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부터 EU 환경규제 대폭 강화 , 자동차 업계 패러다임 변화 예측
- 일본 자동차업계, 친환경자동차 부품,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각 분야에서 대응 나서

유럽연합(EU)이 2021년부터 자동차산업에 대한 환경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 전반에 막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예측된다.

일본의 경우 유럽기업과 업무제휴, 협력, 인수 등으로 긴밀하게 연계해 대응하고 있다. 각종 부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은 물론,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 역시 일본 기업 동향에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쇠가 나온다.

EU (사진 = 픽사베이)
EU (사진 = 픽사베이)

▶ EU 환경규제 강화가 일본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강화되는 EU 환경규제에 따르면, 유럽연합 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은 주행 킬로미터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 목표치 대비 약 30% 줄어든 95g으로 줄여야 한다. 기준초과 시 CO2 초과 배출량 1g/km에 대해 95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 9월에는 EU 집행위원회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감축 목표인 40%보다도 약 15%p가 더 늘어난 수치로, 이러한 의지가 관철될 경우 자동차 산업 관련 환경규제도 지금까지보다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의 리서치회사 JATO 다이나믹스가 EU 역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20개 브랜드의 2019년 배출실적을 조사한 결과, 모든 브랜드가 배출량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2021년에 배출량을 대폭 줄이지 않는다면 거액의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일본 기업의 경우 도요타자동차는 평균 배출량은 95.1g이지만 판매대수가 많아 약 22억 엔의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측됐다. 2021년 3분기 6,700억 엔의 최종 적자를 전망하고 있는 닛산의 경우, 르노-닛산-미츠비시 얼라이언스 연합에 약 1,300억 엔의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측됐다.

▶ 유럽 기업과 긴밀한 연계로 대응책 고심하는 일본

일본계 부품 제조사들은 친환경 자동차 부품의 생산, 판매, 연구개발 등을 위해 유럽 기업과 긴밀한 연계에 나서고 있다.

호리바제작소는 2020년 2월 독일 자회사에서 연료전지와 리튬이온 배터리 시험장비 신공장을 착공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 등 전기자동차 개발수요 확대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배경이다.

일본전산은 2018년 PSA 그룹과 공동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해 전기자동차(EV)용 모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완성차 메이커가 EV 내부의 모터부품을 직접 제작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EV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모터부품을 대량공급할 수 있는 전문업체와의 협력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정기는 2019년 3월 다임러(Daimler)의 하이엔드급 신형 SUV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납품한다고 밝혔다. HUD는 운전자의 시야에 차량 속도나 경고표시 등의 다양한 정보를 투명하게 표시하는 시스템으로, 운전자의 시야이동을 최소화해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일본계 기업과 유럽기업간 협력이 가속화하고 있다. 2020년 6월 미쓰비시상사와 NTT는 네덜란드의 차량용 네비게이션 전문기업인 HERE 테크놀로지의 지분 30%를 공동 취득했다고 밝혔다. 앞선 2019년 5월 미쓰비시전기가 HERE과 공동으로 도로의 위험상황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위험통지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고 발표하는 등 연구개발 분야에서의 협력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019년 5월 파이오니아는 영국 ARM사의 데이터 사업부문인 ARM Treasure Data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교통사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데이터분석 및 행동, 사고예측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기술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파이오니아는 또한 2019년 10월 세계 유수의 재보험회사인 Swiss Re사와 협력해 텔레매틱스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개인의 운전상황에 맞는 실시간 주의환기, 경고 및 신속한 사고 대응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호리바제작소는 자동차산업의 대변혁에 대비하기 위해 2015년 영국의 차량개발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인 MIRA사를 155억 엔에 인수하고 2020년에는 영국에 자율주행 시험시설을 설립, 자율주행에 따른 사이버보안 이슈 및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덴소는 독일의 자동차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업인 PiNTeam Holding GmbH에 출자해 약 49%의 지분을 취득했다. 덴소가 보유한 자동차 전자시스템 제어기반 기술 및 양산경험과 PiNTeam이 보유한 유럽 표준의 고급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겠다는 취지다.

▶ 국내기업 대응 상황은?

국내 기업도 당장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현대‧기아차는 EU 환경규제로 3조원 이상의 물어야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3조 6,847억원)의 85.6%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판매 확대로 맞대응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으로는 유럽 시장 공략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환경 탓이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를 앞세워 규제에 대응하는 한편 유럽 전기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8월 한 달간 서유럽 시장에서 9,619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 3080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212.3%나 증가했다.

전체 판매량 중 전기차 판매 비중도 크게 늘었다. 현대·기아차의 8월 서유럽 전기차 판매는 내연기관차를 포함해 전체 13.3%를 차지했다. 신차 10대 중 1대 이상이 전기차라는 의미다. 작년 8월에는 4.7%에 불과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8월 누적 서유럽 전기차 판매는 현대차 2만 7,567대, 기아차 2만 648대 등 총 4만 8,21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 9,324대) 보다 64.4% 늘었다. 이미 작년 연간 실적(3만 8,596대)을 넘어섰다.

이는 같은 기간 서유럽 시장에서의 전체 판매가 50만 935대로 작년 동기(68만 6,863대) 대비 27.1%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유럽이 규제 적용 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며 환경규제 적용 시기를 늦춰달라고 EU에 적극 건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U가 환경규제를 예고한 이상 철저한 대비는 필수다. 우리 기업의 경우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대응해나가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EU규제 관련 일본 자동차 업계 동향. (자료 = MARKLINES 보고서 '일본계 메이커의 유럽 환경규제, CASE 진전에 따른 수요 대응')<br>
EU규제 관련 일본 자동차 업계 동향. (자료 = MARKLINES 보고서 '일본계 메이커의 유럽 환경규제, CASE 진전에 따른 수요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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