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석 중국 쑤닝그룹 한국 대표
오기석 중국 쑤닝그룹 한국 대표

코로나19가 어느덧 일상이 되고, 연일 발표되는 확진자 숫자에도 이제는 무감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무역에서도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중국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 중국 시장에 진출을 희망하는 K-브랜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라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으로서는 중국은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은 매년 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기업들은 ‘이 온라인 프로모션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제품이 업로드되자마자 몇십 조 위안의 매출이 왔다 갔다 하는 중국 온라인 시장. 그 달콤함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혹은 직간접적으로 들어본 사람이라면 중국 온라인 시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필자가 중국 유명 플랫폼 기업들의 구매 담당과 만나 협의할 때 가장 큰 이슈는 ‘가격’이다. 현재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라이브 방송 또한 기본 50% 할인가 적용 여부가 가장 우선되는 조건이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사실은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 브랜드사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우리 기업, 우리 브랜드, 우리 제품이 가져갈 수 있는 차별화 경쟁력은 무엇일까?

중국 빅 플랫폼의 상품 소싱 포지션에서 근무하면서 오랫동안 많은 브랜드를 지켜봤다. 그도안 그들의 생각과 판단 그리고 중국 시장에서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경험한 것을 토대로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을 나누고자 한다.

▶ 브랜드를 보는 투자자의 입장 VS 기업가의 입장

중국 1세대 온라인 창업자가 브랜드사를 두고 두 가지 재밌는 비유를 한 적이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업체를 바라보는 관점은 양돈사업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창업자 혹은 기업가는 육아의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몰라도, 일단 양돈사업은 돼지를 살찌게 하고 잘 팔 수 있도록 키우는 ‘돼지 사육’이 목적이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경영자라면 독이 든 먹이를 돼지에게 먹일 수는 없다.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돼지를 최대한 살찌게 키우고,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조건을 갖춰야만 비로소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자녀 양육의 개념은 이렇다. 부모는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부모는 이 아이의 개성, 특기, 정신, 건강을 위해 노력을 쏟아붓고 물질적으로 가늠할 수 없는 헌신적인 노력을 한다.

중국의 한 지인으로부터 동물은 ‘공통성’으로 존재하고, 인간은 각자의 개성으로 가치가 생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시장에서 닭 한 마리를 살 때, 이 닭이 성질이 급한지 느린지 따지지 않고, 출신이 어떤지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다르다. 그 사람의 독특한 개성과 행동, 그가 말하는 유머와 재치를 좋아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나 제품의 공통성으로 일반인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투자자가 돼지를 키우고 사업가가 아이를 키웠다고 하는데, 이는 포지셔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투자자가 아이를 키우는 마음, 기업인이 돼지를 키우는 마음가짐은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본다.

왜 그럴까? 투자기관, 투자자들은 기업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하면 답이 간단하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100만 원을 투자했다면 후에 300만 원이나 500만 원으로 돌려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자본을 지렛대로 삼아 자신의 투자 금액이 기업의 발전을 가속화시키고, 투자자에게 확실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

물론 기업에 대한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이 무엇을 하는지, 기업 발전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투자자나 투자기관은 자본 투입으로 이익을 얻는 것이지, 기업의 일상적인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주된 역할이 아니다. 자본과 기업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초기 투입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돼지 한 마리를 잘 길러 최상의 상태일 때 파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렇다면 창업자, 기업인은 어떤가? 기업인이 경영에 관심이 없고, 돈만 빨리 벌려고 하는 기업은 장기적인 발전이 없다. 건강한 기업인이라면 자신의 기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미래 확신과 비전을 가지고 성공의 밑거름을 삼아야 한다.

▶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기업가의 혁신이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를 생각해 보자. 그들이 처음 창업을 했을 때 불가능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이겨내고, 끝까지 해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들의 성공 동력은 과연 무엇인가? 바로 신념이다. 그들은 자신의 제품에 대해, 아이디어에 대해, 비전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다고 믿으며, 많은 이용자에게 더욱 가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부모로서 아이를 키우는 마음과 같다. 그렇다면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창업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포기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나 투자기관은 생각이 다르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반드시 자본에 대한 보상이고, 보상을 최대화하기 위해 연평균 수익률을 따져야 한다. 창업자와 투자자의 사고방식은 여기서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현실에서는 이러한 위치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기업가는 양돈사업으로 운영하면 기업을 특화할 생각이 없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정부와 기관,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을 것인가를 고심하고, 그 돈을 투자해 규모를 키우고, 가치를 높이는 것을 기대한다. 규모가 커지고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쓰게 되면 다른 자본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체나 전자상거래 업체 상당수가 이익을 낼 능력이 없거나, 어떻게 이익을 낼지 고민하는 일이 거의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자신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기업의 차별화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용자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을지, 시장에서 대체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 핵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그렇다. 초기 자본을 유치한 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뚜렷한 차별화가 없는 상태에서 기존 인기 상품과 비슷하게 제품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브랜드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것이 악순환되면서 K-브랜드는 조금씩 시장에서 위치를 잃어간다.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면 다음에 주목해야 한다. 브랜드 포지셔닝, 잠재적 이용자의 가치와 사용자를 붙잡아둘 수 있는 브랜드만의 매력, 남과 다른 차별점으로 거래를 최종 성사시킬 힘이 있어야 한다. 아무런 준비(제품, 브랜딩, 인력, 채널 등) 없이 막연하게 중국의 빅 바이어가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먼저 B2C를 고민해 보라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타오바오 같은 C2C 플랫폼에서는 소비자의 니즈에 관한 많은 분석을 했고, 공급자에게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제공해 준다. 소비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공급자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온라인 거래가 최대의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브랜드를 내 자식과 같이 키우는 과정이라고 본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 좋은 아이디어와 제품이 있다면 기업은 성장하고 가치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창업 환경은 이전과 크게 다르다.  그중 온라인과 하이테크 분야는 다른 업종과 특히 다르다. 좋은 제품과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큰돈을 만들 수 있고, 투자처 또한 의외로 많다. 아이디어와 제품에 자본력이 더해지고,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짧은 시간 내에 기업이 성장할 수 있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이 기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바이두, 시나, 타오바오, 텐센트 같은 온라인 플랫폼 역시 자본의 유입으로 외형을 키우고 있다.

국내 인터넷 기업,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기업가는 ‘어떻게 기업을 특화시키고, 어떻게 남들과 다르게 만들 것인가’라는 목적을 가지고 경영해야 한다. 창업자로서 기업만 키우면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운영한다면 결국 막다른 골목에 몰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시장도 재편되고 있다. 정부가 개입해 부실기업들은 도태되고, 기업과 기업이 통폐합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관점도 있지만, 외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코로나19 국면은 우연한 것이 아니다. 더 극심한 사태가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어려워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려는 전략적인 움직임들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기업의 경쟁력을 갖춰 어떤 상황에도, 어떤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는 K-브랜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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