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 110억 달러 상당 301조 제재 예비리스트 발표

제재 실현 시 국제교역 감소로 글로벌 경제성장 부정적 영향 우려

사진=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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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무역대표부(USTR)가 對EU(유럽연합) 301조 규제 조사권 발동을 발표하고 EU로부터 수입하는 110억 달러 상당의 관세 부과 예비 품목 리스트(preliminary list)를 공개했다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사장 권평오, KOTRA) 워싱톤무역관이 17일 밝혔다.

이정민 미국 워싱톤무역관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EU가 유럽 대표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Airbus)사에 지급한 부당보조금이 미국 항공산업에 피해를 끼쳤다는 혐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USTR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은 2004년부터 유럽과 주요 4개 회원국(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의 에어버스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을 요구해 왔으며, 미국의 WTO를 통한 분쟁해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EU측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조사가 진행될 301조 규제는 EU측의 부당한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EU의 부당 보조금 지급이 중단될 경우 관세부과를 포함한 미국의 관련 제재는 철회될 것이라고 밝혔다.

USTR이 공개한 예비 관세부과 품목은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4개국으로 부터 수입하는 항공기 및 관련부품 9개 품목(HS코드10단위 기준)과 EU 28개 회원국으로 부터 수입하는 317개 품목(HS코드  8단위기준)의 2개 리스트로 분류된다.

1차 품목(항공기/부품)과 관련한 프랑스 등 4개국으로부터 미국 수입(2018년)은 67억 달러이며, 이는 해당품목 관련 미국의 글로벌 총 수입 214억 달러의 3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특히, 2018년 기준 미국의 전체 항공기(헬리콥터 포함) 수입액 64억 달러 중 56%(36억 달러)가 프랑스 등 이들 4개국에 집중되어 있다.

자료원 : 폴리티코 분석 인용
자료원 : 폴리티코 분석 인용

2차 리스트에는 EU 등으로 부터 수입되는 치즈, 와인, 의류, 기계류, 화학, 식기 등 300개가 넘는 품목(2018년 기준 147억 달러 상당)에 대해 관세 대상에 잠정 포함되었다. 특히, 미국의 전체 가공식품 수입의 68%가 EU 지역으로 부터 수입되고 있는 바, 이번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 경제 타격뿐만 아니라 미국 내 소비자 물가 인상 등의 피해도 전망된다.

현지에서는 트럼프정부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EU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이번 301조 관세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전략의 일환"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EU 무역협상에서 미국은 EU 측에 농산물 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EU는 제조업 관세에 촛점을 맞추고 있으며 농산물 시장 개방은 애초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고 있는 상황이다.

USTR은 관보에서 최종 관세대상 품목과 관세율 등은 조만간 발표될 WTO의 보복수위(level of countermeasures) 판정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USTR은 절차에 따라 오는 5월 6일까지 對EU 301조 제재 조치와 관련한 업체 및 관계자의 의견을 접수하고, 5월 15일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중국에 이어 EU 301조 제재가 실현될 시 국제교역 감소로 글로벌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IMF는 이번 달 발표한 World Economic Outlook에서 2019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지난 1월 3.5%에서 3.3%로 하향조정했으며, 주요원인으로 글로벌 통상마찰로 인한 교역량 감소와 그에 따른 산업생산성 하락을 지적했다.  또한 유로 경제권의 소비자 및 기업 심리 악화가 글로벌 경제 성장의 악재가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對EU 수입제재가 오히려 미국 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수석연구원 채드 보운(Chad Bown)은 "과거와 달리 미국이 이번 예비 리스트를 통해 유럽산 항공기 수입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 하다"며 "미국의 조치에 EU 측도 미국 보잉 항공기 수입제재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에어버스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항공부품이 적지않아 에어버스의 부진은 곧 미국기업에의 영향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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