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한국물류학회 부회장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한국물류학회 부회장

글로벌 교역은 세계 인구의 수적인 증가와 글로벌 교역의 증가, 운송 수단의 발달로 절대적인 물류 활동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었다. 하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물자의 직접 전달보다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수단을 통한 설계 도면 전달과 무인 자동화 공장과 3D 프린팅 등을 통해 물자의 전달을 최소화시키면서 인간의 만족은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 글로벌 교역의 무게중심은 디지털 교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1986년 세계 상품 무역 규모를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13.8% 수준이었다. 2008년에는 이 비중이 26.6%까지 늘어났다. 이 기간 ‘세계 무역량 증가율’이 ‘세계 GDP 증가율’의 두 배였다. 하지만 2015년 무역량 증가율은 1%에도 못 미쳤고, 2016년도 1.5%에 그쳤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19년 세계무역 증가율 전망치를 2.6%에서 1.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국가 간 교역량은 10%(약 7조 8,000억달러) 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2조 8,000억달러가 데이터 형태의 교역이다. 상품 교역(2조 7,000억달러)보다 영향력이 더 커졌다. ​IMF는 세계 교역(수출+수입)액은 2018년 39.1조 달러를 최고점으로 2019년 37.7조 달러(-3.6%), 2020년 상반기 16.3조 달러(-12.9%)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반면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서비스 교역(수출+수입)은 2015년 6,686억 달러에서 2019년 9,468억 달러로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2019년 상반기 61.2억 달러에서 2020년 상반기 65.7억 달러로 7.4% 증가했다. 세계무역 증가율의 급감은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팽창과 세계적 경기 불황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디지털화’ 등 구조적인 변화가 세계 교역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글로벌 교역의 형태가 유형의 제품들이 수출되고 수입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상품의 디지털화로 서비스와 데이터 중심으로 교역하는 디지털 교역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MGI가 낸 보고서는 금융위기 후 무역량 증가세 둔화의 원인 가운데 75% 정도는 경기 탓이라고 분석했다.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하고, 수요는 살아나지 않고, 원유 등 상품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그러나 나머지 25%는 ‘디지털화’ 등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마우스 게놈 인포메틱스(MGI) 자료에 따르면 국경 간 데이터(e-mail, video, search, IoT, VPN) 이동은 2017년 704TB/초에서 2024년 9,729TB/초로 14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데이터 중심의 세계화도 가속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교역 감소와 디지털 무역 확대라는 트렌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자료에도 디지털 교역은 일반적으로 인터넷과 ICT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국가 간 교역 활동(상품+서비스+데이터) 전반을 의미하며, 유형별 사례로는 전자상거래(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디지털 재화(유튜브, 넷플릭스)-국경 간 정보 이전(아이클라우드) 등이 있다. 현재 IT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이 변화하고 있고, 통상 대상이 데이터, 디지털화 상품 및 서비스로 점차 이동하고 있는 추세이다.

GVC(Global Value Chain: 글로벌 가치 사슬)도 제조업 중심의 가치 사슬을 넘어 데이터-서비스 중심으로 고도화할 것이다. 이는 제조만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과 기업 가치가 제조와 서비스, 데이터를 융합한 모델인 애플, 구글의 영업이익과 기업 가치가 훨씬 더 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 글로벌 교역에서도 실물 대신 ‘디지털 화물’이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화물의 증가는 글로벌 교역의 증가 폭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제품 견본의 요청은 상당 부분 실물 샘플과 종이 내역서 대신 도면과 스팩을 이메일로 처리하고 있다. 
과거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금형을 주문하고 실물을 받았지만, 이제는 3D 프린팅을 위한 설계도를 주문하고 이메일 등으로 받아 스마트 공장이나 3D 프린터로 직접 생산할 수 있다.

클라우드 슈밥은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2025년에 발생할 3D 프린팅 관련 티핑 포인트로 '3D 프린터로 제작된 자동차가 최초로 생산된다(발생 가능성 84%)', '소비자 제품 가운데 5%는 3D 프린터로 제작된다(발생 가능성 81%)', '3D 프린터로 제작된 간이 최초로 이식된다(발생 가능성 76%)'라고 예측했다.

3D 프린팅이 일반화하면 전자제품, 자동차, 기계, 의료 기기, 옷 등은 소량 개인 맞춤 생산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또한 3D 프린팅 발전에 따라 킨코스(Kinko’s) 같은 전문점에서 주문 즉시 맞춤 생산 가능할 것이다.
자라(ZARA)의 창업주인 이만시오 오르데가는 자사의 경쟁자를 3D 프린터로 규정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원하는 소재로 빠르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미래의 의류 회사는 디자인을 팔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라의 매장은 고객의 주문 즉시 생산, 보관, 판매, 배달하는 통합 기능(공장·물류센터·매장)으로 변신할 것이다.

아디다스(Adidas)는 2017년부터 3D 프린터 및 로봇 기술을 활용한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독일 안스바흐(Ansbach)와 미국 애틀랜타에 가동해 본국 회귀(reshoring)했다. 스피드 팩토리 안스바흐 공장의 핵심은 단순 자동화가 아닌, 소비자 대상의 ‘맞춤형 신발’의 스피드 생산이다. 신발끈부터 깔창, 뒷굽, 색깔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5시간 안에 1개의 제품을 생산해 1주일 안에 고객에게 배송한다. 또한 신상 운동화의 제작부터 매장 진열까지 기간을 10일 이내로 단축해 소비자 니즈 변화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아디다스는 2019년 4월, 독일과 미국의 ‘스피드 팩토리’를 전면 폐쇄했지만, 이 기술을 중국과 베트남 공장 두 곳에 적용했다. 로보틱스·머신러닝·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망라한 이곳이 문을 닫는 이유는 3D 프린팅 기반 제작 방식의 실패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의 3배 넘는 신속함은 얻었지만 대량생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디다스는 그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시도인 ‘스피드 팩토어(Speed Factory+ Store)’ 형태의 매장 내 소량 맞춤형 생산·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GE는 3D 프린터로 제트엔진의 연료 분사 장치를 만드는 데까지 확장하는 등, 2020년까지 10만 개의 항공기 관련 부품을 3D 프린팅으로 생산할 계획을 발표했다.

MGI '디지털 세계화'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정보 유·출입 급증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세계화는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앱, 스트리밍 서비스, 페이스북 등을 넘어서 글로벌 기업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화물’과 3D 프린팅 등 ‘알파라이징(α-Rising)’ 기술은 전통적 공급망을 변화시킬 것이다

물류 산업에서 ‘알파라이징’ 부문은 ‘디지털 화물’이 운송, 보관, 하역 등 전통적 공급망(Supply chain)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3D 프린팅의 확산은 공장→물류센터→매장→고객이라는 전통적인 공급망에서 (도면 전송)→생산(3D 프린팅)·유통·물류→고객의 새로운 공급망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다. 세계적 트렌드는 E2E(Everyone-to-Everyone)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개인 중심 경제(Individual-centered economy) 전환의 흐름이 강하다.

이미 제작된 제품 중에서만 고르는 소비는 저물고 개인화된 극소규모의 수요에 맞춤형 대량생산(Mass Customization)이 가능한 디지털로 전환할 것이다. 우리 산업 구조도 개인 니즈를 즉각 분석해 생산·유통·물류를 제공하는 온디맨드(On Demand) 서비스 이용이 늘어날 것이다. 이런 트렌드를 배경으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상상 아이디어 기반의 혁신적 제품과 상식을 파괴하는 서비스로 알파라이징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프로비스 시대에는 3D 프린팅, 개방형 제조 서비스(FaaS, Factory as a Service)와 無 공장 제조 기업(Factoryless Goods Producers)이 일반화하고 있다. 종전에 공장에서 수행하던 생산, 조립, 가공 기능의 상당 부분을 이제 물류센터와 매장에서 수행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물류센터, 운항 중인 선박, 이동 중인 화물열차, 공중 물류 창고 등 물류시설과 운송 수단이 (무인)생산과 (무인)보관, (무인)배송의 기능을 통합하여 수행하는 산업은 알파라이징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고객의 주문 즉시 생산, 보관, 판매, 배송되는 통합 기능의 새로운 형태의 복합 매장(+물류센터+공장+데이터센터)도 알파라이징 산업이 될 가능성이 어느 분야보다 높다.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