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FTA를 활용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고 주장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종합상사 출신으로서 지금까지 무역 40년, FTA에 25년간 종사하면서 확인한 것 중 하나는 FTA를 활용하면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리더들을 앞장서서 찾아다니며 FTA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마치 FTA와 청년 일자리는 금단의 영역 같았다.

FTA는 정부가 하는 일인데 왜 민간이 하느냐고,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FTA로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지겠느냐고 냉소적으로 말한다. 금기 사항을 연결해 되는 이유보다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 것이다. 어느 높은 분은 자기 임기가 길어야 1년이니, 그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가져오라고 했다. 또 어떤 분은 힘들게 만나 대학생들을 ‘FTA 노마드’로 양성하자는 사업을 제안했더니, 몇 달 뒤 ‘글로벌 노마드 양성’이라는 사업으로 이름만 바꿔 내놨다. 

그래서 『FTA 연방시장 Job Freedom 전략』이라는 책을 써 청년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자고 했다.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10년간 100만 개를 충분히 만들 수가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책은 잘 팔리지 않았다. 그러나 반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FTA를 많이 체결했고, 청년들의 일자리가 필요했던 이웃 국가들의 러브콜이 쇄도했다.

중국에서는 9개 지자체 등에서 초청이 와 3곳에서 강의를 하고 중국 정부 경제 기관지 역할을 하는 중국 경제망과 FTA 교육 및 수출 지원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베트남 상공회의소에서 초청을 받았고, 주한 태국공사가 센터를 방문했다. 한국을 방문한 독일 기업과 헝가리 기업들에 FTA 특강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화상 회의 풀랫폼 줌(Zoom)을 통해 월드올타(세계한인무역협회) 회원들에게 FTA 강의를 했고, 중국 대사관에 FTA 강의를 하고 사업 계획서 제출 요청을 받았다. 터키 대사관과 기업으로부터도 FTA 활용에 대한 협조 요청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금기 현상은 여전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모 지자체에서 중소기업 수출도 지원하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FTA 자문관’ 사업을 추진해 성공함으로써 고용노동부로부터 우수 일자리 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우수 통상 정책으로 선정됐다. 또한 2020년에는 필자가 직접 60대 후반의 나이에 ‘Born-FTA 창업’을 해서 직원을 고용하고, FTA 사업을 하고 있다.

이어서 현재 우리나라도 비준을 추진 중인 메가 FTA인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15개국)에 참여하는 각국 FTA 전문가들을 모아서 World FTA 포럼 결성을 추진 중인데,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 결과가 검증되지 않는 일자리 창출 정책

FTA를 활용한 청년 일자리 창출 전략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못했지만, 아직도 전국에서 수많은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과 사업, 일자리 아이디어를 찾는 프로젝트 공모가 발표되고 있다. 만약 기존의 방안대로 추진된다면, 그 사업들은 지금까지의 28번 실패 사례와 유사해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의 28번의 청년 일자리 정책 실패사례<br>(자료 = 매일경제 2018. 3. 12.)
역대 정부의 28번의 청년 일자리 정책 실패사례
(자료 = 매일경제 2018. 3. 12.)

또한 일자리 창출 정책과 프로젝트 추진 발표만 하고 결과는 검증해 발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필자가 2017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발표된 향후 10년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숫자를 집계해 보니 2,133만 개(『FTA 연방시장 Job Freedom 전략』 이창우, 2018. 7.)가 되었다. 이 정도면 매월 18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돼 일자리 문제는 진작에 해결되었을 것이다.

물론 놓친 것도 있고, 미처 집계하지 못한 것도 있을 수 있다. 정밀하게 집계한다면 발표된 일자리 숫자보다 더욱 증가할 것이다. 아마 2020년, 2021년 일자리 창출 발표도 집계해 보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 그만 청년들을 지치게 하는 실험은 끝내야 한다. 청년들을 위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동안 청년 일자리 정책이 계속 실패하는 동안 온갖 시도는 다 해보고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으니, 이제 FTA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 세계사적 변곡점 시대 정신, ‘변화’

바야흐로 FTA라는 4차 대항해 시대가 열리고 있다. 1차는 콜럼버스 이래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제국주의 대항해 시대’이고, 2차는 산업화로 인해 촉진된 ‘세계화 대항해 시대’, 3차는 인터넷과 통신·SNS·4차 산업혁명·메타버스 등의 발달로 인한 ‘디지털 대항해 시대’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어서 4차로 ‘FTA 대항해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또한 광대한 우주를 향한 인류사적인 5차 ‘우주 대항해 시대’도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1차 대항해 시대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국가 발전이 뒤처지고, 식민지로 전락되고, 민족상잔의 전쟁을 겪고, 남북한 이산가족이 생기는 비극을 겪었다. 다행히 2차, 3차 대항해 시대에는 분발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디지털 등의 키워드로 인해 세계사적 변곡점 시대를 맞고 있다. 변곡점은 과거의 룰이나 제도, 틀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 큰 변화가 일어난 시점을 말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번 변곡점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어차피 전 세계가 동시에 위기를 맞았고, 그 위기에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없으니 위기 극복의 출발점이 같아졌기 때문이다.

세계가 새로운 세상을 향한 동일선상의 출발점에 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야말로 대한민국이 시장 선도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우리는 세계 3위의 FTA 강대국이자 문화 강국이다. 한류의 바람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기술 역시 막강하다. 또한 IT, 반도체, 휴대폰 등 디지털 파워도 강하다.

(자료 = 필자 정리)
(자료 = 필자 정리)

이런 국가적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현재의 변곡점은 우리나라가 경제력, 국민소득 등 하드 파워(Hard Power)를 가진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소프트 파워(Soft Power)와 디지털 파워(Digital Power)까지 겸비한 스마트 파워(Smart Power)의 매력적인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활용하려면 변화해야 한다. 그것도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로 남들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 

인류사·문명사·세계사적 변곡점 시대의 시대정신은 바로 '변화'이다. 빨리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따라서 청년 일자리 정책도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변곡점의 시대에 지금까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변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FTA를 활용한 청년 일자리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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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우 World FTA Forum 회장 

이창우 회장은 현재 한국FTA산업협회(KFIA), FTA아카데미 회장직을 맡고있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처음 FTA 협회를 만든 주인공이다. 작년 1월 ‘FTA아카데미’를 1인 기업으로 창업한 ‘지식 서비스 창업가’이며,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권역에서 1호 Born-FTA 창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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