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인식 그리고 당연함에 대한 리셋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이사

2014년 한동대학교와 Ho Chi Minh City University of Technology(HCMUT)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스타트업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한 것이 베트남 스타트업을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계기였다.

처음에는 베트남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면서 쌓은 경험으로부터 나온 시각을 기준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간에 그들만의 독특한 역사, 문화, 삶의 방식과 시스템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법과 제도들이 존재하기에 사업 환경 역시 모든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속도, 행복의 수준, 거래 관행, 조직 문화, 상하관계, 로컬과 해외 기업에 대한 인식 등도 다르다. 이러한 다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지난 5년간 최대한 많은 기업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달에 한 번 비자가 면제되었기 때문에 최소한 한 달에 한 번(필요할 때는 비자를 받아 방문) 방문하면서 1천여 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만났다. 많은 기업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창업자가 풀고자 하는 베트남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들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조직을 어떻게 리딩을 하는지, 서비스를 수행하는 있어서 우리와 다른 방식은 무엇인지, 고객들이 제품/서비스 가치와 가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등에 대해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베트남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셜 미디어, 특히 페이스북은 한국 사람이 네이버를 접속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느낌이다(아마 그것보다 더 할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소통, 이벤트, 상품 구매, 리쿠르팅 등 거의 모든 활동을 하면서 인터넷=페이스북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또한 도시 사람들의 절대적 비율이 오토바이를 타고 생활하기 때문에 주된 이동 수단인 오토바이 문화로 인해 발생되는 Mobility, Logistics, Delivery, 만남, 의류 및 뷰티(마스크, 후디, 화장품 등) 등에 대한 인식과 시스템은 대중교통과 자가용을 주로 이용하는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베트남인 70~90% 이상이 결제 수단으로 현금을 사용함(도시에서는 전자 결제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Cash on delivery 거래 행태는 2000년 중반까지의 중국과 매우 닮아 있다.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고객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렇기에 현지 고객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그러한 문제의 이면에 있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여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고 우리의 눈높이를 가지고 그들을 바라본다면 엉뚱한 기준으로 판단하여 단 하나의 기업에도 투자하지 못하거나 실행되지 못하는 서비스에 투자할 위험이 있다.

최근에 BuyMed라는 약국 관련 B2B 플랫폼에 투자를 하게 되었는데, 이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에 걸쳐 베트남 제약 산업의 복잡한 공급망(supply chain)을 연구하였다. 베트남의 제약 산업은 매우 복잡한 유통 구조와 아직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은 약국들의 정보/재고 시스템, 제약사 영업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경동시장과 유사한 도매 시장의 존재, 이로 인해 현지 고객들이 겪는 처방약을 구하는 문제, 복약에 대한 이슈, 불법 약들의 유통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1. BuyMed가 운영하고 있는 Thuocsi라는 약국 B2B 디지털 플랫폼

우리가 아는 한국이나 이미 선진화된 국가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투자를 검토하는 데 있어 필요한 벤치마크 내지 발전 방향으로 생각해야지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함에 있어서는 디지털화, 모바일화, 인공지능(AI)화 등으로 인해 우리가 기준으로 삼고 있던 것을 뛰어넘어 곧바로 제3세대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의 눈높이와 인식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고정관념을 버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

우리의 눈높이와 인식 그리고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변화의 속도. 유럽이나 미국은 5년에 한 번 가본다고 해도 인프라나 시스템이 크게 변화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국가는 몇 개월에 한 번씩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거대한 49층~81층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2017년까지만 해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Vinhomes(시가 총액 13조원)는 하노이, 호찌민 등 주요 도시에 이러한 주상복합 타운을 건축함으로써 도시의 경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주거의 변화만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교육, 쇼핑, 문화, 국내외 사람들의 도시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2. Vinhomes Central Park – 호찌민

3. Landmark 81 – 2018년 완공(당시 가장 높았던 Bitexco Financial Tower를 제치고 가장 높은 빌딩이 됨)

결론적으로, 해외 스타트업 투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눈높이, 인식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포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자주 우리가 아는 것을 Retrieve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에너지를 덜 사용하며 실수가 없다고 믿지만 해외 투자에서만큼은 다르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인식을 얼마만큼 빨리, 얼마나 자주 그리고 현지의 상황을 얼마나 깊이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실수를 줄이고 더 큰 기회를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해외 투자를 준비하기 위해서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리셋(rese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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