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 관세청의 정기 또는 수시 조사에서 관세 추징을 당한 업체는 얼마나 될까. 총 162개 업체에서 1,812억 원이 추징되었고, 통관 관련 법규 위반 사례도 7,706건이었다. 적지 않은 숫자다. 부정확한 지식, 잘못된 판단으로 관세를 잘못 신고한 경우 수입 후 관세 조사 가능 기간 5년치를 한꺼번에 추징당하게 된다. 이러한 사후 위험은 기업에 예기치 못한 비용을 유발하여 경영 안정성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관세청은 기업이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납세 협력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관세 도움 정보 제공’, ‘수입세액 정산제도’, 아크바(ACVA)’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이 기업에 어떤 도움을 주고, 정보를 제공하는지 짚어본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 납세 협력 프로그램의 하나, 관세 도움 정보 제공

2019년 4월에 도입한 관세 도움 정보 제공은 관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업별 납세 오류 가능성을 진단하고, 맞춤형 도움 정보를 제공해 기업이 납세 오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기업과 관련되는 유권해석, 세법 개정 내용 등 ‘놓치기 쉬운 사항’과 과세가격 누락, 세율 착오 등 해당 기업이 ‘실수하기 쉬운 사항’ 등을 조회할 수 있고, 납부 기한 연장, 부가가치세 납부 유예, 숨은 환급금 찾아가기 등 해당 기업에게 유용한 ‘절세 팁’도 함께 제공된다.

활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을 통해 모든 수입 기업이 상시 조회할 수 있으며, 필요시 세관 방문 및 우편 등의 방법으로도 관세 도움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직전 연도 수입액이 300억 원 이하인 중소·중견 기업으로서 제공받은 관세 도움 정보로 자체 점검 및 치유가 어려운 경우, 세관에 요청하면 전문가의 검토 및 컨설팅도 추가로 받아볼 수 있다. 2020년 5월 현재까지 1,566개 업체가 7,868건 55억 원을 자진 납부했고, 1,657건 5억 원 상당을 환급받았다.

예를 들어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 A기업은 관세 도움 정보를 통해 세관에 신고한 수입 품목(HS 코드)별 단가를 비교해 같은 품목에서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가 100% 이상 나는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신고 오류 여부를 자율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다. 또한 관세 도움 정보를 통해 수입 물품의 HS, 원산지, 규격 등 같은 물품 중에서 FTA 혜택을 받은 물품과 그렇지 못한 물품을 비교한 데이터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추가로 FTA 협정 세율을 신청해 절세에 활용할 수 있다.

▶ 납세 협력 프로그램 둘, 수입세액 정산제도

수입세액 정산제도는 기업이 직전 회계연도 수입 물품에 대하여 매년 스스로 세액 오류 사항 등을 자율 점검하고, 관세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 정산 보고서를 제출하면 세관 심사를 통해 세액을 확정하는 제도다.

수입세액 정산제도는 그 대상이 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세관에서 수출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통관 절차 등을 간소화시켜 주는 제도) 기업에 한정되는데, 관세청에서는 매년 1월 AEO 기업 중 정산 기업 모집을 공고하고, 세관의 심사 인력 여건 등을 감안해 정산 기업을 지정한다.

2020년 현재 AEO 수입 인증 업체는 147개이며, 이 중 23개 업체와 공기업 4곳이 수입세액 정산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관세 조사 면제, 부가가치세 수정 세금계산서 발행, 통고 처분 금액이 감경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납세 협력 프로그램 셋, 아크바(ACVA)

마지막은 특수 관계자 간 과세 가격 결정 방법 사전 심사제도(ACVA; Advance Customs Valuation Arrangement)로 통상 ‘아크바’라고 부른다. 해외 본사와 국내 지사 등 본-지사 간의 거래를 하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보통 이전 가격(Transfer price)이 적정한지 조사를 받게 되는데, 만일 낮게 신고된 경우 탈세 의혹을 받고, 높게 신고해 관세를 더 납부하더라도 내국세를 더 적게 내게 되므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최근 5년간 관세 조사에 따른 추징액 중 다국적기업의 비중이 약 46%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아크바이다.

아크바는 기업의 신청에 따라 특수 관계자 간 거래된 수입 물품의 가격이 특수 관계 때문에 영향을 받았는지 등을 검토하고, 과세 당국과의 상호 합의를 통해 사전에 과세가격 결정 방법을 정한다. 관세 조사, 즉 사후 심사와는 달리 강제성을 갖지 않고 납세자와 세관 당국 간 협의와 약속을 전제로 하여 향후 수입되는 물품에 효력을 갖는 자율적 납세 협력 프로그램이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2020년 현재 80여 개 업체가 아크바에 참여하고 있다.

아크바 참여를 원하는 기업은 인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본부세관에 신청하면 된다. 이후 본부세관을 거쳐 관세평가분류원의 ‘아크바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고 각 본부세관에서 심사 및 사후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아크바 기업에는 관세 조사 유예, 가산세 면제(부족 세액의 10%), 부가가치세 수정 수입세금계산서 발급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데, 수입 기업은 조세를 예측할 수 있어 경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과세 당국은 안정적 세수 확보 및 조세 마찰을 방지할 수 있다.

필자는 세관에 근무하면서 사소한 실수나 무지로 관세를 추징당해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경우를 많이 봤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세 조사 추징으로 인한 기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영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 위에서 소개한 납세 협력 프로그램 세 가지를 꼭 이용해 보길 권한다.

한상필 관세국경관리연수원 전문교수/<br>한국관세학회 부회장
한상필 관세국경관리연수원 전문교수/
한국관세학회 부회장

한상필 교수는 현재 관세국경관리연수원 전문교수로 재직 중이며, 배재대학교 무역물류학과에 겸임교수로도 출강하고 있다. 관세청, 부산세관, 관세평가분류원에서 약 36년간 근무한 관세 전문가이다. 또한 국제관세관세무역자문센터(ICTC)의 자문위원, 한국관세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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