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코로나19는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개인의 생활 전반에 퍼펙트 스톰을 몰고 왔다. 이 폭풍은 2016년 다보스포럼 이후 우리 산업과 생활의 대세로 떠올랐던 ‘기승전-4차 산업혁명’의 화두인 ‘언콘택트’,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을 급속히 확산시키는 트리거(trigger)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코로나19가 지나간 후인 ‘포스트 코로나’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같이 가야 할 ‘위드 코로나19’, 다음에 올 다른 코로나19와도 함께해야 할 ‘위드 코로나19’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처지가 되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 코로나19는 글로벌 생산·공급·물류를 교란시켜 세계경제를 큰 혼란에 빠지게 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가마다 취한 수출과 수입 규제가 글로벌 공급 체인을 왜곡시켰고, 이는 세계 경제를 큰 혼란에 빠지게 했다. 2020년 4월 미국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마스크, 의료기기가 다급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의료기기와 보호 장비를 해외에 수출할 때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통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3M, 퍼킨 엘머, GE 등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진단 키트가 포함되면서 미국행 수출이 일시 통제됐다. 다행히 조기에 해결되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식량의 수출 금지였다. 올해 3~4월 베트남과 러시아는 쌀 수출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은 밀 수출을 금지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물자 이동이 어려워져 공급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육·해·공의 모든 교통망과 물류망의 마비도 공급을 단절시켜 세계 경제를 큰 충격을 주었다. 국가마다 국경을 폐쇄하고, 항공기와 선박의 운행이 중단되었다. 직장의 출근 금지령이 발동되어 공항과 항만은 운영이 중단되었고, 교대 선원의 입국 금지와 자가 격리 등으로 인해 선박과 항공기의 운행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교통망과 물류망의 단절은 글로벌 공급망을 마비시켜 글로벌 생산과 공급, 유통이 동시에 단절되는 ‘록다운(lockdown)’을 초래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생산, 수요, 공급 체인 모두를 크게 훼손시켰다. 생산비, 물류비, 관세를 포함한 총 비용(total cost) 관점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곳에 생산과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던 글로벌 집중 생산과 싱글 소싱 시스템은 부품, 소재와 중간재 수급 차질로 글로벌 제조업 전반이 중단되는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 체인은 ‘중국+2’의 탄력적 공급 체인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또한 보건·의료·방역, FMCG(일용 소비재) 산업은 생산 기반을 자국 내로 복귀(리쇼어링, re-shoring)하거나 인접 국가나 지역에 두려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전략의 탄력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리쇼어링, 니어쇼어링으로 대륙 간·국가 간 물류(운송) 비중은 줄고, 대륙 내·국가 내 물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제조 기업의 가장 큰 변화는 탈중국 바람이다. 글로벌 기업과 같이 우리 기업들은 ‘중국+2’의 전략을 쓸 것이다. 하지만 탈중국이 곧 한국으로 회귀(리쇼어링)는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기업은 생존을 위해 한국보다 기업하기 좋은 해외로 공장 이전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공장이나 부서, 혹은 회사 전체가 인근 국가로 이전(니어쇼어링)하면서 국내에서는 ‘공동화’ 현상을 부를 수도 있다.

둘째, 재고 정책이 JIT(Just in Time)에서 안전 재고 확보로 변하면서 원·부자재, 완제품의 보관 거점 위치 및 규모 선정, 적정 지역에 재배치하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필요한 재고를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재고 재배치 작업에 돌입했다.

2020년 2월 초 중국에서 생산되던 자동차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의 공급중단으로 현대·기아차는 국내 공장 생산 차질이 12만 대, 2조 2,000억원 피해가 발생했고, 국내 완성차 5사는 도합 15만 대가량의 생산 차질 피해를 본 바 있다. 이제는 재고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JIT에서 안전 재고 확보와 조달·생산·판매 재고의 재배치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셋째, 탄력적 공급망으로 전환은 대륙 간, 장거리, 대량(大量) 운송보다는 인접 국가나 권역(크러스터) 내, 중·단거리, 중량(中量) 운송으로 중심으로 물류·운송 시장을 변모시킬 것이다.

위드 코로나19 시대의 제조업의 급변은 물류 측면에서도 탄력적 공급 체인으로 전환, 리쇼링, 니어쇼링, 원·부자재와 완제품의 안전 재고 확보와 재고의 재배치가 뉴노멀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무인 스마트물류센터, 드론, 무인 화물차, 무인 보관함 등 무인 스마트 물류시스템 도입의 가속화, 유연 생산 시스템에 대응하는 유연 물류시스템을 구축도 뉴노멀로 전망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공장에서 수행하던 생산, 조립, 가공, AS와 온라인 판매 기능의 상당 부분을 물류센터와 매장에서 수행하는 것도 뉴노멀로 예측했다. 위드 코로나19 시대의 글로벌 경쟁 체제는 더 이상 기업 대 기업 또는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FTA를 기반으로 하는 권역 대 권역, 네트워크 대 네트워크의 구도로 전환될 것이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이전의 글로벌 분업에서 권역 내 분업화를 통해 공급망 단절 리스크를 해소 내지 완화하려고 리쇼어링과 함께 니어쇼어링을 강화하고 있다.

▶ ‘중국+2'의 전략적 대안으로 한국·북한의 단일경제권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Jim Rogers)는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2019)에서 “내가 한국에서 받고자 하는 평가는 ‘통합된 한반도 경제의 비전을 제시한 투자자’이다”라면서 “남북한의 경제 통합은 독일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가장 크게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환경적 요인에 차이가 있다.

독일의 경우, 통일 당시 주변에 붕괴 위기에 놓인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자금력이 취약한 나라)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주변국 간 외부의 투자 자본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반면 북한은 중국, 러시아 등 투자 여력이 풍부하고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국가에 둘러싸여 있다. 더불어 동독과 달리 북한에는 천연자원이 풍부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는 조건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휴전선이 사라지고 북한의 천연자원과 저렴한 인건비, 한국의 자원과 자본이 만나게 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리라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남북과 북미의 정치적 화해와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면 남북한은 남북 교역의 확대를 넘어 본격적인 경제 협력 관계를 조성하고, 이를 넘는 ‘남북 단일경제권 구축’이 화두에 오를 것이다.

남북 단일경제권 구축은 교통, 전력, 통신 등 SOC와 제조, 유통 등 다양한 분야가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남북 교역의 확대를 위한 물류망 연결은 남북한 전 지역과 산업 전반의 협력 체계를 견인하고 원·부자재 조달, 생산, 유통, 판매, 물류에 이르는 경제 기반 구축의 중요한 인프라다. 

남북 단일경제권이 구축되면 러시아, 중국, 몽골, 일본과 동북아 클러스터 조성도 가능하다

특히 중국에 집중됐던 글로벌 생산기지는 글로벌 경제의 블록화와 함께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극동, 몽골, 북한의 개발이 본격화하고, 신시장으로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한·중·일을 포함해 북한, 몽골, 극동러시아로 확대되는 동북아 경제 클러스터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동북아 경제 클러스터는 연구개발(R&D), 디자인(design), 생산(product), 조립(assembly), 마케팅(marketing), 물류(logistics) 등 권역 내 국가별 역할 분담을 통해 집중 생산, 분할 생산과 조립·가공을 통해 동북아산(Made in NEA) 생산이 가능하다. 동북아 경제 클러스터를 통한 동북아산은 글로벌 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로와 철도에 의해 대륙 육로 물류가 연결되면 그 경제적 파급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한반도 종단 철도(TKR: Trans Korea Railway)와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 Trans Siberian Railway), 중국 횡단 열차(TCR: Trans China Railway), 만주 통과 열차(TMR: Trans Manchurian Railway)가 연결되고, 남북한과 대륙 간 상품의 환적·보관·가공조립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복합 물류 거점이 구축되면 동북아 경제 클러스터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TKR로 출발하는 물류망 연결은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 중앙아, EU 등의 연결과 한일 간 해저터널이 연결될 경우 동북아의 육로 운송망은 완성될 것이다. 남북 종단 철도와 도로가 동북아 지역의 물류망과 연결될 경우, 유럽<->아시아<->태평양 경제권을 통합하는 물류 랜드 브리지(land bridge)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갑자기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는 단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각국의 정치적·경제적 환경 변화 속도를 앞당겨준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공급망 재편’, ‘니어쇼어링’, ‘남북 단일경제권’, ‘동북아 경제 클러스터’란 단어 자체는 서로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나, 퍼펙트 스톰의 중심에 있는 단어들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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