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5일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에 아세안 10 + 비아세안 5개국 서명
- 말레이시아 내 협정 발효 시기 2022~2023년으로 예상… 다양한 이점 기대
- 한국도 새로운 수출시장 확보 효과 기대… 철강∙자동차∙섬유산업 기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주목받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지난 11월 15일, 제4차 RCEP 정상 회의에서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과 비아세안 5개국(대한민국·중국·호주·뉴질랜드·일본)이 협정안에 최종 서명했다.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 참가 국가 (사진 = 위키백과)<br>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 참가 국가 (사진 = 위키백과)

RCEP은 201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1차 아세안 정상 회의에서 처음 논의된 이후, 2013년 5월 브루나이에서 제1차 협상이 진행됐다. 이어 2015년 11월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2016년까지 RCEP을 타결하기 위한 정상 공동 선언문이 채택됐고, 2019년 11월 태국에서는 인도를 제외한 회원국 간 협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으며, 제37차 아세안 정상 회의 기간이었던 지난 11월 15일에 마침내 협정이 체결됐다. RCEP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된 이후 31차례의 협상과 8차례의 장관급 회의, 4차례의 정상 회의 등의 과정을 거친 후인 8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RCEP은 아세안 10개국과 비아세안 5개국 등 총 15개국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FTA다. 지역 내 인구 수만 세계 인구의 29.7%를 차지하는 약 22억 명에 달하고, 명목 GDP는 약 26조 달러로 전세계 전체 명목 GDP의 30% 비중을 차지한다. 신북미 자유무역 협정(USMCA)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에 비해 인구, GDP, 무역 규모 등에서 모두 앞서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규모의 협정인 셈이다.

RCEP, USMCA, CPTPP&nbsp;주요 지표 비교 (단위:&nbsp;명, 달러)<br>**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2018년&nbsp;12월 발효.&nbsp;일본,&nbsp;캐나다,&nbsp;호주,&nbsp;브루나이,&nbsp;싱가포르,&nbsp;베트남, 뉴질랜드,&nbsp;칠레,&nbsp;페루,&nbsp;말레이시아 등&nbsp;11개국이 참여&nbsp;* USMCA(미국, 멕시코, 캐나다 협정): 2018년 NAFTA에서 개정 (자료 = 코트라 보고서)
RCEP, USMCA, CPTPP 주요 지표 비교 (단위: 명, 달러)
**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2018년 12월 발효. 일본, 캐나다, 호주, 브루나이, 싱가포르,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이 참여 * USMCA(미국, 멕시코, 캐나다 협정): 2018년 NAFTA에서 개정 (자료 = 코트라 보고서)

▶ RCEP 체결로 경제 도약 기대하는 말레이시아

이와 관련해 코트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무역관은 이번 협정의 내용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고 협정 회원국 가운데 하나인 말레이시아의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했다.

말레이시아의 RCEP 발효 시기는 2022~2023년 사이로 예상된다. 또한 말레이시아와 RCEP 회원국과의 교역량은 말레이시아 총 교역량의 약 60%에 해당하고, 對RCEP 회원국 수출량은 말레이시아 총 수출량의 약 58%를 차지하는 등 말레이시아는 RCEP 회원국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관계가 RCEP 체결 이후 더욱 끈끈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RCEP 체결 후 다양한 이점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는 상품과 서비스 수출을 위한 시장 접근성 확대, 말레이시아 기업의 지역 및 글로벌 가치 사슬에 합류할 기회 증대, 글로벌 기업의 말레이시아 투자 및 말레이시아 기업의 해외 투자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통신, 은행 및 금융, 컨설팅 부문의 글로벌 협력이 강화될 것이며, 식품 및 음료, 화학 및 화학 제품, 고무 제품, 플라스틱 제품 및 기계/장비 등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시장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여행, 관광, 항공 산업 등도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섬유/의류 산업은 베트남 등에 밀려 위축될 우려가 있고, 목재 및 목재 제품 등의 품목 또한 다른 국가와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통상산업부(MITI) Seri Mohamed Azmin Ali 장관은 “RCEP 체결은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사안이며, 말레이시아가 무역 중심지 및 매력적인 투자처로서 지속적으로 선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RCEP 체결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더 나아가 이번 체결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극심한 경기 침체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말레이시아 제조업자연맹(FMM) 소 티안 라이(Soh Thian Lai) 회장은 “RCEP 체결로 인해 말레이시아 기업의 시장 접근성이 크게 높아져 지역 내 경제 활동이 증가할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공급 사슬이 강화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한 “디지털화 및 스마트 제조 분야의 첨단 기술 협력을 촉진될 것이며, 더 많은 말레이시아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합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전례 없이 힘든 시기에 많은 기업에 도움될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는 내년 초까지 국내 비준을 보장함으로써 협정이 최대한 빨리 발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 The Malaysian Reserve)

말레이시아 중소기업협회(SME) 미카엘 캉(Michael Kang) 회장은 "이번 RCEP 체결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중소기업은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SBC 말레이시아 최고경영자 스타우르트 밀네(Stuart Milne)는 “RCEP 체결은 국제 무역이 불확실성에 직면한 이 시점에서 시장 개방에 대한 믿음이며, 더 큰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말레이시아가 아세안 회원국들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유대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 RCEP, 내년 한국 수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RCEP 체결에 대해 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의 경제 개발 수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국가 간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하기도 한다. 더불어 한국의 경우에는, RCEP 회원국들에 수출하는 실적 규모가 전체 수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향후 지역 내 수출 규모 확대와 품목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07년 387억 달러였던 한국의 아세안 지역 수출은 한-아세안 FTA 체결 이후 2019년 951억 달러로 급증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RCEP 체결은 한국의 동남아 시장 진출이 다시 한번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아세안 FTA 관세 철폐율(79.1~89.4%)보다 품목별 관세를 1.7~14.7% 추가 철폐함으로써 국가별 관세 철폐율은 91.9~94.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 품목인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뿐 아니라 섬유, 기계 부품, 의료 위생용품 등의 추가 시장 개방도 확보됐다. 문화 서비스 부문에서도 한-아세안 FTA에 비해 시장 개방 수준이 확대돼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RCEP 체결을 계기로 다수의 동남아시아 국가는 온라인 게임,  애니메이션, TV 쇼 및 음반 제작 시장 등을 추가적으로 개방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의 노건기 FTA 정책관은 “코로나19, 보호무역주의 등 통상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의 FTA인 RCEP에 서명한 것은 새로운 수출시장 확보, 역내 무역 규범 통일, 신남방정책의 확산 등의 측면에서 큰 성과를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정부나 업계는 수출 품목 위주로 RCEP 기회를 검토하고 있으나 인력 이동 및 서비스 분야의 영향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전체 협정문의 50%가 서비스 분야이기에 새로운 시장에서 일자리가 어떻게 늘어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 

한편, 코트라 쿠알라룸푸르무역관이 작성한 보고서는 “말레이시아 RCEP의 발효 시기는 2022~2023년으로 예상되는데,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FTA로 주요 품목에 이미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RCEP 발효 직후 우리 기업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큰 혜택을 받을 품목은 많지 않다. 하지만 발효 후 20여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관세 철폐가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의 무역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경우 향후 관세가 점차 인하되면서 수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문화 콘텐츠 등 서비스 산업의 진출 가능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고 있거나 수출을 계획 중인 우리 기업은 RCEP 협정 발효 후 관세율과 한-아세안 FTA 적용 관세율을 비교해 기업에 더 유리한 쪽을 선택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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