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로 상속자들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26조 원에 이르는 상속재산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 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와 상속세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어떤 사람이 아무리 많이 공부를 하고, 노동을 하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만큼의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없다는 연구 결과(Piketty, 2014)도 있을 만큼 상속세 규정은 부의 불평등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는 빈부의 격차가 큰 나라 중에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빈부 격차가 심한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하위 1억 명이 가진 재산보다 상위 4명이 가진 재산이 더 많을 정도다. 이 글에서는 부의 집중을 시정하는 기능으로서의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상속세를 비교해 보려고 한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는 인도네시아, 초고액 순자산 보유자 수가 빠르게 증가

전 세계적으로 과세 방식은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국가는 둘 중 하나 혹은 두 방식이 결합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유산세 방식인지, 유산취득세 방식인지는 각 나라의 정책에 따라 상이하다.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 상속인에게 개별적으로 상속되는 재산의 가액에 대하여 부과된다. 상속세와 유산세의 주요 차이점은 ‘누가 세금을 내는지’이다.

유산취득세와는 다르게 유산세는 누가 피상속인의 재산을 물려받는지에 관계없이 상속재산 자체에 대하여 부과된다. 유산세 방식하의 세금 계산이 상속세 방식보다 간단하다. 피상속인의 분할 전 유산 전체에 대한 세금만을 계산하고, 이에 따른 하나의 상속세 신고서를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인도네시아의 상위 10%가 국가 전체 재산의 77%를, 상위 1%가 국가 전체 재산의 50%를 소유한다고 하지만, 인도네시아에는 상속세나 증여세가 없다. 소유자의 사망으로 인해서 부동산이 이전되는 경우 부동산 이전에 따른 세금이 토지나 건물에 부과되는 취득세(bphtp, Bea Perolehan atas Hak Tanah dan Bangunan)만 최대 1% 납부하면 된다. 영국 컨설턴트 회사 Night Frank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는 100만 달러 이상의 부를 가진 사람이 약 2만 1,430명 정도이고, 2025년까지 4만 5,063명이 될 전망이다.

또한 2020년에는 3,000만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초고액 순자산 보유자로 분류되는 사람은 673명이었는데, 2025년까지 1,125명이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앞으로 아시아에서 초고액 순자산 보유자 수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가 될 것이다.

부의 재분배 개념과 사회정의 실현의 뜻을 품은 한국의 상속세

한국의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며, 분할 전 피상속인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누진세율이 적용되고, 상속세 총액은 상속받은 재산에 비례해 상속인들에 의해서 납부된다. 이러한 방식은 재산의 분할 방식에 따라 총 상속세액이 변경되지 않는다는 데에 이점이 있다.

또 피상속인의 유산 총액만을 확인한 후 상속세 신고서를 조사‧확인하기 때문에 세무행정이 간편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에 따라 작년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와 아들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가는 12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납부하기로 했다.

상속이 불평등의 심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소로 평가되면서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으로서 상속세에 대한 논의는 유의미하다. 소수에 집중된 부는 출발선과 기회의 불평등을 낳는데, 부를 상속을 통하여 재분배하는 것은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상속세 부과 문제에 관해서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는데, 상속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첫째,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점, 둘째,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의 과세는 부를 축적하기 위한 근로 의욕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점, 셋째, 상속세가 전체 조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나 벨기에, 프랑스 같은 나라는 1%보다 크지만 보통은 1%보다 작아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는다.

한국 상속세법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제강점기 시절에 제정되었는데, 반기업적 성향을 띠는 현재 상속세법을 통해 한국 사회는 '부의 재분배'라는 개념을 포용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한국의 상속 체계를 본받아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거나 다른 방식의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상속세로 인한 세수는 전체 세수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결국 상속세의 제정은 세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과, 엄청난 부로 인해 특권을 받은 소수 계층이 반대급부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사우다란다 따리간(법학 전문 석사, 박사) 변호사는 인도네시아 변호사로서 2016년 2월부터 법무 법인(유) 금성에서 한국-인도네시아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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