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실크로드(주) CIO 박호신 관세사(ICTC 자문위원) 기고

아이티실크로드(주) CIO<br>박호신 관세사(ICTC 자문위원)
아이티실크로드(주) CIO
박호신 관세사(ICTC 자문위원)

[K글로벌타임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구상을 발표했다. 공급망 재편,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구상 등이 담겼다. 그런데 ‘Better World’란 뭘까? 미중 갈등이 신냉전 시대에 비유되는 현실에서 1950년 1월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의 에치슨 선언이 떠오르는 것은 무리일까?

미국은 2022년 2월 인도-태평양 전략 내 번영을 위한 수단으로 IPEF의 역할을 설정하였고, 2022년 5월 23일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뉴질랜드,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참여한 가운데 「번영을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선언문」이 채택되었다. 이어서 26일에 피지가 참여 선언을 함으로써 총 14개국이 참여하게 되었다.

IPEF는 아래와 같이 4개의 필러(Pillar)로 구성된다. 여기서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필러1.의 무역원활화 부문이라 생각된다. 필러1.은 WTO TFA(무역원활화 협정)을 기초로,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의 높은 수준의 규범(디지털화 의무 등)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필자 정리

그런데 2021년 OECD에서 조사한 무역원활화 지수에 따르면, 한국 20.5, 미국 20.1, 일본 20.0, 싱가포르 19.8, 호주 19.7, 뉴질랜드 19.5, 베트남 16.5, 말레이시아 15.7, 인도네시아 14.7, 필리핀 13.6으로 한국이 제일 높다. 이렇게 무역원활화 부문에서 강점인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이 국가별 세관 시스템 수준에 따라 필러1.에 동참할 수 있도록, 무역원활화 규범 표준을 마련하고 선도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역원활화의 성격을 ‘디지털 무역원활화(digital trade facilitation)’로 규정하고, 논의 출발점을, 서류 및 데이터 표준화를 중심으로 한 무역절차의 간소화(simplification)와 국제간 상이한 무역체계의 조화(harmonizing)의 두 방향에서 바라보고 이를 협정문에 담을 필요가 있다.

무역원활화의 제1단계로서 무역절차의 간소화(simplification)는 원산지증명서, 동·식물 검역증명서, 비가공증명서 외 각종 요건확인 서류 일체를 싱글윈도우를 통해 서식 통일화 및 연계를 추진하여 서류 없는 세관(Paperless Customs)을 구현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무역에 관한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므로, 연계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서류를 연계한다는 Negative List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잘 활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uTradeHub 플랫폼을 구축해 놓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의 동참을 유도할 무역원활화 표준을 새롭게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IPEF가 미 의회의 비준을 거치지 않는 행정협정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미국이 2023년 11월 APEC 정상회의까지 완료한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uTradeHub 플랫폼을 아세안 국가들의 실정에 맞게 조화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여기에서부터 무역원활화의 제2단계인 국제 간 상이한 무역체계의 조화(harmonizing)가 출발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이 협정문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IPEF의 참여국 확대에 노력해야 한다. WTO TFA가 시장개방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IPEF TFA는 새로운 경제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므로, 어디에서 명분을 찾고, 어떻게 노력하기에 따라서 개도국의 참여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참여국의 확대로 IPEF가 대중국 견제수단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전 세계 공급망의 안정과 자유무역의 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9‧11 테러 이후 강화된 CSI(컨테이너 보안대책), C-TPAT 제도 등과 같은 미국의 물류보안제도는 전 세계 무역을 위축시키는 데 충분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조치를 WCO(세계관세기구)가 수용하면서 AEO(안전관리 공인업체) 제도가 마련되었고, 각국은 MRA(상호인정협정)를 통하여 이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당사자인 미국이 IPEF TFA를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역이 경제발전의 유일한 원동력인 한국으로서는 이 기회를 충분히 살려야 한다.

우선 참여국 공동의 MRA를 협정문에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AEO 제도와 MRA를 싱글윈도우 차원에서 시스템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을 협력사업으로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IPEF를 통해서 AEO 제도가 물류규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전 세계의 관세국경관리가 물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그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마윈 회장은 2016년 3월,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 포럼에서 「세계 전자무역 플랫폼(electronic World Trade Platform)」을 제안했다. 하지만 eWTP는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은 세계무역기구(WTO)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IPEF TFA를 통해서 eWTP의 희망을 본다.

에치슨 선언의 피해자였던 한국이 혈맹인 미국과 함께 중국을 끌어안고 ‘누구나 쉽게 무역하는 세상’을 선도함으로써 세계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는 것이 어쩌면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시대적 사명일지도 모른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는 관세사로서 HS품목분류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무역 요건확인 및 비용추산 플랫폼인 ITSilkroad.com을 개발하였다. 현재 인천한결관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무역물류학과에서 강의를 하면서, ICTC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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