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한국인 의뢰인으로부터 인도네시아에서 대표이사가 아닌 평이사가 대표이사의 사전 승인 없이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인도네시아 회사법에 따른 기업 지배 구조와 기업 내 이사직에 대한 한국 회사법의 차이점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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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이사회와 감독이사회, 별도로 이사회 구성... 회사 통치에 유리  

인도네시아에는 일인회사,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협동조합과 같은 여러 종류의 회사가 존재한다. 그중 외국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사업체는 유한책임회사뿐이다.

인도네시아의 유한책임회사는 한국의 주식회사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반면 인도네시아에 비해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더 다양하다.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민간 기업이나 주식회사,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 등의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유한책임회사에 관한 인도네시아 회사법(Law No. 40 of 2007)은 기업 지배 구조를 포함해 유한책임회사를 관할하는 법률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이사회(BoD)는 주주들이 회사를 위해 그리고 회사를 대표해 활동할 권한을 위임하는 대표인 이사들로 구성된 기관이다. 이사회는 회사에 대한 의무만을 질 뿐, 주주 개인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회사는 주주총회 외에 회사를 통치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별도 이사회로 구성된다. 이는 집행이사회와 감독이사회로, 집행이사회(BoD: Board Of Directors)는 회사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감독이사회(BoC: Board Of Comissionals) 는 집행이사회에 대한 감독 및 권고 업무를 수행한다.

집행이사회의 구성원이 둘 이상일 경우, 주주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그들 중 한 명을 대표이사(Directktur Utama)로 임명해야 한다. 법률상 이사 인원에 대한 제한은 없다. 한 명 이상의 이사들을 의미하는 이사회는 인도네시아어로 '디렉시(Directsi)'라고 한다. 이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정관에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회사를 대표해 활동할 수 있고, 대표이사를 포함해 모든 이사의 법률상 지위는 평등하다.

이사회의 구성원은 인도네시아 노동법상의 규율 대상이 아니다. 집행이사회와 회사 사이의 법률 관계는 고용 계약이라기보다는 상사 계약에 가깝다. 집행이사회와 감독이사회의 구성원들은 정관, 내부 규정, 기타 내부 문서에 더 엄격한 기준이 있지 않는 한 동일한 책임을 진다.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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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하나의 이사회로 통일... 대표이사의 법적 지위, 권한 및 책임 강화

인도네시아 회사에서는 두 종류의 이사회를 두는 것과는 달리 한국 회사에서는 의사를 결정하고 감독하는 업무를 하나의 이사회에서 겸한다. 한국 이사회는 '사내(상임) 이사' 또는 '사외이사' 또는 '비상무이사'로 구성된다. 사내이사는 회사의 일상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인 반면, 사외이사와 비상무이사는 회사의 일상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누가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지, 이사회의 이사 수에 따라 다른지 한국 상법에서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회사의 정관에서 주주들이 대표이사를 임명할 것을 요하지 않는 한, 이사회는 회사의 이사들 중에서 한 명 이상의 대표이사를 임명해 회사를 대표할 권한을 부여하여야 한다.

실무에서는 회사들이 대표이사를 임명하는 방식 대신 한 명 이상의 집행임원을 둘 수도 있다. 집행임원 설치 회사는 대표이사를 두지 못하고, 대표 집행임원이 그 지위를 대신한다. 이때 집행임원은 이사의 지위와 겸직이 가능하다.

이사들의 감독하에 집행임원들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며 이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의사결정의 권한이 있다. 한국에서는 2명 이상의 집행임원이 선임된 경우 이사회는 그들 중에서 회사를 대표할 대표 집행임원을 임명해야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한 인도네시아와 다르게 한국에서는 상법이 정한 소규모 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감사를 두어야 한다. 감사들은 주주총회 보통결의로 선임되고, 임기는 취임 후 3년 내의 최종 결산기에 관한 정기총회의 종결 시까지다.

법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한국 회사의 대표이사는 인도네시아 회사의 대표이사와는 그 기능이 정확하게 같다고 하기는 어렵다. 인도네시아 대표이사는 다른 이사들과 법적인 지위가 평등하지만 한국의 대표이사는 법적 지위, 권한 및 책임이 일반 이사들과는 다르게 더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대표이사는 한 명인 데 반해 한국에서는 대표이사를 두 명 이상 임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의 기업들은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로 그 영역을 넓혀왔다. 한국 회사들이 더 국제화하면서 해외 자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직원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의사소통의 오류는 더 자주 발생하게 되었는데, 특히 본사와 해외 지사 간 그리고 본사와 해외 지사의 협력 회사 간에는 더 흔하다.

의사소통 오류는 서로가 본인이 속한 나라의 기업 지배 구조가 상대의 나라와 같거나 최소한 비슷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두 나라 간에 어떤 법적인 개념은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그 법적 지위와 책임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의사소통의 필요성이 더 증대되어가는 현 상황에서 한국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와 한국 기업의 차이점 중에서 특히 기업 지배 구조에 대해 알고 충분히 고려하길 바란다.

* 필자인 사우다란다 따리간(법학전문석사, 박사) 변호사는 인도네시아 변호사로서 2016년 2월부터 법무법인 금성에서 한국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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