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경제학 박사
민경기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경제학 박사

지난 2월 24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등의 핵심 소재 및 부품 공급망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은 반도체 등 핵심 산업 제품의 공급망 점검에 착수했다.

바이든 행정명령으로 인해 반도체 수출의 60%를 중국에 의지하고 있는 우리 반도체 업계의 피해를 우려하는 전망과 미국 진출에 의한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GVC(글로벌 공급망)와 우리나라의 FDI(외국인직접투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한다.

▶ 미 연방정부 대통령의 행정명령, 트럼프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

미 연방정부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은 대통령이 연방정부 내 공무원들에게 내리는 명령이자 권한이며,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구체적으로 연방헌법 제2조 ‘행정 권한의 허용(grant of executive power)’ 조항에 근거해 법적 효력을 가지며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만약 미 의회가 행정명령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률의 개정 계획이나 행정명령의 구체적인 수행 방안을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의회의 제안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의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로 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사실상 행정명령의 철회는 거의 불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2021년 1월 20일~3월 8일 총 37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의 주요 내용은 코로나19, 이민, 국제기구, 환경·인권, 노동, 산업·경제 등의 분야에서 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치를 뒤집는(흔적을 지우는) 명령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기후 위기 대응 관련 행정명령 2건(E.Q. 13990, 14008)과 바이 아메리칸 관련 행정명령(E.Q. 14005) 그리고 GVC 점검 관련 행정명령(E.Q. 14017) 등이 FDI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명령으로 구분할 수 있다.

▶ 기후 위기 관련 행정명령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기후 위기 관련 행정명령은 2건이 있다. 먼저, 서명된 행정명령은 제13990호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공중보건 및 환경보호, 과학기술 복원 행정명령(Protecting Public Health and the Environment and Restoring Science To Tackle the Climate Crisis)'이다. 제13990호 행정명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에너지·환경 규제 강화와 연방정부 구매력과 자산을 활용한 ‘청정에너지 산업’ 성장 촉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또한 행정명령 제13990호는 텍사스에서 캐나다 앨버타주까지 이어지는 1,800km의 송유관 선설 사업인 ‘키스톤 XL(Keystone XL) 파이프라인’에 대한 허가 취소와 북극 국립 야생동물 보호지역(arctic refuge) 내 시추 활동 일시 금지 등의 환경 정책 시행 등을 포함하고 있다.

기후 위기 관련 두 번째 행정명령은 제14008호로 ‘국내외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행정명령(Tacking the Climate Crisis at Home and Abroad)'이다. 행정명령 제14008호는 공공 토지·연안 해역에서 새로운 석유·천연가스 시추를 중단하고, 2035년까지 모든 관용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등 미국 내 탄소 배출 없는 전력 생산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Ensuring the Future Is Made in All of American by All of America’s Workers) 제14005호는 미 연방정부 조달 계약에서 자국 제품 사용 확대를 통한 미국 내 제조업 성장 촉진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외국산 조달 허용 요건을 강화하고, 바이 아메리칸 법 관리 감독 기능 강화, 바이 아메리칸 적용 품목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 미국 공급망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

미국 공급망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Strengthening Efforts for U.S. Supply Chains) 제14017호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위상이 하락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는 물론이고 국가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나타난 미국 內 의료장비 부족 사태,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같은 상황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고 탄력적인 공급망 구성으로, 미국 내 제품 부족 문제해결 및 경쟁력 유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 4대 핵심 품목(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에 대해 각 부처별로 100일간 공급망을 검토하여 보고서 제출을 지시했다. 보고서에는 이들 핵심 품목의 공급망 현황 분석을 통한 위협 요인 도출 및 이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6대 산업(국방, 보건, IT, 에너지, 운송, 농산물)에 대해서도 1년간 공급망을 검토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 바이든 행정명령이 우리나라 FDI에 어떤 영향을 줄까 

바이든 행정명령은 우리 경제와 FDI에 ‘기회 요인과 위협 요인’을 동시에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기회 요인’으로 바이든의 행정명령 제시는 향후 미국의 경제 및 산업 정책의 방향성 가시화로 인해 예측 가능성이 제고되는 측면이 있다. 또한 바이든의 행정명령으로 脫(탈) 중국 기조가 가속화될 경우, 대체 투자처로서의 한국을 선택할 개연성도 존재한다.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의 미국진출 시 인센티브 확대와 반도체, 의약품 등 관련 제품의 대미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더불어, 바이든 행정명령이 미국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동맹을 통한 공급망 확대 및 강화 쪽으로 추진될 경우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필자 정리)
(필자 정리)

반대로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다음과 같은 위협 요인도 예측된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미중 갈등 악화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어, 교역과 투자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바이든 행정명령 추진 시 미국 우선주의·리쇼어링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탈 중국 기조의 확대로 국가 간 정치적 긴장(tension) 고조는 무역, 투자, 공급망, 물류와 같은 경제적 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중심의 GVC 구축 본격 추진은 기존에 구축된 정교한 분업 체계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 각국에 걸친 정교한 분업 체계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 기업과 주력 산업은 더욱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동맹국과 연대 강화를 통한 미국 중심의 GVC에 결합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환경·노동 분야에서 미국과 동일한 수준을 요구할 것이며, 이는 우리 기업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명령은 지속 기간이 장기화할수록, 우리 경제와 FDI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단기적 관점으로는 동맹국 협력 강화 기조 속에 대韓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를 통한 대中 압박 전략 추진 과정에서 반도체 등 첨단 기술(소부장) 분야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단기간 내 전체 GVC를 내재화할 수 없으므로, 과도기적으로 미국의 공급망 취약 부분을 중심으로 한국·대만·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업을 위한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미국은 메모리·비메모리 부문 등 첨단 공정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 시설 투자를 유도할 것이다.

(자료 = 필자 정리)
(자료 = 필자 정리)

다만 향후 미국 행정명령의 구체적 내용과 이의 이행 수준(중국 규제 정도와 정책의 지속 기간)에 따라 우리 FDI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세기)는 차이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든 행정명령은 향후 중국 제재 정도 등 이행 수준과 한중 관계 변화에 따라 그 결과가 상이하게 전개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해서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 이행 수준(중국 제재 정도)과 한국의 對중 관계 포지셔닝(positioning)에 따라 향후 시나리오별로 상이한 전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명령의 전개 양상에 따라 예측되는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투자의 주체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행정명령으로 극단적 상황까지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나, 미 투자자들이 행정명령에 의한 보고서 내용 및 이행 수준 등이 가시화될 때까지 투자를 보류하고 관망할 것으로 예측돼 2021년 미국발 對韓투자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행정명령 제14017(공급망 검토)호에 대한 구체적 조사 결과와 이행 방안이 미확정 상태이므로,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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