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카지노

[人터뷰] 최정우 고위드프렌즈 대표 “스타트업 살아남기…슬림한 조직·수익화 모델 등 비즈니스 구조 공부해야”

‘투자=성공’인 시대 지났다…확장 전략 아닌 생존 전략 필요 스타트업 90% 망하는 이유…사업계획서에 수익화 모델 없어 한번의 투자로 충분한 BEP 만드는 탄탄한 비즈니스모델 중요 “투자는 수익 아냐…사무실·인건비 말고 성장모멘텀 만들어야”

2024-07-22     황정일 기자
최정우 고위드프렌즈 대표. [사진=황정일 기자]

[K글로벌타임스] 스타트업 업계가 투자 혹한기를 겪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도 크지만, 벤처 붐의 버블이 붕괴된 것처럼 스타트업을 향한 뜨거운 관심이 한풀 꺾이는 점도 영향을 끼친다.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있듯, 스타트업 투자 시장 역시 급격한 관심이 몰아친 이후에 한 번은 무조건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성장보다 명확한 수익화 모델을 통해 투자가 꺾여도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

스타트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고자 파이낸스 솔루션을 개발 중인 ㈜고위드프렌즈의 최정우 대표는 “스타트업 자문 및 컨설팅을 해오면서 10년 전부터 ‘업계에는 호황 사이클이 일어났지만, 한 번은 무조건 가라앉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당시 아무도 듣지 않았지만, 지금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투자 혹한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스타트업 CEO들은 최소한의 투자로 BEP를 만들 수 있는 생존 전략을 짜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고위드프렌즈는 어떤 회사인가.

고위드프렌즈는 스타트업 CEO들이 간과하는 회계 부문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CEO들이 회사를 조금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보자는 목표에서 시작된 것이다. 스타트업을 위해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고위드와 협업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위드의 금융 지원과 더불어 고위드프렌즈의 파이낸스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간 현장에서 스타트업 자문을 해오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활용해서 파이낸스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회계 정보들을 등록하면 자동으로 현재 상황을 분석해 주는 솔루션으로, CEO용 SaaS라 할 수 있다. 회계 정보들을 토대로 현재 현금이 얼마 남았는지, 현금매출이 얼마인지, 비용은 어느 수준인지, 팀별 인건비가 얼마나 나가는지 등등 여러 가지 정보를 자동으로 알려주도록 할 예정이다.

스타트업에서 중요한 점은 사업이 돈이 되는가다. 또 돈을 버는 만큼 잘 쓰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회계사로서 유니콘 기업을 담당한 바 있는 만큼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려면 파이낸스 부문에서 회사가 흘러가는 구성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기기업들은 처음 사업을 하다 보면 해당 비즈니스모델이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 잘 모른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점점 수익화에 맞춰가는 건데, 많은 스타트업이 사업구조를 생각하지 않고 직진만 하고 있다. 그게 상당히 위험한 것이다.

초기에 빨리 어떤 식으로 돈을 벌 것인지, 어떤 식으로 수익이 나는지, 이런 구조를 잡아서 거기에 맞추면서 알차게 가는 것이 전통적인 사업 방식이다. 그런데 벤처 붐이 일고 10여 년 동안 이어지면서 투자금이 많다 보니까 사람들이 수익화에 관한 생각을 등한시하게 되었다. 이게 바로 회사들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스타트업이 변곡점을 넘지 못하고 문을 닫는 이유이자, 좋은 아이템이 사장되는 핵심 요인이다.

한 10년간 버블이 펼쳐지니까 다들 아무런 생각 없이 일단 사업을 하게 되었다. 돈을 투자받으면 회사가 어느 정도 운영이 가능하다. 비효율적이어도 스타트업은 돈이 있으면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다들 거기에 익숙한 상황이 되었는데,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갑자기 투자가 딱 끊어지니까 자금난에 빠져 당황하게 되고 결국 망하게 된다

경영자들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단순히 돈이 많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돈이 많아도 망하는 회사는 많다. CEO들이 어떤 식으로 자기 경영을 배우고 적용하는가가 생존 여부를 가른다. 이와 함께 경영자들이 회사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회사 매출 규모가 100억 정도 되면 그제서야 경영자들이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회사가 이렇게 굴러가는구나’라는 정도의 인식을 하게 된다. 그나마 전체적인 규모 정도만 알 뿐, 내부 체계와 세세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른다. 더불어 회사가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되게 많다. 그래서 회사가 왜 망했는지도 모르는 CEO가 상당수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CEO들이 보는 건 그저 프런트일 뿐이다. 보통 대표들이 외부에서 미팅을 하면서 영업을 담당하고 사람을 만나다 보니 그렇다. 회사 매출이 100억이라 하면, 원가가 얼마고 지원비나 운영비가 얼마나 빠지는지,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CEO 대부분이 앞의 것, 즉 매출만 본다.

초기기업 중 90%가 망하는 이유다. 회사 대표들은 전문 회계사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파이낸스 부문을 담당할 수 없다. 전문 직원을 두든, 외주를 주어 살림을 맡긴다. 결산을 1년에 한 번 하니까 결산 때까지는 대표들이 깜깜이로 지낸다. 그러다 투자를 위해서 IR을 해야 할 일일 생겼을 때 급히 점검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이 잘못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결국 많은 스타트업들이 망하게 된다. 그래서 고위드프렌즈를 창업했다.

- 강의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주력 분야는.

스타트업 CEO는 항상 배워야 한다. 원활한 회사 운영을 위해서 가장 기본으로 배워야 할 것은 회계다. 그렇다고 회계사처럼 전문적인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가 수준의 학습을 하라는 게 아니다. 대표들이 실제로 회계사 공부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재무구조를 알아야 회사 상황을 판단할 수 있고, 그 이후의 다양한 의사결정을 올바르게 진행할 수 있다.

사업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회사를 꾸준히 영위한 대표자들을 보면, 회계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는데도 돌아가는 사정을 귀신같이 안다. 이들은 회사를 오랫동안 끌어오면서 몸으로 체득했다. 여러 가지 난관을 겪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을 모르면 큰일나겠다는 가르침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갑자기 들이닥친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목숨을 내놓은 기업 대표들을 많이 봐왔을 것이다.

사업은 길게 하는 것이다. 1~2년 만에 엑시트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운 좋게 이루어지는 것이지 대세가 그렇지는 않다. 한 번 창업해서 평생을 사업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과적으로 한두 번 팔게 되고, 많아야 두 번이다. 그러니 2~3년 보고 엑시트를 목표로 창업하는 경우 대부분 엑시트를 못한다. 좋은 회사를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파고들어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잘 운영하다 보면 매각 기회도 생기고 IPO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타트업 버블 시대가 오니까 다들 쉽게만 생각한다. 투자가 여기저기 많이 이루어지다 보니 회사 운영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다. 자금이 있으면 어느 정도 회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 시장에 대한 라이프사이클을 주변에 많이 알리고, 침체기를 주의해야 한다는 강의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스타트업 CEO들은 달리는 모드의 환상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주변에서 창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다. 좋은 아이템을 발굴하고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기에, 초기에는 관심도 많이 받고 어느 정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점프 업을 위해 투자를 받으려고 다니는 IR이 중요한데, 그 누구도 회사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투자 실적을 위해 투자 적격 여부만 판단하여 전달할 뿐이다.

정부나 투자 관련 사람들은 스타트업 CEO 개인의 인생보다 투자를 더 중시한다. IR에서 스타트업 대표한테 회사의 비즈니스모델이 위험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어설프게 하면 무조건 망하는 게 스타트업이라는 걸 알기에, 개인적으로는 창업을 만류하는 입장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사회공헌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창업 문의를 해오는데, 차라리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적이 가장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 ‘스타트업 살아남기’를 주제로 특강을 많이 진행하는데.

비용 관리와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 리스크와 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많이 알리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과 CEO의 역할에 대해 많이 강조한다. 자금이 부족할 때 위험 관리 방안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CEO들이 재무를 알아야 한다. 파이낸스 분야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학습하고 조직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 유니콘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창 잘 나가던 유니콘 기업이 몰락하고 무너지는 과정을 직접 겪었기에 이 경험을 지금의 스타트업 CEO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실제로 이 과정을 담아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가능한 많은 대표자들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향후 생존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스타트업 살아남기의 골자는 자금 시장의 중요성이다. 자금 시장을 잘 알고서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업계에 자금이 부족한 시기여서 생존이 중요해지고 있다. 침체기에 접어든 만큼 생존과 성장이란 단어가 공존하고 있다. 살아남기에 힘을 써야 하면서 동시에 성장까지 이루어내야 하는 난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투자 활황기에는 한 번 펀딩을 받고 다 쓰고 또 받고 이런 식으로 확장 위주의 전략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존을 위한 전략을 짜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머스크의 행동이 중요하게 된 시대라 할 수 있겠다. 시대가 바뀌면서 살아남기에 특화된 사람이 유리하게 되었고, 어떻게든 살아남는 머스크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강의를 통해 오랫동안 살아남은 사업가들은 리스크에 대해 밝은 분들이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업은 과감하게 하더라도 돈 문제만큼은 철저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비용을 따져야 하고 손익분기 등을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투자가 넉넉할 때 창업을 하면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과도한 비용을 지나침으로써 투자가 이어지지 않게 되니 결국 망하는 것이다.

CEO가 회사 운영에 대해 빨리 배우지 않으면 큰 실패가 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구조를 공부하고 조직 관리를 적절히 잘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유리한 점은 조직이 크지 않아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고 매출 검증을 해보고 나서, 아니다 싶으면 피벗을 통해 제대로 된 비즈니스모델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점들을 담아 특강을 많이 진행한다.

- 투자 혹한기로 불리는데, 투자 시장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지금은 투자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다. 버블 붐이 꺾이면서 급격한 침체기가 온 것처럼 지금도 한동안 폭발적이었던 투자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를 앞당긴 셈이지만, 시기상으로도 스타트업의 붐과 투자 시장은 하향 곡선을 그려 왔다. 관심과 성장이 폭발적으로 오를수록 침체기 역시 급격하게 찾아온다. 그리고 여전히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버블 시기에는 자금도 리스크에 뛰어든다. 돈이 많으니 그에 맞게 복제하려는 과감한 시도다. 그러나 지금은 자금이 잘 안 모이는 상황이다. 리스크 해제 시장이 되었으며, 리스크 엣지가 필요한 시장에만 돈이 몰리고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가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규모도 축소되었다. 기존에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금액이 30억 이상이었다면, 지금은 10억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업에 대한 투자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따져보면 아직 기술이 엄청 무르익은 게 아니다. 아직은 AI 관련 데이터를 인간이 모아야 하고, 사람이 모은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모멘텀이 오면 시장은 확 커질 것이다. 얼마 전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가 붐을 이루었다. 하지만 재미를 본 투자사는 별로 없다. 투자금도 학습한다. 플랫폼보다 향후 AI 분야로 가게 될 것이다.

문제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대부분 젊은 인재들이어서 과거 버블 붕괴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투자 혹한기가 금세 회복될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 주위에서 아무리 강조하고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시장에서 보아 온 것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상승세만이었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가 안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실을 확실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CEO 자신이 새로 배운다는 자세로 회사를 정리해야 한다. 처음 세웠던 목표를 수정한다든지, 피보팅을 통해 비즈니스모델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침체기인 만큼 자금이 모이지 않아 투자자 역시 신중해진다. 펀드가 모여야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한데, 쓸 수 있는 자금이 많지 않으니 깐깐해지는 것이다.

- 투자유치는 스타트업에 생존의 문제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일 팁을 준다면.

투자 시장이 얼어붙다 보니 IR에서 수익화 방안이 중요해졌다. 투자자가 1억을 투자한다고 생각했을 때 누구한테 투자하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된다. 투자자의 돈 1억을 받아서 어떻게 돈을 만드는지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거나 이상을 보고 투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업계획서에는 어떻게 돈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내용이 없다.

관건은 최소한의 투자로 BEP가 만들어지고 뭔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시드 투자부터 시리즈 A, B, C까지 꾸준한 투자를 유치해 회사를 키웠겠지만, 이제는 무한대로 투자를 받는 시대가 아니다. 한두 번 투자받아도 이걸로 끝이다.

IR 자료는 특별한 기교가 필요 없다. 좋은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사업이 돈을 만들 수 있는가를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매출을 만들 수 있는가, 차별화 포인트가 있는가 등을 보여주는 사업계획서라면 텍스트 위주로 만들어도 상관없다. 그런데 이런 게 없으니까 많은 스타트업 CEO가 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등 화려하게 꾸미려고만 한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쉽다. 내 돈을 1억 투자한다고 생각해 보자. 안전하고 돈이 되는 곳에 하지 않겠나. 처음 보는 사람이 사업계획서를 가져온다고 했을 때, 무엇을 보겠나. 사업계획서의 기교가 아니라, 돈을 만들 수 있는 계획서인지 본질을 중요하게 볼 것이다. 첫 번째 스케일업에 가기 전까지 매출을 내면서 강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 스타트업 변곡점이 시리즈A 전후인 것 같다. 잘 넘기기 위한 조언이 있다면.

시리즈 투자는 계속해서 투자받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펀드다. A, B, C로 나누어져 있는 것도 단순히 순서를 나열한 것뿐이다. 투자 활황기에 A 투자를 받은 후 이어 B를 받고 C까지 연계 투자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번 받으면 끝이다. 이제는 최소한의 투자로 BEP를 달성하는 모델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이런 비즈니스 구조를 고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이론만 배웠으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는 교양 수업이 없으니까 말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개발자를 통해서 회사를 구축하는 사례가 많다. 돈을 조금 들이고 조금씩 키우는 건 가능하겠지만, 개발할 때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투자를 통해 개발을 진행한다. 생각보다 리스크가 커진 건데 인식하지 못한다.

어느 정도 안정화된 다음 시리즈A 투자가 이루어진다. 시리즈A는 일정 시기 동안 다음 성장 모멘텀을 만들라고 지원해 주는 투자다. 시리즈A 투자를 받은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안도하면서 망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다음 단계 모멘텀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리즈A 투자유치 이후 스타트업은 매출이 엄청 늘었다거나 어떤 지표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마일스톤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런 모멘텀이 있어야 투자자들이 지금 돈을 더 넣어도 미래를 볼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다. 그러나 많은 CEO들이 시리즈A를 받으면 회사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고, 자동차를 바꾸고, 직원을 늘린다. 기존 직원들에 빵빵한 인센티브를 쥐어주기도 한다.

시리즈A 투자금을 인건비 등으로 쓰면 안 된다. 그러나 십중팔구 이렇게 투자금을 소진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해서 갑자기 다음 단계 모멘텀을 만들려 하니 쉽지 않다. 비용도 부족해졌고, 성장 모멘텀이란 게 급작스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려워진 기업들은 비용을 줄여서 조직을 작게 만들고 다운사이징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조직을 줄이면 안 될 것 같아 버티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돈 문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아야 한다.

- 스타트업 CEO들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옛날에는 투자를 잘 받으면 유니콘이 될 수 있었다. 지금은 견고한 비즈니스모델이 중요한 시대다. 앞으로는 유니콘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별로 없을 것이다. 돈으로 유니콘 되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업 가치에 얽매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유니콘 자체가 목표가 되면 안 된다. 외부로 보이는 기업 가치, 시총 1조 이런 데 눈을 두는 건 의미가 없다.

정부에서 내세우는 트렌드는 뒷북이라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남들이 말하는 것보다 본질이 중요하다. 시장에서 떠드는 건 본질보다 껍데기에 치중하는 경우가 더 많다. 창업자들이 중심을 잡고 본질에 중점을 두길 바란다. ‘백 투 더 본질’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유니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외부에선 잘될 거란 말을 많이 한다. 석유를 추출할 때 지하 중에 석유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모르니까 여기저기 다 뚫어보는 전략을 펼친다. 이곳저곳을 두드리다가 한두 개 유전이 터지면 성공으로 여겨진다. 스타트업도 비슷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열 개 중 하나가 대박 나면 성공이다. 다른 점은 석유 채굴을 위해 뚫은 바닥은 메꿀 수 있지만, 망한 스타트업은 메꾸지 못한다는 점이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리스크에 대비하지 않으면 이젠 생존하기 어렵다. 망하면 밀린다. 직원 임금이 밀려 고발의 대상이 되고, 세금이 밀려 연체되면 회생에 들어가 신용불량자가 된다. 4대 보험이 안 되면 횡령 고발의 대상이 되니 CEO들은 회사의 운영에 대해 많이 배워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리스크를 아무렇지 않게 CEO들에게 지우면서 창업을 권장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업을 장려하되, 리스크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K글로벌타임스 황정일 기자] hji0324@uu-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