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1월 15일 우리나라가 세계 15개국이 협정이 참가한 ‘RCEP(알셉)'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RCEP’은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域內包括的經濟同伴者協定)을 말한다. 이번 협정에서는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회원국(ASEAN) 10개국과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15개국이 참여한다. RCEP의 시장 규모는 인구만 23억 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 최대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협정을 통해 '메가 FTA' 가 출범하며 우리나라와 '아세안(ASEAN)'과의 상품 자유화 수준은 기존 80%에서 90%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공동 서명이 마무리된 직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협약의 영향으로 각 품목별로는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 등 우리의 핵심 품목뿐 아니라 섬유, 기계 부품 등 중소기업 품목, 그리고 의료 위생용품과 같은 '포스트 코로나' 유망 품목도 추가로 시장 개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게임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문화 콘텐츠 시장의 개방성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고 있다.

올해로 75주년을 맞이한 한국 무역史. 반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의 무역량을 꾸준히 증가했으며, 아울러 수출상품은 과거 1차 산품에서 첨단 IT제품으로 고도화되었고, 수출대상국도 248개국으로 늘어났다.(출처:2016년도 한국무역협회 자료).

양과 질이 늘어나고 높아짐에 따라 점차 복잡화되고 있는 국가 간 협정에 수출•입은 물론 그에 기반한 산업발전의 청사진이 달려있는 다자무역 시대, 이 시대에 우리 경제는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이창우 사단법인FTA아카데미 회장에게 물어보았다.

前 한국FTA산업협회(KFIA) 회장인 이창우, 국내에서 처음 FTA 협회를 만든 주인공이다.&nbsp;<br>작년 1월 ‘FTA 아카데미’를 1인 기업으로 창업한 ‘지식서비스 창업가’이며,<br>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권역에서 1호 Born-FTA 창업자이다. (사진 = 무역경제신문)
前 한국FTA산업협회(KFIA) 회장인 이창우, 국내에서 처음 FTA 협회를 만든 주인공이다. 
작년 1월 ‘FTA 아카데미’를 1인 기업으로 창업한 ‘지식서비스 창업가’이며,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권역에서 1호 Born-FTA 창업자이다. (사진 = 무역경제신문)

 

▶ 자유무역협정...‘FTA’, 그 본질을 알아야 한다

에RCEP 협정 체결보도가 나가고, 많은 이들은 기대와 우려를 표했다. 무엇보다도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누적된 피로도와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사태에 따라 그간의 ‘자유무역’ 체계가 무너지고, 다자가 아닌 소수의 양자간의 연방적(聯邦的)성격을 띤 ‘무역 블록화’가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고 있는 무역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오랜만 등장한 ‘다국적 공동체’ 안에서의 ‘다자무역’에 협정의 성격과 그 내용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에 이창우 회장은 “RCEP 역시 FTA이고, 결국 FTA의 본질을 알고 있어야 대응할 수 있다”고 답한다.

흔히 정부와 언론 보도에서는 국가간의 무역협정이 체결될 때마다 그 이름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그 이유 때문인지, 대중들은 각 협정의 이름이 다르니, 성격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무역협정의 골자는 문자 그대로 ‘FTA (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 자체다. 보도된 RCEP도, 경제 기사에서도 접하게 되는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등도 이 골자에 따르면서 내용에 포함된 요소가 다를 뿐이라는 것. 아울러 본질은 협정 안에서의 시장(市場) 통합이다.

이창우 회장은 “FTA의 본질은 시장 통합에 있다. 상품, 서비스, 기술, 정보, 자본, 인력과 같은 생산요소에 대해 보다 자유롭게 이동성이 발효되는 것이다. 이 ‘자유’는 협정 체결 후에 정치•외교적 문제 혹은 분쟁 등으로 불가피한 변수가 일어나 교류에 이동장벽이 생겼을 때 해당 벽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의 전제가 되어준다”고 설명했다.

즉, 단순히 국경을 넘어 교류와 거래가 오가는 것 이상으로 ‘이동의 자유’, ‘교류의 자유’를 보장한 경제적 협약이라는 것. 이 협약은 위기가 닥칠 때, 일종의 ‘중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장 2020년도 상반기 국가별 수출입 동향에서 코로나 감염 확산세 속에서 무역경제의 출구로서 작용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FTA 체결국은 199억 흑자를 보았다고 나온다. 가입국이 아니면 오히려 290억 가량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해 국경이 봉쇄되었는데, FTA는 이러한 벽이 생김으로 인해 곤경에 처할 때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전제하에 개방조항을 만든다.”

현재 국제 무역시장의 60% 이상이 FTA 체제로 변화하고 있으며, 또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수출의 75% 이상이 FTA를 활용하고 있다. 자유무역이 보편화됨에 따라 역(易)으로 국경장벽도 높아지면서 ‘보호 무역’이 지은 벽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에 이창우 회장은 각 장벽별 특성을 파악함은 물론 그 골자는 FTA 협정문에 반영된 내용을 활용하라는 답을 전했다.

이 회장은 “현재까지 다른 나라들이 높이고 있는 국경장벽을 분석해보면 이동장벽·물류장벽‧기술장벽‧정보장벽‧통관장벽·검역장벽·투자장벽 등이 있다. 이것을 뚫을 수 있는 무기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FTA 협정문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현재 코로나로 높아진 국경장벽도 결국 FTA로 길을 내어 나아가야한다."

FTA, ‘관세’에만 집중하지 말고, ‘글로벌 밸류 체인 (GVC)’의 적용 여부를 더 들여다봐야

FTA 체결 보도에 우리가 늘 주목하는 것은 바로 ‘통관’, ‘관세’다. 해양과 항공 등으로 물류가 통과해 수출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각 국가별 세금이 어떻게 매겨지는 지는 협약체결 때마다 주요 관심사다. 국내 정부 부처와 기업들은 협정문 내용에서도 이 ‘관세’ 부분에 더욱 집중한다. 하지만. ‘세금’에만 집중하다가 오히려 놓치는 것들이 더러 있다. 이창우 회장은 “FTA에는 관세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며 기업과 정부의 현 자세를 비판했다.

“FTA는 말 그대로 협정문 자체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대비해야한다. 이 협정이 체결된 국가간에서만 통용되는 규범이 있다, FTA에서 통용되는 규범은 그 성격에 변화도가 높다. 이를 잘 들여다봐야한다.”

아울러 이 회장은 FTA의 4가지 원칙을 거론하며, 이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이 제시한 FTA는 총 4가지 원칙을 지닌다. 이른바 ‘FTA 4총법칙’이라고 하는데, 먼저, ▲모든 FTA 거래를 하면서 기존 거래단계 보다 줄여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 ‘총거래수 최소화 법칙’. ▲‘총 요소비용 최소화 법칙’, ▲요소의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한 ‘총 요소경쟁력 최대화 법칙’, ▲‘총이익 최대화 법칙’ 등이다.

이 회장은 “FTA는 앞서 열거한 4가지 원칙을 근거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규범은 변화된다. 이렇듯 변화된 규범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답에 이 회장은 “변화무쌍한 규범과 조항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FTA는 장벽을 우회적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양자 또는 다자무역 국가간의 조항 및 규범의 성격이 다변화되었기에, 기존에 반영되던 ‘범세계적/범인류적/보편적 가치, 즉 글로벌 밸류 체인 (Global Value Chain)이 통용되지 않는다.

“FTA는 시장통합을 근간으로 체결 국가간의 연방제를 이룬다. 하지만 연방이라고 할지라도 표준화는 없다. 만약 한국이 베트남과 협약을 맺는다면 그 나라에 맞춰서 사회적/문화적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이스라엘과 협정을 맺는다면? 역시 그에 맞춰서 당사자 국가간의 체결요소가 다시 짜서 오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체결국 내 표준과 가치가 서로 상호호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해당 오류를 해결하고, 유지보수하기 위한 매몰 비용이 필요하다. 이것을 스파게티 면발이 얽혀 둥근 볼(Ball)을 이룬 듯이 뭉친 것을 따로 풀어내야만 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여 ‘스파게티 볼(Spagetti Ball)' 효과라고 일컫는다.

이렇듯 변이성(變異性)이 다분하고 복잡화된 와중에 단순히 한 분야만 본다는 것은 오히려 적자(赤字)를 보는 길이 될 수 있다.

이에 이 회장은 “통관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구성한 참모진을 꾸려 조항별로 시나리오를 만들고, 플랜 A,B,C를 구성해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RCEP로 시장은 더 커졌다... 글로벌 통상 변화에 대비해야

RCEP 협정이 체결된 후 전해진 시장 규모가 확장됨에 따라, 정부는 각국 수출에서의 원산지 기준 통합을 통해 증명 및 신고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발표했다. 이는 협정을 맺은 지 10년 이상이 경과된 2007년도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과 대비하여 9개 분야를 신규 도입함을 밝히면서 공개되었다.

증명신고절차가 간소화되는 9개 분야는 ▲‘지재권’으로도 알려진 지식재산권, ▲전자상거래, ▲경쟁, ▲중소기업, ▲정부조달, ▲통관 및 무역원활화, ▲동식물 위생(SPS), ▲무역기술장벽(TBT), ▲자연인의 일시이동 등이다.

이번 정부의 절차 개편에 대해 이창우 회장은 “현재 글로벌 통상환경에 이는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눈에 뜨이는 것이 3가지다. 먼저, 규제 통일. 대표적인 예로 생산물의 품질 기준, 관련 인허가 받는 기준 등등이 나라마다 달랐다. 이에 15개국이 공동서명을 함으로써 인허가가 규제가 통합된다.”고 짚었다.

이어 ▲규범 통일을 통한 물류 조달시장과 소비자 보호권익 통합으로 조달이 쉽고, 생산물류 이동 편해지는 것, ▲생산 요소의 표준화를 꼽았다.

이 회장은 “최종적으로 간소화에 따른 편리가 이어지고 이는 앞으로 기업의 해외 진출이 더 빨라지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다양한 생산 요소 속 ‘서비스’에 주목하다

이창우 회장이 FTA에서 강조한 것은 고도화된 전략전(戰)뿐만 아니라 산업 직군별의 해외 진출이었다. 그중에서도 이 회장은 ‘서비스 산업’에 주목했다.

“서비스 산업군 또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다. 서비스 중에서도 교육 비즈니스를 무기로 진출을 시도해 보려 한다.”

이 회장은 향후 FTA에서 중재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재양성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명 ‘크로스 커팅 (Cross-Cutting)'으로 알려진 인류보편적 가치, 인권, 평등, 성차별금지, 환경보호 등이 담기는 선진국형 조항이 도입되고 있는 FTA 현황에 관련 전문가들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이에 이 회장은 당장 RCEP에 대해서도 이를 두고 가입 회원국별로 팀을 꾸려 관련 조항 및 항목별 교육을 진행하고자 한다.

“일례로 최근 자유무역 협정문에 '노동’의 가치에 중점을 둔 조항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각 국가의 노동의 가치를 따지는 것이 과거 생산품의 원산지를 따지는 것처럼 포함되기 시작했다. 즉, 노동시간, 급여 등을 상호 FTA의 기준에 맞춰야한다.”

이 회장은 무역에 대해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닌 전체 생태계 싸움으로 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역은 각기 다양한 장기를 지닌 인재들을 바탕으로 한 참모진이 한데 모여 대응해야한다. 이에 대해 현재 교재 집필을 하고 있고 플랫폼을 형성하고자 한다. 다양한 직종별 관세 전문가들을 키울 것이다. 국내외 분리가 없어진 초(超)국가 경영 전략에 구매와 마케팅 모두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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