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글로벌타임스] 최근 싱가포르는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싱가포르는 베트남에 총 69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했으며, 이는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FDI)의 약 18%를 차지한다(참고로 일본은 15%, 한국은 12%, 중국과 홍콩은 각각 10%, 8% 이다). 3,000개 이상의 싱가포르 기업들이 금융, 제조, 부동산, 소매,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으며 베트남 경제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는 단순한 지리적 근접성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 가치와 선점 효과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

싱가포르의 대형 은행 그룹인 UOB(United Overseas Bank)는 2024년 1분기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을 5.5%로 전망하고 있다. UOB는 세계 주요국간 갈등이 지속되어 글로벌 경제가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반도체 업황의 회복, 중국 및 역내국의 안정적인 성장, 동남아 공급망 다각화의 수혜를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의 경제적 잠재력은 단순히 높은 성장률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정치체제와 풍부한 노동력에서 비롯된다. 베트남은 경쟁력 있는 인건비와 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전략적 지리적 위치는 중국과 주요 아시아 경제권과의 무역에서도 큰 장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싱가포르의 선제적 투자는 베트남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싱가포르 기업들은 향후 베트남 경제의 발전에 따라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2024년 들어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베트남에 신규 생산 공장을 설립하려는 한국의 전자제품 기업들과 중국의 제조, 의류 기업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베트남의 경쟁력 있는 생산 환경과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대한 믿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베트남 투자 확대와 함께,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 증가가 동아시아와 미국 같은 주요 관련국들에게도 다양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첫째는 동아시아의 경제 구조 변화이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베트남의 경제 성장이 가속화됨에 따라,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베트남을 새로운 제조 허브로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에서의 생산 비용 상승에 대응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베트남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베트남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며, 보다 많은 투자를 성사시키려고 할 것이다.

둘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영향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베트남에 대한 싱가포르 및 다른 국가들의 투자 확대와 더불어 미국 기업들도 베트남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확대(Apple, Google, Intel, NVIDIA 등 미국 대기업들이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이 중국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새로운 경제 파트너를 찾는 데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세번째는 지역 경제 블록 형성 가속화다. 싱가포르의 선제적 베트남 투자와 이를 따라가는 외국인 투자 증가는 아세안 내 경제 통합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이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은 다자간 협정의 실질적인 이행을 가속화하고,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경제 블록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투자 흐름의 변화이다. 싱가포르의 베트남 투자는 다른 국가들의 투자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기존의 투자가 제조업 및 인프라 중심이였다고 한다면 최근엔 스타트업과 같은 잠재력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미국의 벤처 캐피탈과 기술 기업들은 베트남의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의 다수의 벤처 캐피탈이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스타트업 기업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여 다수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베트남 투자 확대와 선점 효과는 단순히 양국 간 경제 관계의 발전에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와 미국을 포함한 국제 경제 질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전략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앞으로 싱가포르와 다른 국가들의 베트남 투자 확대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그로 인한 국제 경제의 변화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 외 다른 국가에도 생산 기지를 확보하여 공급망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FDI(외국인 직접 투자) 지출은 4년 만에 최고치인 125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9,000여개의 한국 기업들에게는(제조업, 금융, 부동산 등 기존에 한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던 분야) 경쟁 심화와 시장 압박, 기술 혁신 필요성 등 다양한 도전도 따르겠지만, 반면 싱가포르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새롭게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개발하고, 싱가포르 기업들과의 협력 기회(합작 투자, 기술 공유, 공동 마케팅 등)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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