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현장 전문가 양성이 중요…RCEP에서 ‘일자리 거래소’를 만들 것”

지난 5월29일 서울 마포의 한 까페에서 무역경제신문과 인터뷰중인 이창우 前 한국FTA산업협회(KFIA) 회장. ⓒ무역경제신문 

“처음에 우리나라 정부가 FTA를 추진할 때 반대 단체는 수백 개인데, 찬성 단체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제가 주도해서 FTA 협회를 만들었습니다. 당시가 2010년도였어요. 그렇게 FTA 관련 일을 하다가 올해 협회장 자리를 내려놓고, 이제는 국내 FTA보다는 세계시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前 한국FTA산업협회(KFIA) 회장인 이창우 FTA 아카데미 회장은 국내에서 처음 FTA 협회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작년 1월 ‘FTA 아카데미’를 1인 기업으로 창업한 ‘지식서비스 창업가’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국내 1호 Born-FTA 창업자이며, 아시아권에서도 1호”라고 강조했다. KFC를 창업한 커넬 샌더스는 62살에 창업을 했는데, 그는 올해 67세이니 66세에 창업을 한 것이다. 아마도 최근 지식서비스 창업자 중 최고령 창업자일 것이다.

이 회장에 따르면 이제 국제 무역시장의 60% 이상이 FTA로 바뀌었다고 한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수출의 75% 이상이 FTA를 활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제 국내 기업들도 작은 내수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FTA라는 새로운 무기를 가지고 해외시장으로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창업도, 일자리도 FTA에 답이 있다고 한다. 국내 ‘FTA 1호 공학자’로 불리며 FTA를 25년 전부터 깊이 연구해 온 이창우 회장을 지난 29일 무역경제신문이 마포의 한 까페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처음 FTA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나는 81년부터 해외 생활을 하는 등 현재 40년째 무역을 해오고 있는 종합상사맨 출신이다. 종합상사에 있던 어느 날 신문을 보니, NAFTA를 체결한다는 소식을 봤다. 요지는 우리 회사는 미국에 관세를 물고 상품을 파는데, 그 상품을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에 팔 때는 관세를 안 문다는 것이니 우리가 불리했다. ‘큰일났다’ 싶어 주위에 FTA에 대해서 아는 사람을 찾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제가 당시 미국 대사관을 직접 찾아갔다.

그러고 난 후 얼마 후에 한국이 칠레 FTA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문단을 모집하는데 무역을 하면서 FTA를 아는 사람이 국내에 나 말고는 없었다. 그 이후부터 한‧중, 한‧미, 한‧EU, 한·중 FTA 등 자문을 계속하고 있다.” 

이창우 회장(왼쪽에서 두번째로 서 있는 인물)의 한국FTA산업협회 회장 활동 당시 모습. [사진출처=한국FTA산업협회]

-우리나라의 FTA 대비 현황은 어떤가.

"작년에 이웃 나라 초청으로 해외로 FTA 강의를 간 적이 있다. 정책, 그 나라는 제도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콘텐츠가 미흡하고, 전문가가 부족하고, 시스템도 미흡했다. 우리나라는 FTA 협상도 잘하고, 정책도 우수하지만, 민간차원의 현장 활용이 미흡하다. 나는 비록 미흡하지만 FTA콘텐츠, 전문가,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고 양성했다. 상사맨 출신으로 무역의 밑바닥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코로나 사태로 현재 전 세계의 나라들이 국경장벽을 쌓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현상만 보고 그 이면을 못 보고 있다. 세계무역의 절반 이상이 FTA인 상황에서 코로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FTA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이 높이고 있는 국경장벽을 분석해보면 이동장벽·물류장벽‧기술장벽‧정보장벽‧통관장벽·검역장벽·투자장벽 등이 있다. 이걸 뚫을 수 있는 무기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FTA 협정문에 이미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로 높아진 국경장벽도 결국 FTA로 뚫어야 한다."

“FTA 연방을 만들자…고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FTA팀이 기업들 도와야”

-우리나라는 뭐부터 해야 하나.

“우선 FTA 이전의 WTO 체제에서의 기존 무역과 FTA 이후의 무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세계무역에서 FTA 비중이 60%가 넘는다. 우리 수출의 75.2%도 FTA로 바뀌었다. 우리가 FTA 체결한 나라들의 GDP가 세계 GDP의 77%다. 우리나라는 칠레, 페루 다음으로 FTA 영토가 크지만 인구 5천만 이상 되는 국가 중 FTA 영토가 세계 1위다. 실질적으로는 우리가 세계 1위의 FTA 연방을 구축한 것이다.

아울러 전 세계의 한상(한국)은 총 750만 명이다. 인상(인도)은 2000만 명. 화상(중국)은 60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비록 해외 교포수는 적지만  전체 인구 중 교포 비중은 우리나라가 더 크다. 현재 전 세계에서 750만 명의 한상들이 더 많은 지역을 커버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민족연방 세계 1등인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세계 1위 K- FTA연방, 역시 세계 1위 K-민족연방을 날줄씨줄로 삼아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 선도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FTA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수출, 해외진출, 투자, 글로벌, 세계화를 이야기하면서 FTA를 빼면 공허한 말이 된다. 예를 들어 4차산업 분야인 IOT 서비스는 IT 서비스다. 그런데 서비스도 국가간 FTA에서 막으면 못 들어간다. 예를 들어 한‧미 FTA에서 의료분야와 교육 분야를 막아서 원칙적으로 미국 병원이나, 대학이 우리나라에 못 들어온다. 우선 FTA에서 개방을 해야 진입이 가능하다.

또한 IOT 서비스를 분석을 해 보면, 일단 하드웨어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FTA 통관, 원산지 물류에 해당한다. 관련된 사람이 가야 하는데 비자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그 다음에 기술적인 조항과 특허‧상표와 관련된 지식재산권 문제 등도 있다. 따라서 어떤 분야든 먼저 FTA에서 개방되었는지부터 살펴보고 구성요소를 분석해서 FTA의 해당 여부도 따져 봐야한다.”

이창우 회장(사진)은 산업의 어떤 분야든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먼저 FTA의 해당 여부도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경제신문

-무역에서 본격적인 FTA 시대가 오는 것인가.

"WTO 체제에서는 무역이 표준화되어 있다. 그런데 FTA는 체결된 나라에서만 통하는 무역규범이다. FTA는 체결국들이 타협하는 합의규범이 있고, 기존의 표준규범과 폐쇄규범등이 혼재돼 있다. 우리나라 쌀처럼 각 나라마다 개방하지 않는 분야는 폐쇄규범과 항목들인 것이다. 그래서 FTA는 체결된 나라끼리만 통한다. 

결국 수많은 FTA들이 서로 호환이 안 되기 때문에 공부를 따로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모 건설회사 임원이 저를 찾아왔는데, 자기 회사가 전 세계 현장이 100개가 있다고 치면, 몇십개 나라가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했고, 나머지 나라는 현재 논의 중 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100개 현장에 자재가 들어오려면 현장이 있는 국가가 체결한 FTA 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즉, 각각의 통관이 있어야 하고, 인력이동 조항이 있어야 하고, 물류가 있어야 하고, 법률‧세무‧회계 분야까지 FTA 관련 조항이 존재한다. 거기다가 지적재산권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많은 FTA를 알아야 할지 모르는 일이다. 알아야 할 FTA가 수백 개다. 

그런데 FTA를 체결하면 한편으로 유리하지만, 기업들은 많은 FTA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활용하기 위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불편함도 동시에 존재한다. 수출입을 하기 위해서는 FTA가 필수이니, FTA를 잘 모른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저는 방법을 마련했다. 무역을 오래한 사람들을 세 분야로 뽑았다. 우선 아이템 전문가다. 적어도 20년 이상 무역을 한 사람이다. 두번째는 지역 전문가다. 해외파견 경험이 있는 전문가다. 세번째는 유형은 금융, 물류 등 무역을 연결시키는 서비스 전문가다. 그런 사람들을 뽑아서 120시간 FTA 교육을 통해 FTA 전문가로 양성하여 활용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팀으로 기업들의 FTA 업무를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이 사람들과 함께 팀을 짰더니 연합이 잘 됐다. 예를 들면 농산물 업체 지원 시 농산물 담당자, 물류 담당자, 통관담당자가 함게 지원하는 방식이다. 자기 분야를 하면서도 전체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식으로 현재 100명 정도를 양성했다. 앞으로 1000명까지 양성하려고 한다.” 

지난해 11월 20일 이창우 회장이 운영하는 FTA아카데미는 장보고글로벌재단(이사장 김덕룡)과 공동 사업에 대한 업무 협약식을 체결하기도 했다. [사진출처=FTA아카데미]

“글로벌 FTA 활용이 대한민국이 살 길…미‧중 갈등에선 경제 뿐 아니라 안보측면 고려해야”

-국내 기업들이 FTA를 잘 대비하기 위해 어떤 원칙이 존재하나. 

“4가지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 ‘FTA 4총법칙’이라고 한다. 첫 번째는 ‘총 거래수 최소화 법칙’이다. 모든 FTA 거래를 하면서 기존 거래단계 보다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총 요소비용 최소화 법칙’이다. 세 번째 법칙은 ‘총 요소경쟁력 최대화 법칙’이다. 요소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변화된 FTA 규범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4번째가 ‘총이익 최대화 법칙’이다. 겉으로 남고 뒤로 손해 보면 안 된다. 

이런 걸 기업들이 모르고, FTA가 어렵다고만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FTA는 우리 수출의 75% 이상을 차지하는데 협정문 자체를 잘 모른다. 이런 이유에서 FTA 아카데미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수출을 하는 기업들에게 글로벌 FTA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래서 저는 현재 다자 FTA 협정에 필요한 FTA 교재를 쓰고 있다. 저의 분야에서 FTA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자기 분야에서 FTA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게 앞으로 대한민국이 살길이다.”

-국가적으로는 앞으로 어떤 FTA 전략으로 가야 하나.

“현재 전 세계가 FTA를 많이 하고 있는 추세다.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 즉 여러 나라와 동시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각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 적용, 통관절차, 표준 등을 확인하는데 시간과 인력이 더 들어 거래비용 절감이라는 애초 기대효과가 반감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전 세계는 다자 FTA를 강화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예를 들어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한‧중‧일 세나라, 아세안 10나라, 호주, 뉴질랜드, 인도까지 총 16개국 36억 규모의 시장이다. 원래는 각 나라가 15개 나라에 들어가려면 15번 협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16개 나라가 함께 싸인을 해버리면 규범이 한 번에 통합이 된다. 동일 조건이면 생산요소가 표준화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당연히 환영한다. 그런식으로 본격적으로 다자간 체제가 되면 ‘내수외수가 따로 없는 동일 시장 공동체’가 된다.

중국은 우리보다 FTA를 늦게 시작했지만 현재는 우리보다 FTA를 더 많이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우리 간의 경우 우리가 양자 FTA 협정에서 불리한 분야도 다자로 하면 유리하게 갈 수 있다. 사실 사드 보복도 WTO, ISD 등을 활용해서 반격했어야 했다. 결국 FTA 연방을 잘 활용해야 한다. 글로벌적인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제는 초국가 경영전략을 펼쳐야 한다. 기업들의 본사도 꼭 한국에 있으란 법은 없다.”

이 회장은 FTA를 통해 이제는 초국가 경영전략을 펼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무역경제신문 

-현재의 미‧중 무역갈등 시대에서 대한민국은 FTA 관련해서 어떤 전략으로 가야 장기적으로 유리한 건가.

“FTA는 단순히 경제 문제만이 아니다. 외교안보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스라엘 FTA는 외교안보 중심이다. FTA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다. 한‧미 FTA의 경우도 다 혼합이 돼 있다. 순수하게 경제라고만 보면 안 된다. 

물론 스탠스는 전략적으로 미‧중 양쪽으로 다 걸치는게 좋다. 그러려면 일단 따져봐야 한다. 외교안보 및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으로 가되, 중국과는 다자 FTA 전략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운영중인 ‘FTA 아카데미’의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우선 현장에서의 전문가 양성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킬러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예를 들면 RCEP에서 ‘일자리 거래소’를 만들 계획이다. 왜 수산물 거래소 이런 건 있는데 일자리 거래소가 없는가? FTA에서는 기존 무역체계 보다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된다. 정보, 상품, 서비스 자본, 인력, 이런 것들이 자유롭게 이동이 되기 때문에 일자리를 국내에서만 찾는 건 이제 말이 안 된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FTA를 활용하여 코로나를 극복하고, 수출과 일자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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