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정부, 자율주행차 기술 선도 위해 투자‧지원 활발
- 한국, 자동차 산업 자율주행 관련 기업과 협업해 국제 경쟁에 대비해야

독일이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독일은 현재 자율주행법 초안을 준비 중이며,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기술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등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신기술 개발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자료 = 현대모터그룹 TECH 홈페이지 캡쳐)
자율주행 자동차 (자료 = 현대모터그룹 TECH 홈페이지 캡쳐)

▶ 자율주행차 기술 선도국 독일, 2022년 상용화 목표

올해 9월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연방 장관들, 자동차 제조업체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자동차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 회의의 핵심 주제는 교통의 디지털 전환과 자율주행 자동차였다. 회의를 통해 독일 정부는 2022년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결정했다. 이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독일 자동차 산업에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독일은 자율주행 기술의 선도국으로, 자율주행에 대한 특허 출원 건수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번 자동차 정상회담 이후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앞다퉈 자율주행 기술에 수백억 유로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자율주행은 차량이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것을 뜻한다. 다양한 센서의 도움으로 차량은 주변을 인식하고 정보를 획득하며 자신의 위치와 다른 도로 사용자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결정할 수 있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차량 카메라, 라이더 센서 등 차량 관련 기술과 레이더 기술 및 인공지능, 5G 통신망, 정확한 내비게이션 안내를 위한 3D 지도 기술 등 관련 인프라 기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교통 체증, 도로 공사, 교통사고, 차량과 도로 시설물, 노변 센서 등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며 정보를 차량 간에 서로 신속히 공유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교통에 관련된 안전을 보장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국가의 법령이 필요하다. 독일 교통부 장관에 따르면 오늘날 교통사고의 90%는 사람의 실수로 인한 것이다.

▶ 독일 정부, 자율주행법 초안 준비 돌입… 자금 투자도 활발

독일 연방 정부는 자율주행과 관련해 독일 자동차 산업이 전 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율주행차는 곧 독일 전국 400개의 테스트 지역에 투입될 예정이며, 독일연방 교통부는 법률안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 정부는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기술 투자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우선, 지속 가능성이 있는 친환경 교통 인프라 구축을 위해 102억 5,000만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으며, 자동차 산업의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20억 유로의 경기 부양책 지원을 결정했다.

두 번째로, 낙후된 디지털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총 10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2025년까지의 5G 네트워크 구축에 50억 유로, 5G 및 6G 연구 개발에 2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세 번째로, 독일 정부는 2020년 이후의 핵심 기술로 AI와 양자 기술을 보고 있으며, 각 산업에 20억 유로의 투자를 할 계획이다. AI의 경우 슈퍼컴퓨터 도입 등 관련 연구 개발에, 양자 기술의 경우 양자 컴퓨터 2대 제조 비용 및 관련 기술 개발에 예산의 대부분을 투자할 전망이다.

독일 정부의 이러한 사회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원 정책은 새로운 교통 체계의 발전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더욱 가속화해서 미래의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모빌리티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 자동차연구센터(Center Automotive Research, CAR)의 한 연구원은 “2030년 세계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6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며, 그중 유럽 시장 비중은 약 20%일 것이다. 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독일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 발맞춰 움직이는 독일 완성차 기업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맞춰, 독일 주요 완성차 기업도 자율주행에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BMW는 자율주행을 위해 뮌헨 인근 운터슐라이스하임(Unterschleißheim)에 23,000㎡ 규모의 BMW 캠퍼스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약 1,700명의 자율주행 전문가가 고도로 자동화된 운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또한 독일 내 40대(전 세계 70대)의 BMW 테스트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며 관련 빅데이터와 이미지를 수집하고 있다. 정보 저장을 위해 BMW는 500페타바이트(PB)의 용량을 가진 두 개의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인류 역사에서 기록되고 인쇄된 모든 자료의 용량 크기보다 5배가 더 큰 메모리 공간이다.

다임러(Daimler)는 202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고도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트럭을 10년 이내에 시장에서 상용화할 수 있도록 5억 유로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10월 27일 다임러와 구글 자회사 웨이모(Waymo)는 미래 로봇 트럭 개발 협력을 위한 자율주행(레벨 4단계) 분야에서의 광범위하고 글로벌 지향적인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다.

폴크스바겐(Volkswagen, VW) 그룹은 140억 유로를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술과 디지털 및 소프트웨어 기술에 투자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의 자회사인 트럭 회사 트라톤(Traton. MAN, Scania)은 자율주행 트럭 전문 미국 스타트업 투심플(Tusimple)과의 협력을 2020년 9월 23일에 발표했다. 첫 번째 공동 프로젝트는 VW Scania 브랜드의 트럭으로 미국인과 함께 스웨덴 도시인 쇠데르텔리에(Södertälje)와 옌셰핑(Jönköping) 간의 배송 경로를 운행한다. 이 트럭은 레벨 4단계의 자율주행을 실행하는데, 즉 운전자가 탑승하고 운전은 소프트웨어에 맡긴다.

다임러와 BMW, 폴크스바겐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고해상도 3D 지도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2015년에 노키아(Nokia)로부터 26억 유로에 지도 서비스 제공업체인 히어(Here)를 공동 구매하기도 했다.

▶ 자율주행차 선점 경쟁 치열…한국, 철저한 대비 필요

자율주행차는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동차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레이더, 카메라 및 초음파 센서가 독립적인 기능에 사용됐지만 이제는 모든 관련 데이터가 센서 융합을 통해 지능적으로 동시에 연결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또한 자율주행은 교통 체증을 완화하고 주차 공간 검색도 수월하게 하며 환경 오염을 크게 줄여준다.

전 세계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열중하는 가운데 독일은 자율주행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자율주행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2010년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는데, 특허 등록의 대부분은 드라이브 제어를 위한 지원 시스템 영역에서 발생했다.

2019년 국가별 자율주행 특허 출원을 살펴보면 독일이 1,832건으로 가장 높다. 미국은 857건, 일본은 746건, 한국은 172건으로 4위이며, 중국은 110건, 기타 548건으로 전 세계 특허는 총 4,265건이다. 2019년 가장 높은 자율주행 특허 출원을 받은 회사는 독일의 '로베르트 보쉬 GmbH(Robert Bosch GmbH)'로 총 357건이다.

독일이 자율주행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미국 테슬라도 자율주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테슬라는 베를린 근처에 유럽 내 최초의 테슬라 기가 팩토리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으며, 2017년 배터리와 전자기기 부품을 생산하는 독일의 '그로만(Grohmann)'을 인수하기도 했다. 2020년 10월 21일 독일 연방 카르텔 사무소로터 'ATW(Assembly & Test Europe GmbH)'의 합병을 승인받았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독일에서의 사업 영역을 급속히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다.

한국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자동차 기업은 물론이고 대학 연구소와 경기도 자율주행센터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 레벨3(부분 자율주행차) 수준의 안전기준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7월부터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자동차가 알아서 차선을 유지하며 달리는 자율주행차량의 출시가 가능해졌다. 정부는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자율주행차 레벨3 안전기준을 도입해 관련 기준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8월 글로벌 ‘빅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앱티브와 함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며 자율주행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셔널은 2022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부터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시험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네이버랩스는 성남시와 협력해 성남시를 AI·자율주행 실증 특화도시로 조성, AI·자율주행 관련 산업의 생태계를 활성화한다.

올해 7월 협약을 계기로 성남시는 네이버랩스의 실외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ALT' 프로젝트의 도로주행 실증을 위해 협력한다. 네이버랩스는 성남시에 판교 지역의 3D모델링 및 정밀도로지도(HD맵)를 제공해 시의 자율주행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또 성남시와 네이버랩스는 장기적으로 완전 자율주행 기술개발과 연구 확산을 위한 정밀지도 관련 제도 개선에도 상호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자동차 자율주행 선도 도시로서 대한민국의 혁신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아시아실리콘밸리 성남 프로젝트의 하나"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국토교통부의 임시운행허가에 따라 레벨4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차 기술 테스트에 본격 돌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유승일 인텔리전스연구소장은 "독자적 자율주행 기술력과 카카오 T를 통해 확보한 모빌리티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들이 실생활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상용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 자동차 및 하드웨어 제조사, 유관기관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도 적극 협업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코트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은 보고서에서 “우리 기업들은 자율주행 관련 연구 기관들과 정부 부처가 협업해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 자율주행 기술이 우수한 독일 기업 및 연구소와의 연구 개발(R&D) 협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