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준 Ezion Global, Inc. 대표/『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저자<br>[사진=한빛비즈]
박정준 Ezion Global, Inc. 대표/『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저자
[사진=한빛비즈]

내가 열 살 남짓 되었을 적, 집에서 쓰던 소파가 낡아 새로운 소파를 사기 위해 가족과 함께 가구거리를 갔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였던 것 같은데, 평소에는 그리 눈에 띄지 않던 가구점들이 즐비하게 쭉 들어서 있는 광경이 신기했다. 그리고 어린 마음에 ‘이렇게나 많은 가게들이 모여 있으면 경쟁이 심해서 장사가 잘 안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가구점들이 모여서 ‘가구거리’가 형성된 것은 ‘가구를 사려면 가구거리로 가야지’라는 효과를 만들어내어 더욱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당긴다. 고객들이 하나의 거리에서 여러 가게의 가구들을 구경하면서 가격을 비교하며 쇼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구점들 간의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아마존에서의 쇼핑 방식은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 있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상품을 즉흥적으로 사기보다는 ‘가구거리’와 같이 원하는 상품을 특정해서 구매하는 것에 가깝다. 80%가 넘는 아마존의 판매는 검색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 ‘소파’를 치면 1초 남짓 안에 가장 인기가 좋은 소파와 품평, 가격, 사진이 나열되고 고객들은 이 중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경하고 최종 구매를 결정한다.

따라서 아마존에서 나의 제품과 관련한 검색어로 고객이 검색을 하였을 때 제품이 잘 보여지는지, 보이지 않는지 여부가 판매로 직결된다. 예컨대 ‘가구거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큰 사거리에 자리 잡은, 손님이 꽉 차 있는 가게는 뒷골목을 뒤져서 겨우 찾아낼 수 있는 한적한 가게보다 매출이 높을 수밖에 없듯이 아마존에서도 처음 나오는 상위 1~10위의 제품이 관련 검색어를 통한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5번째 페이지를 가야 겨우 찾을 수 있다면 하루에 하나도 판매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이 오프라인과 다른 점은 이 위치가 시시각각 변한다는 점이다. 가게들은 좋은 목을 차지하고 있으면 가게를 내놓기 전까지 그 위치가 유지되지만 아마존에서는 1분이 멀다 하고 이 위치가 바뀐다. 그래서 제품들은 이 좋은 ‘목’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아마존에서는 이를 ‘검색 순위(search rank)’라고 부른다.

하나의 제품은 다양한 검색어에 대해서 검색 순위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의 알고리즘은 고객이 아마존의 검색창에 검색어(search term)를 넣으면 실시간으로 순위를 매겨서 제품을 나열한다. 이때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해당 검색어로 검색했을 때 구매가 가장 많이 발생했는가’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이 외 리뷰의 숫자, 가격 등은 부수적인 데이터일 뿐이다.

다만 새로운 상품의 경우에는 지난 구매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존은 초반 2주 동안 일종의 가산점(boost point)를 주어 앞쪽에 노출되도록 한다. 따라서 제품의 판매가 시작되고 나서 2주 동안은 조금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쿠폰’을 통한 가격 할인과 PPC(Pay Per Click: 클릭이 한 번 일어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아마존에 지급하는 키워드 광고) 광고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판매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서 판매가 이루어지면 이후에 조금 더 높은 검색 순위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초반 2주 동안 아마존이 앞쪽에 노출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후는 순위가 많이 밀려나서 보다 어려운 길을 걷게 된다.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에 가장 적합한 검색어는 무엇일까? 때로는 연관성이 높지만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키워드도 있고 많은 이들이 찾지만 내 상품과의 연관성이 떨어지는 키워드도 있으므로 그 사이의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

필자는 초반에는 우선 ‘연관성’이 가장 높은 키워드부터 공략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를 찾기 위해 여러 방법이 존재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제품과 가장 비슷한 상품 중에 아마존에서 판매가 높은 제품을 몇 개 추린 다음 그 제품들이 어떤 검색어를 통해서 판매가 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존에서 바로 데이터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Helium10, Viral-Launch 등의 툴을 활용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자동 PPC 광고를 돌린 후 이후에 광고 데이터가 쌓이면 검색어 리포트를 받아서 분석할 수 있다. 아마존은 오가닉 검색에 대한 데이터는 알려주지 않지만 셀러가 돈을 지불하고 진행한 광고의 경우에는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눈여겨볼 데이터는 노출 수와 클릭률이다. 노출 수가 높다는 것은 검색어의 검색량이 비교적 높다는 것이고 클릭률은 해당 검색어와 상품과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색어를 결정할 때는 ‘연관성’과 ‘검색량’을 생각하며 좋은 키워드와 그렇지 않은 키워드를 구분해 보면 좋다. ‘연관성’과 ‘검색량’이 둘 다 좋다면 최적의 키워드이지만 검색량이 많을수록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초반에 신제품이 넘보기에는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마치 땅따먹기를 하듯이 하나씩 점차적으로 검색량이 높은 키워드를 공략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아마존은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라는 모토 아래 10억여 가지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냉혹한 알고리즘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매출의 대다수는 상위 극소수 제품에 쏠리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각 셀러와 제품 간 힘겨운 경쟁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것은 예전 가구거리의 가구점들과 다를 점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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