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 / 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사진 =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한국물류학회 부회장)

긱 경제(긱 이코노미: Gig Economy)란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단기 계약직, 임시직, 프리랜서 등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다. 긱 경제에서 근로자들은 회사나 고용주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한다.
재능이나 시간 등이 있는 사람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연결돼 서로 재화, 용역, 대가를 주고받는 거래 방식이다. 이렇게 출현한 긱 경제는 세계 경제와 고용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뉴욕의 상징이던 옐로캡(Yellow Cap)은 이제 우버(Uber)에 밀려난 상태다.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인 우버는 택시 회사 옐로캡처럼 택시를 보유하고, 직접 기사를 고용하는 대신 차량을 소유한 사람들과 독립 계약자 형태의 ‘드라이브 파트너’ 계약을 하고, 독립 계약자들이 우버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서 고객과 알아서 거래하는 비즈니스 구조다.

앱에서 운전사를 호출하는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으로 우버의 승객 수는 옐로캡을 따라잡았고, 손님을 잃은 택시 운전사의 수입은 20% 이상 줄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0분 이내 배차되는 비율이 40% 미만이었지만 우버가 등장하면서 90%로 향상되었다.

에어비앤비(Airbnb)는 기존의 숙박 회사와는 달리 보유하고 있는 호텔 없이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한다. 에어비앤비와 독립적인 계약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플랫폼에 자신의 집을 홍보하고 알아서 고객을 구한다. 뉴노멀 시대에는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형태의 일자리가 급증하고 있다.

▶ 물류 기업과 유통 기업은 부족한 배달 인력과 배달 차량을 공유 경제와 긱 경제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와 우버 플렉스(Uber Flex)가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2016년 5월부터 고객들에게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배송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프라임 나우(Prime Now)’라는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개인 차량을 소유한 일반인을 배송원으로 활용하는 플렉스(Flex) 서비스를 개시했다.

운전면허가 있고 차를 소유한 21세 이상의 일반인은 아마존 플렉스의 운송 업무에 지원할 수 있다. 단, 형사 범죄 기록, 운전 기록 조회에서 결격 사유가 있으면 아마존 플렉스에 참여할 수 없고, 배송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설치된 스마트폰를 소지해야 한다. 선정된 일반인 지원자는 아마존의 당일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나우(Amazon Prime Now)' 상품에 대한 배송을 맡게 된다.

플렉스 서비스에 참여하는 운전자(Flexer)들은 시간당 약 18~25달러를 받으면서 하루 12시간 이내에서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미국 내 30개가 넘는 도시에서 수시로 드라이브 파트너를 모집하고 있다. 평균 주당 30시간을 근무한다면 연간 3만 달러 정도의 수입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Uber)도 우버 잇(Uber Eats)에 이어 우버 러시(Uber Rush)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우버의 기사들이 상품 배송원이 되는 것이다. 배송료는 우버보다 약간 저렴한 기본요금 7달러(3달러+4달러/1마일)에 마일당 4달러이다.

지역 상권의 모든 것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로 이미 있는 기사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확장성이 뛰어나다. 이미 미국의 이커머스 사이트 ‘오퍼레이터(Operator)’와 협업한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오퍼레이터의 앱을 켜면 배송 옵션에 우버 러시가 등장하고, 구매를 하면 당일 배송이 된다.

‘포스트메이트(Postmates)’의 경우는 지역에 배달이 되지 않는 음식점을 본인 플랫폼에 입점시키고 일반인들이 풀타임 혹은 파트타임으로 포스트메이트의 배송원이 되어 배달하는 서비스다. 포스트메이트는 본인 플랫폼에서 판매가 되는 음식 등의 매출액의 9%를, 발생하는 배송료의 20%를 본인 수익으로 가져간다.

중국에서는 ‘윈냐오(云鸟)’와 '징동(京东)'이 대표적이다. 2014년 11월에 첫 서비스를 개시한 배송 서비스 전문 기업 윈냐오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여 2017년 기준으로 4만 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트럭을 보유하고 있는 기사의 경우 B2B 물량까지 운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5년 5월, 중국 이커머스 징동은 ‘징동쭝빠오(京东众包)’를 출시했다. 만 18세 이상의 모든 중국인이 배송원이 될 수 있다는 ‘만인배송(万人配送)’을 표방한 이 서비스는 등록과 교육을 이수하고 예치금을 예치하면 누구나 배송원이 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그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으로 많은 배송원을 모집하여 O2O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사진 =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 우리나라에서는 쿠팡 플렉스, 배민커넥트가 대표적이다.

쿠팡 로켓배송 물량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며 쿠팡의 일일 주문량은 코로나19 이전 평균 200만 건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5월경에는 330만 건으로 껑충 늘었다. 로켓배송 물량증가와 배송인력의 부족으로 배송지연 사태를 겪은 쿠팡은 2018년 8월부터 새로운 물류 실험인 ‘쿠팡 플렉스(Coupang Flex)’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쿠팡플렉스는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를 벤치마킹해 일반인이 개인 승용차를 이용해 쿠팡 상품을 인근 물류센터(Camp)에서 수령, 적재 후 배송 업무를 하는 시스템이다.
‘쿠팡 플렉스’는 지원자(Flexer)가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원하는 날짜를 근무일로 선택해 자유롭게 택배 배송 업무를 할 수 있는 전형적인 ‘긱 경제’ 일자리다.

2018년 말부터는 기존 쿠팡 플렉스가 유휴 인력인 일반인들을 아르바이트 형태로 운영하는 것을 넘어, 유휴 영업용 화물트럭들까지 적극 활용해 라스트마일 물류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자사 전담차량과 택배회사의 차량, 일반인 차량 외에 시중의 유휴 영업용 화물트럭(개별, 용달)을 쿠팡플렉스와 같은 형태로 라스트마일 배송서비스에 활용하려는 시도다.

공유경제, 긱 경제로의 전환이 보편화되면서 우리나라 물류시스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첫째, 전담인력(영업용 화물차량)을 통해서만 배송하던 시대에서 일반인과 일반인의 차량을 배달시장에서 활용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보배송은 우체국의 우편배달원과 DHL등 국제특송기업의 워킹쿠리어(Walking Courier)가 가장 일반적이었다. 신용카드와 고지서 배송 등에 도보 배달원이 투입된 이력이 있다. 지난해 GS25는 도보 배달 서비스인 '우딜(우리동네 딜리버리)' 서비스를 선보였고, 이어 CU와 파리바케트 등도 도보배달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배송은 우편집배원의 전통적인 배송 수단이었다. 미국에서는 ‘98년 ‘한 시간 이내(in less than an hour)에 배달’로 닷컴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코즈모닷컴(Kozmo.com)은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코즈모 배달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담배 한 갑부터 TV까지 각종 상품을 집으로 배달했다.

전통적인 자전거와 도보 배송은 전담배송조직으로는 그 효율성, 수익성 모두에서 낮았지만, 4차산업 기술로 무장한 공유경제, 긱경제 하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배송수단으로 재 탄생되고 있다.

배민 커넥트, 쿠팡 플렉스, 부릉 프랜즈 등 전문적인 배달 라이더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도 손쉽게 자가용, 자전거, 도보 등으로 배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많아져 배달 라이더 문턱이 낮아진 탓이다. ‘배민 커텍트’의 경우 지난해 등록한 이들만 5만여명을 훌쩍 넘었다.

배달에 활용되는 모빌리티의 범위도 화물차, 승용차, 택시, 바이크, 자전거, 도보 배송을 넘어 비행기, 기차, 버스, 지하철 등 이동수단 모두와 이동하는 모든 사람이 배송이라는 공유경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 둘째, 물류산업에서는 배달을 넘어 보관 등 물류 전 영역으로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이미 ‘스토어 X’, ‘Clutter’ 등 스타트업은 일반인의 유휴 보관 공간을 공유경제의 보관서비스에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의 ‘벤더 플렉스(Vendor Flex)’는 아마존 직원이 제조사 또는 유통사의 물류센터에서 포장과 배송을 완료하는 것으로 별도로 창고를 보유하지 않고도 배송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공유경제’, ‘긱 경제’ 하에서는 MZ세대는 굳이 직장에 소속되어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단기 일자리를 추구하는 플렉서(Flexer)와 ‘N잡러’가 많아질 것이다. ‘N잡러(N jober)’란 복수(N)의 직업(job)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로 본업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일에서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일자리도 분해돼 조각난 일거리들인 ‘긱워크(Gig Work)’ 연결로 바뀌고 있다. 물류분야에서도 작게 조각난 ‘긱워크’는 ‘N잡러’들의 초연결과 초융합 과정을 거쳐 완성될 날도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는 연구개발-생산-판매-물류-관리의 가치사슬이 내부에서 연결된 파이프라인형 기업은 플랫폼 기업과 무수한 전문(롱테일, 스타트업) 기업들의 개방 생태계로 재편되고 있다. 기업의 조직도 수직적, 수평적으로 작게 분해돼 유연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엔 ‘전세계 물류 스타트업의 워너비 페덱스(Wannabe Fedex)’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물류 스타트업의 초연결과 초융합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물류 서비스는 이용자와 제공자(Flexer)는 그 경계가 더욱 모호해 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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