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석 중국 쑤닝그룹 한국 대표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의 일상이 되어갈 때, 중국은 올해 1분기 GDP 성장률 18.3%로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올해 초 발표한 8% 성장률 달성에 한층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듯하다. 중국 시장은 다변하고 불확실한 가운데, 그들만의 경제 로드맵을 가지고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 기업의 담당자들은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로라하는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보고, 중국 사업의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구해 보지만 정작 한국 기업에게 ‘딱’ 맞는 전략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기업이 진출하려는 중국 시장의 현황은 어떠한가? 중국에서는 요즘 ‘인볼루션(involution, 内卷化)’이 새로운 경제 키워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볼루션이란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가 제기한 이론으로 하나의 사회 혹은 문화 형태가 일정한 성장 단계에서 하나의 확정된 형태에 도달한 후 성장을 멈추거나 다른 더 높은 차원의 형태로 전환할 수 없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동일한 일에 투입되는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상응한 비례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들을 말한다.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중국 이커머스 시장 분석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트래픽 유입 비용의 증가는 이런 인볼루션이 시작되었음을 말해 준다. 그래서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을 위해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문제는 ‘초대형 트래픽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의 시장 장악력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이다. 초창기 퍼스널 컴퓨터(PC) 시대의 특징은 ‘검색’과 ‘방문’이다. 유저가 알아서 정보를 검색하고 스스로 수요를 입력해야 했다.

바이두(Baidu)와 시나닷컴(sina)과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검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쇼핑몰에서 신발이나 청바지를 구매하더라도 유저가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하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래픽은 특정 플랫폼에 집중된다.

반면 모바일은 조각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유저가 인터넷 서핑을 하는 시간은 물론이고 내용, 방문 기록, 뉴스와 정보도 조각화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조각화 환경에서 사람들은 무수히 작은 접점으로 구성된다.

A 플랫폼에서 토론되는 이슈는 B와 C의 관심 주제와는 완전히 다를 수 있지만 이들은 여러 가지 조합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그래서 조각화 트렌드는 독과점 진입 장벽을 구축하는 플랫폼에는 큰 위협이 된다.

PC 시대에 사람들은 컴퓨터를 사용해야만 해당 사이트를 방문할 수 있다. 컴퓨터로 방문하는 사이트의 유입구는 몇 가지밖에 없기 때문에 판매자는 이 몇 가지 유입구만 잘 주시하면 대량의 트래픽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는 다르다.

모바일 사이에는 내적인 연계가 존재하지 않아 사이트에 로그인할 필요가 없게 되고 트래픽도 분산되면서 초대형 트래픽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오늘날 중국인 대부분의 유저는 ‘위챗’으로 연락하고,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정보를 획득한다. 사실상 모바일을 통해 일상생활이 이뤄지고 있으며,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트래픽이 집중되는 중심적 특성이 사라지고, 조각화의 특성이 더 뚜렷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독과점 빅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PC 시대에는 기본적으로 ‘바이두’를 이용한 검색이 중국 포털 검색의 80%를 차지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로 바뀌면서 사람들의 검색 습관은 변하게 되었다. 푸시가 점차적으로 유저들의 키워드 검색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 바이두는 더 이상 PC 시대의 유일무이한 위치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전자상거래도 마찬가지로 모바일 시대로 진입한 후 변화를 맞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루트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공공 계정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 이는 빅 플랫폼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큰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새로운 트래픽 플랫폼은 기존의 플랫폼에 위협이 될 수 있을까’이다. 비록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트래픽 플랫폼의 규모는 한두 곳에 집중된 PC 시대처럼 크지는 않지만, 기존의 빅 플랫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예를 들면 모바일 뉴스 정보 플랫폼 ‘진르터우탸오(今日头条)’, 공동 구매 플랫폼 ‘핀듀오듀오(PDD)’, 중국 최대 지식인 플랫폼 ‘즈후(知乎)’,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플랫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문량이 하루 몇 천만 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빅 플랫폼을 위협하는 억 단위의 트래픽을 자랑한다. 이 플랫폼들이 필연적으로 기존 플랫폼들의 트래픽을 분산시킬 수 있다.

▶ 중국의 소비자 계층과 소비 트렌드가 점점 변하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소비자 계층이 점차 분리되면서 일부 계층의 소비자들은 빅 플랫폼을 이탈해 자신의 구매 습관에 더 맞는 버티컬 커머스 전자상거래나 소셜 플랫폼으로 가지 않을까’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Vertical Commerce Platform)은 식품, 패션, 인테리어 등 특정한 카테고리의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종류의 판매하는 오픈마켓은 수평적이지만, 버티컬은 수직적인 성향을 띠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떠오르는 신흥 강자,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샤오홍수((小红书)’나 중국판 틱톡 ‘더우인(抖音)’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주 초기에는 오프라인 유통도 대형화 및 다품목의 매장으로 발전했다가 점차적으로 단일 카테고리의 매장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형 매장은 전문 매장처럼 특정 카테고리를 더 깊이 있게 운영하기 힘들다.

물론 전자상거래의 상황이 오프라인과 똑같을 수는 없다. 온라인 빅 플랫폼의 상품 가짓수는 오프라인 매장이나 대형 백화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공급체인에 더 깊게 운영하고 하나의 상품 카테고리에만 몰입한다면 소비 트렌드가 업그레이드된 시장 환경 속에서 점차적으로 독보적인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촬영 마니아들은 ‘타오바오(淘宝网)’나 ‘징동닷컴(京東)’에서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 SLR 카메라 전문 쇼핑몰에서 구매하고,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타오바오나 티몰보다는 와인 카테고리가 전문화된 플랫폼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마니아들은 빅 플랫폼의 상품들이 저장과 운송 면에서 전문 쇼핑몰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소비자가 계층화함에 따라 전문성을 띤 쇼핑몰이 필연적으로 등장하고 있고, 이들이 빅 플랫폼의 일부 트래픽과 거래를 분산시키게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빅 플랫폼의 위치는 향후 몇 년간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만일의 경우, 기술의 혁신이 완전히 새로운 트래픽 집합지를 만들고, 기존의 플랫폼이 더는 사람들의 유일한 집거지가 아닐 때 완전히 새로운 유통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한다.

이러한 대전제 아래 소중품목(小众品类), 소중유저(小众群体)의 운영은 중국 온라인 시장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중국 온라인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기업의 전략 모색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에게 당장 눈에 띄는 티몰이나 징동 같은 빅 플랫폼일 수가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라이프 사이클을 잘 판단해 플랫폼을 잘 매니징한다면 국내 제품이 가진 가치들을 충분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 구매와 BD(Business Development) 담당으로 쌓아온 그동안의 경험을 짧고 굵직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상품의 차별화된 부분, 즉 셀링 포인트를 여러 언어로 잘 정리하고 우리 제품의 인기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

둘째, 한국 본토의 경쟁사, 중국 현지의 경쟁사들에 대한 시장조사는 필수이며, 시장조사를 통해 핵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 온라인에서의 조사는 타오바오의 ‘즈퉁처(CPC 광고 플랫폼)’나 ‘썽이찬머우(生意参谋)’ 등을 활용해서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셋째, 신규 진입 브랜드는 성급하게 B2B 거래가 가능한 바이어를 찾기보다 우선적으로 B2C 진입을 통해 초기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자금력이 많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초기 진입 비용이 적은 ‘타오바오’나 ‘핀둬둬((拼多多)’를 통해 진입하고, 자금력이 확보된 상태라면 ‘티몰’이나 ‘징동’, ‘쑤닝의 직구몰’ 입점을 통하는 것을 추천한다.

넷째, 초기 시딩(Seeding) 데이터들을 확보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B2B 바이어들을 접촉해 제안을 한다. 초기 시딩 데이터들을 확보하고 있다면 바이어들과 거래를 할 수 있는 카드는 많을 것이다.

다섯째, B2C 셀러들을 다수 확보한 후 플랫폼별 수권 체계를 만들고, 개런티제도로 플랫폼별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해 안정적인 매출권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물론 상기 내용이 브랜드 상황별로 상이할 수도 있고, 순서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먼저 자신의 차별화된 핵심 경쟁력을 알고 이를 기반으로 잘 맞는 중국 유통 채널과 시스템을 만든다면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

중국은 올해 하반기에 818쑤닝, 국경절, 솽스이(광군절), 솽단절(성탄, 원단) 등 남아있는 온라인 행사들이 많다. 상반기에 갈고 닦은 노력으로 훌륭한 성과가 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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