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에 한국 기업 적극 진출해야"
인도네시아통 외교관이 현장에서 본 인도네시아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는 2년 반에 걸친 대사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김 전 대사는 지난 2003년에도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할 줄 알고, 우리 외교부 내에서도 인도네시아에 사정에 밝은 외교관으로 통했다.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그는 지난달 28일 한ㆍ인도네시아 경영학회(KIMA) 초청으로 기업인들을 만나 현장에서 본 인도네시아와 우리 기업들의 기회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도네시아는 지역별로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많은 이들이 휴양지 발리 지역을 다녀온 경험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발리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소수인 힌두교인 거주 지역이다. "발리가 인도네시아는 아니다"라는 김 전 대사는 인도네시아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왜 인도네시아인가?

인도네시아는 비공식적으로 2억7500만명이 살고 있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다. 태평양과 인도양 사이 길목에 방파제처럼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기도 하다.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기준 40% 이상을 인도네시아가 차지한다. 그러면서도 아세안 10개국 중 정치의 민주화 수준, 법의 지배, 열린 통상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적으로도 아세안의 리더로, 아세안 사무국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하고 있다.

인구 대다수가 이슬람 신자로 중동 진출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기도 하다. 2009년 이후 GDP가 연간 5% 이상 성장하고 있다.

1인당 GDP는 4100달러 정도다. 김 전 대사는 “인도네시아의 경제 수준은 한국의 80년대 말이나 중국의 2008년 정도”라면서 “중국과 12~13년 정도 격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 소비시장…유니콘 기업도 5곳이나

막대한 인구가 곧 거대한 소비시장이다. 2030년에는 인도네시아 인구가 3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또한 디지털 경제로 급속하게 전환하고 있다. 고젝(Go-Jek), 그랩(Grab), 토코페디아(Tokopedia), 트래블로카(Traveloka), 부깔라빡(Bukalapak) 등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출신 유니콘이 인도네시아 디지털 경제를 이끌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이를 적극지원하고 있다. 고젝의 나디엠 마카림 CEO는 35세의 나이에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 장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지방 도시 노려 성공한 CGV

인도네시아는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도시화율은 84% 내외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55% 내외다. 지방의 2선, 3선 도시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김 전 대사는 한국 영화 체인 CGV의 인도네시아 진출 사례를 언급했다. 김 전 대사는 “전체 시장 점유율은 현지 기업인 씨네마21이 가장 높지만 성장세는 CGV가 높다”고 말했다.

CGV는 국토 균형 발전을 원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권유에 따라 수도권이나 대도시 대신 지방 도시를 공략했다.

CGV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사진=CGV)
CGV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사진=CGV)

인도네시아 역시 지방에는 이렇다 할 문화편의시설이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CGV가 입점하면 그 자체가 소비 창구가 된다. 김 전 대사는 “인도네시아 영화관에서는 한국처럼 팝콘 같은 과자만 먹는 것이 아니라 프라이드 치킨과 밥을 곁들여 먹는 식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CGV와 같은 CJ그룹 계열사인 뚜레주르도 CGV와 함께 입점했다.

자카르타에 위치한 뚜레주르 매장
자카르타에 위치한 뚜레주르 매장 (사진=CJ푸드빌)

현지에서는 뚜레주르가 프랑스 브랜드로 인식될 만큼 고급 이미지로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팔렘방은 인구 150만의 도시다. 한국 프랜차이즈 신마포갈매기 브랜드가 아시안게임 당시 팔렘방에 매장을 열었다.

갈매기살은 돼지의 횡격막에 붙은 살 부위를 말한다. 이슬람 신자들은 먹지 않는 부위다. 김 전 대사는 “무슬림 인구를 고려해서 소고기로 메뉴를 짰는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였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마포갈매기 매장 (사진=디딤)
인도네시아 마포갈매기 매장 (사진=디딤)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설정

인도네시아와 수교는 1973년으로 다소 늦은 편이다. 당시 인도네시아가 북한과 친교 관계가 깊었기 때문이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함께 비행기를 타고 해외 방문을 한 나라는 인도네시아가 유일할 정도다.

2006년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10여 년 지난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 중 첫 방문국으로 인도네시아를 택했다. 정상회담 이후 인도네시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한다는 발표를 했다.

특별 전략적 동반자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인도네시아뿐이다. 중동에는 아랍에미리트(UAE)가 특별 전략적 동반자다. 김 전 대사는 이를 “강한 의지가 담긴 관계 격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선언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교역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두 나라는 2022년 교역 규모 300억 달러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국빈방한 정상회담 (사진=청와대)
조코 위도도 대통령 국빈방한 정상회담 (사진=청와대)

"한국 기업 인프라 투자는 지금이 적기"

인도네시아 정부는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중공업과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전 대사는 “여기에 우리 기업들이 들어가야 한다”면서 “인프라 투자에는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발주 프로젝트는 줄었지만 민간 금융을 이용한 투자에는 오히려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현대 국내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에 대거 진출한 상태다. 현대차는 아세안 지역 최초의 완성차 공장을 인도네시아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케미칼도 인도네시아에 자동차용 컴파운딩 제품 공장을 짓기로 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 (사진=현대차)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인도네시아다. 이를 이용한 소비재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이다.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이 매운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한 영상이 수만 개가 올라왔을정도다.

현지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상당하다 (사진=삼양식품)
현지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상당하다 (사진=삼양식품)

방산 수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전투기에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잠수함을 최초로 수출한 나라가 인도네시아다.

김 전 대사(앞줄 왼쪽에서 )
김 전 대사(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와 주영섭 전 중기청장,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교수 등 수강생들이 강연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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