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체코 영주권을 획득하고, 올해로 31년째 체코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만석 회장은 ‘프라하의 한국인 대부’라 불린다. 서울대 농업기계학과를 졸업하고 LG상사의 과장으로 독일에 근무하였고 다시 한국의 본사로 귀임하여 1988년부터 당시 공산국가였던 동유럽 여러 나라를 대한민국의 상품 수출 증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드나들었다.

1989년 11월 체코슬로바키아가 독일 통일의 영향을 받아 민주화 혁명을 거쳐 1990년 1월 자유화가 된후 그해 7월 프라하에 LG상사 체코슬로바키아 지점장으로 다시 입성하게 된 그는 1993년 주재원을 그만두고 무역회사 키멕스(KIMEX)상사를 설립했다. 동유럽 국가 중에서 한국과 가장 많은 교류를 하고 있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 12군데 지정됐을 만큼 관광 명소로 불리는 체코! 그곳을 터전으로 삼고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김만석 회장을 만나 수교 31년째를 맞는 한국과 체코의 생생한 지난날의 이야기,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미래를 전망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만석 키멕스 인터네셔널 대표, 월드옥타40주년사업위원회 위원장

 

체코에 정착한 한인 1호, 한국-체코 무역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남자

Q 체코에 정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벌써 강산이 3번째 바뀌고 여전히 체코에서 사업은 물론 한국과 체코의 교류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는 김만석 회장은 체코에 정착한 한인 1호로 불린다. 1988년 당시 여행 제한국가였던 체코에 출장을 여러 번 다녀왔고, 개방되면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지점장으로 오게 됐다.

“1990년 3월 22일 외교부 장관이 체코슬로바키아 연방공화국을 방문해 수교 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외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체코슬로바키아였고, 1993년 1월 1일부로 체코공화국과 슬로바키아공화국으로 분리 독립되면서 체코공화국으로 이어져 작년 수교 30주년을 맞이하게 된 거죠. 수교를 맺은 뒤 대사관, 코트라, 종합상사에서 파견된 총 10가정이 체코에 입성했습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가정이 바로 저의 가족이고, 한인 정착 1호이자,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한인 가정으로 남아있죠.”

독일 주재원 시절에 둘째 아들을 낳고 체코에서 키운 아들 둘은 한국 대학을 진학해 현재 한국 기업에서 아버지가 하던 무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자식 따라 다시 한국으로 올법한데, 김만석 회장은 아직 체코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체코에서 생활하고 사업하면서 고군분투했던 지난 31년, 그동안 겪은 경험과 노하우가 향후 한국-체코를 잇는 차세대 무역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전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Q 체코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독일 주재원을 오랫동안하고, 체코에 주재원으로 오면서 이제는 회사생활을 접고 독립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1993년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가지고 무역회사 키맥스(KIMEX)를 차렸는데, 당시 김만석 회장을 부하직원으로 아꼈던 사장님이 전무후무한 지원을 해 주었다. 회사에서 월 사무실 유지비와 인센티브를 주고 에이전트를 맡는 식으로, 1년간은 어렵지 않게 사업을 꾸려갈 수 있었다. 1년 후 계약 조건이 바뀌면서 LG상사와의독점 계약을 취소하였고, 본격적으로 키멕스는 다양한 거래선과 무역 사업을 시작했다.

“상사 생활을 부장까지 꽤 오래 했기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들을 많이 알았어요. 동유럽 국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회사들의 수출입을 도우면서 한국-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헝거리등 동유럽을 연결하는 무역 일을 주로 했습니다. 사업 시작하고 10년은 직물 산업이 동유럽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었고, 안경테, 낚시대, 장판지, 치약과 칫솔부터 전자 계측기, 페트 레진, 엘리베이터까지, 중소기업제품부터 대기업 제품까지 다채로운 아이텀을 취급하면서 오랜 ‘상사맨’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사업 외에도 체코한인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체코 체류 교민들을 돕고, 한국과 체코의 교류를 돕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체코 한인회 명예회장이자 월드 옥타의 40주년 사업위원장을 맡아 한국과 체코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좌)월드옥타40주년사업위원회 김만석 위원장과 (우)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이
인터뷰 진행중이다.

 

30년이 넘는 수교 역사, 거리는 멀지만 무역은 가깝다

Q 작년 한 해 동유럽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 현지 상황은 어떠한가.

2020년은 한국-체코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공관과 교민사회가 힘을 합쳐 다양한 행사들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취소되거나 축소 진행됐다.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었는데, 체코 역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전혀 구할 수 없어서 발을 동동 굴렀죠. 국가에서 비상사태 선언을 함으로써 한인 경제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식당, 호텔, 바, 커피숍, 피트니스센터, 체육시설 등이 강제로 폐쇄됐기 때문에 한인들이 주로 영업하는 식당, 여행사, 선물가게나 여행가이드를 하는 이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년 넘게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끊긴 상태로 관광사업을 주로 하던 한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체코에 진출한 대기업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넥센타이어 등 체코에 공장을 세운 대기업들은 셧다운으로 인해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부품 조달의 어려움 등 이중고를 겪었다.

Q 30년 지낸 김만석 회장의 경험으로 체코란 어떤 나라인가.

한국과 체코는 짧은 수교역사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3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했고, 바츨라프 하벨 체코 대통령, 바츨라프 클라우스 대통령, 밀로스 제만 현 대통령도 총리 재임 시절 한국을 방문했을 정도로 두 나라의 사이는 돈독하다. 2004년부터는 인천-프라하 구간의 직항노선이 개설돼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체코의 문화유산을 보러 여행을 떠나는 계기가 됐다. 또한,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공항에는 유럽공항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어로 표기된 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한국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체코 프라하는 유럽의 십자로에 위치해 있어 유럽의 무역상들에게는 중요한 도시입니다. 지도에서 보면 사실상 유럽의 중심에 있으므로, 체코 사람들은 동유럽이 아닌 센트럴 유럽, 중유럽이라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서쪽은 독일과 남쪽은 오스트리아 그리고 동쪽은 슬로바키아와 동북쪽의 폴란드와 접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오스트리아와 체코는 서로 자신의 앞마당이라 생각했을 정도로 거리가 가깝습니다. 오스트리아 국적의 모차르트는 자신의 유명한 오페라 작품인 <돈 조반니>는 체코에 와서 만들었고, 체코 국적의 드보르자크는 오스트리아의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안정된 작곡가 생활을 했을 정도로 두 나라는 경계 없이 문화를 교류했습니다. 체코어로 ‘문지방(Praha)’에서 유래된 프라하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문화유산이 풍부해요. 그 이유는 체코 사람들의 실리주의 성향 때문인데요. 이기지 못할 전쟁은 바로 항복해 자신들의 성과 다리, 건축물 등 문화유산을 지킨 것이죠. ”

Q 다수의 한국 기업이 체코에 진출했는데, 어떠한 이점이 있는가.

2020년 기준으로 양국 교역은 40억 불 규모로, 한국은 독일, 일본 다음으로 체코의 3대 투자국이다. 2006년에는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이 체코에 설립돼 연간 35만대를 생산하며 전 세계 56개국에 판매하고 있고, 두산중공업과 넥센타이어,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부품 협력사 및 관련 기업 62여 업체들이 진출했다. 현대자동차는 2006년에 14억 달러, 넥센타이어는 2016년에 10억 달러, 현대모비스는 1억 달러의 투자를 진행했다. 체코에 투자해서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판매실적은 전년 대비 59.9% 증가했는데, 현대차가 체코공장에서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함으로써 유럽지역에 더욱 활발히 공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체코-한국 교역의 화두는 2029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 원전 건설 사업이에요.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 프랑스, 러시아가 잠재 입찰 후보로 선정돼 경합을 버리고 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수주가 확정되면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이 팀을 꾸려 체코에 진출하게 됩니다. 현재 한국 국가 차원에서도 수주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어요.”

체코는 지리적으로 유럽의 정 중앙에 있어서 유럽 전역에서 접근성의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유럽 진출을 위한 테스트 시장으로 제격이다. 또한, 체코 전체 수출 중 자동차의 비중이 높은데, 그만큼 자동차산업 종사자가 많다는 것도 이점으로 평가된다.

우수한 기술인력이 많은 체코 시장, 동유럽 진출의 기회로 삼아라

Q EU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 체코를 교두보로 한다면 어떠한 전략을 세워야 하고, 어떤 아이템이 유력한가.

유럽의 중심이자, 동유럽 국가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되는 곳이 바로 체코다. 상거래 관습이 좋아 거래하기도 편해 한국 기업들이 지사 형태로 들어왔다고 법인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체코 산업은 한국과 구조가 비슷한데, 자동차산업을 비롯해 중공업,정밀기계,화학, 초자공업 등의 제조업이 발달했고 기술인력 양상이 활발하다는 점이 닮아있다. 인건비는 독일의 70% 수준으로 저렴하면서 고급 기술인력이 많다는 것도 체코 시장의 장점이다.

“친환경 자동차 부품, 임플란트 같은 하이테크 의료 제품, 디지털 관련 제품, AI와 관련된 기술 제품들 첨단 기술이 적용된 아이템이어야 체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거로 전망합니다. 자체 기술력이 뛰어난 나라이기 때문에 제품력이 떨어지거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잘 되는 생활 소비재는 별로 매력이 없어요. 어찌 보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 바로 체코인데, K-뷰티, K-방역제품, 의료 약품 등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성이 접목된 제품들은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체코는 유명한 공과대학이 많아 우수한 IT 인력이 많다. 국가 자체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많이 해주고, 산업 전반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굳이 천만인구의 크지 않은 시장, 까다로운 소비자 규정이 있는 체코 시장에 자체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보다는 기술 교류를 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방법도 추천한다. 또한, 동유럽 진출의 테스트 시장으로 삼고, EU 국가 내 무관세로 물건을 팔아 이득을 보는 이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권한다.

Q 30년 넘게 한국-체코 교류에 힘쓴 김만석 회장,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동유럽 진출 초기에 겼었던 많은 애환을 차세대 무역인들에게 공유해 주고, 유럽 전체를 보면 잠재력이 무궁한 체코 시장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 싶습니다. 체코 산업의 인프라가 동유럽 다른 나라보다 잘 갖추어져 있다는 이점을 활용해서 체코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기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만석 회장은 체코에 정착한 1세대 한인 사업가로 음과 양으로 체코 한인사회가 활성화되도록 돕고, 옥타의 차세대 무역인들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재 주어진 본분이라고 말한다. 1981년에 시작해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옥타의 ‘40주년 사업위원장’을 맡은 그는 요즘 한국에서 10월로 예정된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옥타 30주년에도 상임 집행위원을 맡아 크고 작은 행사를 주관했던 경험을 토대로 40주년 행사도 알차게 준비 중이다.

“인간의 나이가 40이면 불혹의 나이인데,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옥타의 지난 40년의 자료를 모아 E-BOOK으로 만들고,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과거를 뒤돌아보는 기억이고, 오늘을 보는 거울이며, 미래를 보는 희망이라고 하잖아요. 옥타의 40주년을 기념하는 협회지가 40년 과거와 지금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체코에서뿐 아니라 옥타에서도 살아있는 역사라 불리는 김만석 회장은 여전히 한국 상사맨 출신답게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런 열정으로 한국-체코 교류에 앞장선 지난 30년의 경험과 노하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값지고 귀하다.

왼쪽부터 월드옥타 국제통상전략연구원 신현태 원장, 월드옥타40주년사업위원회 김만석 위원장, 무역경제신문 이금룡 발행인이 인터뷰 종료후 기념촬영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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