적 국제관계에 기반한 휴전·정전을 종용(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스라엘의 독자 노선 정도와 他 이슬람 주변국의 돌발 행동이 잠재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안관계 또한, 美·中 대립 속, 일각에서 전쟁說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대만을 둘러싼 양국 정상 간의 신경전이 연출되기도 했다. 중국 해방군 건군 100주년인 2027년 8월 1일까지 통일을 완수하자는 정서가 중국에 팽배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美 군사력 분산과 대선(大選)의 혼란을 활용, 경제난으로 위기에 몰린 시진핑이 ‘일국일제’ 명목으로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2023년 10월 번스 美 CIA 국장은 ’시진핑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공격 준비 완료 지시를 軍에 내렸다’라고 발언했다.

 

2024년 大선거의 해

2024년 42억명이 거주하는 국가에서, 70회 이상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미국 등 주요국 선거로 인한 정책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해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대만 총통 선거·美 대선 결과 등은 한국에 미칠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매일경제]

이 중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Donald John Trump)의 美 대통령 재선 여부다. 영국의 주간지 The Economist(2023.11.16)는 2024년 전 세계의 최대 위험을 트럼프(Donald Trump poses the biggest danger to the world in 2024)라고 지목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파리협정 탈퇴', '재생에너지 보조금 지급 폐지', 'IRA 폐지법안 추진' 등 미국과 세계 경제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예비공약들이 진작부터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 관망세를 확산시킬 우려가 크다.

 

2024년 우리가 걸어야 할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 곳

이상 살펴본 전쟁과 선거로 상징되는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으로 인해, 2023년 말 현재 내년 글로벌 FDI에 대한 명확한 전망이 제시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문득 작년 이맘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세계 경제의 침체 현실화 우려 확대와 글로벌 FDI의 급격한 둔화세가 전망되던 시기였다. 경기침체라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세계 경제가 침체의 블랙홀로 빠져 버리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강하게 짓눌렀더랬다.

그러나 2023년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지속했고, 특히 우리나라 FDI는 사상 최대치 경신이 전망되고 있다. 2024년 글로벌 FDI에 대한 방향성 전망조차 제시되지 않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곳이 끝이 아닌 새로운 길모퉁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FDI는 2024년 불확실성이라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서도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K글로벌타임스] opinion@uu-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