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버스의 발전으로 가상 세계와 현실을 잇는 버추얼 휴먼이 인기
- 이미 인기를 입증한 미국의 릴 미켈라뿐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도 버추얼 휴먼 탄생

지난 9월 7월 신한라이프의 캠페인 광고 ‘라이프에 놀라움을 더하다’ 편이 공개된 지 20여 일 만에 누적 조회 수 1,000만 뷰를 돌파하며 큰 화제가 됐다. 이 광고의 모델은 실제 사람이 아닌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 ‘로지’다. 로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가상 인물로 1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으며, 여러 브랜드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버추얼 휴먼 로지 (사진 = Naver Photo)
버추얼 휴먼 로지 (사진 = Naver Photo)

롯데홈쇼핑은 자체적으로 가상 인간 ‘루시’를 개발해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루시는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모델이자 디자인 연구원이라는 커리어를 가지고 있으며, SNS 인플루언서로 활발하게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삼성전자는 가상 인간 ‘네온’을 내세워 신제품을 발표했고, 2021년 엘지전자는 디지털 휴먼 ‘래아’가 제품 소개에 열을 올렸다.

▶ 버추얼 휴먼의 등장은 기존 광고와 마케팅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

이미지를 위해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홍보 모델로 기용할 경우, 사생활 논란이 생기면 브랜드는 직격탄을 맞는다. 그래서 기업들은 모델 계약 시 사생활 이슈에 관한 조항을 넣을 정도로 굉장히 민감하다. 하지만 사생활에 이슈가 생겨서 위약금을 받는다 한들, 이미 추락한 브랜드의 이미지는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 그래서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대세로 떠오르는 것이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 즉 ‘가상 인간’이다. 가상 인간을 모델을 기용하면 사생활 이슈에 휘말릴 우려도 없고, 광고 촬영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로지와 루시 같은 가상 인간의 등장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그룹 엑소의 전 멤버인 크리스 우가 강간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되면서 몸살을 앓았다. 독일 자동차 업체 포르쉐, 프랑스 화장품 업체 랑콤, 중국 식품 업체 마스터콩, 중국 영상 플랫폼 텐센트 비디오 등 10여 개의 브랜드가 그와 계약을 끊었고, 소비자들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크리스 지우기’에 나섰다. 중국에서도 연예인들의 사생활 잡음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에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윤리적 혹은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가상 인간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가상 아이돌 시장 규모는 62억 2,000만 위안(한화 약 1조 1,07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34억 6,000만 위안(약 6,161억 원)에서 약 2배 성장한 수치다. 중국에서는 이미 각종 가상 아이돌과 가상 인플루언서가 브랜드의 모델뿐 아니라 콘서트, 프로그램 진행 및 온라인 상품 홍보와 같은 경제활동을 현실 세계에서 활발하게 하고 있다. L’ORÉAL의 오우예(欧爷)와 M지에(M姐), KFC의 콜로넬(虚拟上校), SK-II의 이마(Imma)가 가상 아이돌 모델의 좋은 예시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가상 아이돌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대중문화 속에 융화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8~2023년 중국 가상 아이돌 시장 규모 및 전망 (자료 = iiMedia Research)
2018~2023년 중국 가상 아이돌 시장 규모 및 전망 (자료 = iiMedia Research)

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2017~2020년 중국 가상 아이돌 핵심 시장의 연간 성장률(GAGR)은 62.2%를 기록했다. 동시에 2020년 핵심 산업 규모가 34억 6,000만 위안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70.3% 성장했고, 2021년에는 62억 2,000만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상 아이돌의 상업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주변 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가상 아이돌이 주변 시장에 영향을 미친 규모는 645억 6,000만 위안에 달하며, 2021년에는 1,074억 9,000만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중국 가상 아이돌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가상 연예인, IP 파생 가상 인물, 실제 인물의 가상 이미지와 관련 기업들까지 모두 투자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텐센트, 틱톡, 알리바바, 넷이즈(Netease) 등 IT 대기업과 콘텐츠 플랫폼이 모두 버추얼 휴먼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기업이 거대 자본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상 아이돌 산업에 더 큰 플랫폼과 트래픽을 창출했고, 발전 속도와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 버추얼 휴먼 1세대는 미국의 릴 미켈라, 일본에서도 등장

미국에서는 일찍이 버추얼 휴먼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등장해 실제 스타들을 능가할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기업 브러드가 개발한 가상 인간 ‘릴 미켈라(lilmiquela)’는 2016년 4월 인스타그램으로 데뷔했고, 캘빈 클라인, 샤넬, 프라다, 디오르 등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며 지난해에만 1,000만 달러(118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릴 마켈라는 19세의 로스앤젤레스 출신 브라질계 미국 여성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300만 명이 넘으며, 음원 발매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기 모델이다. 2018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25인’에 방탄소년단과 함께 포함됐으며, 미국 정보기술 전문지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 1월 미켈라는 1억 2,500만 달러(약 1,475억 원)의 투자도 받았다.

일본에는 작년 말 일본 스타트업 AWW가 만든 버추얼 인플루언서 ‘이마(Imma)’가 등장해 SNS를 통해 인기 인플루언서에 등극했다. 현재 일본 이케아 하라주쿠점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며, 21개국에 발행되는 패션지 ‘GRAZIA’ 중국판 표지에도 등장했다.

버추얼 휴먼 이마(Imma) (사진 = 이마 인스타그램)
버추얼 휴먼 이마(Imma) (사진 = 이마 인스타그램)

▶ 고유의 캐릭터를 입힌 버추얼 휴먼, 업계 전망은 맑음

버추얼 휴먼의 등장은 ‘메타버스’ 열풍과 관계가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유니버스의 '버스(verse)'를 합친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초현실적인 세계를 뜻한다. 가상 세계이지만 현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버추얼 휴먼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직업, 나이, 성격, 국적까지 디테일한 설정이 더해져 대중의 친밀감이 높아지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버추얼 휴먼의 등장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관리하기 쉽고, 활동에 제약이 없으며, 활용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연예인을 기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버추얼 휴먼이 완벽한 인간상의 표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미의 획일화, 성적 대상화, 음란물 악용 가능성 등 극단적으로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버추얼 휴먼 산업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접목돼 더욱 성장하고, 이런 문화를 즐기는 인구의 수는 향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 인물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하면 좋을지, 어떤 비즈니스와 접목하면 좋을지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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