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미국 LA·할리우드에서 가죽, 모피, 울 등 동물성 소재 패션 제품은 아웃
- 지속 가능한 가치 소비, 비건 패션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 중

이스라엘 환경보호부는 2021년 6월 9일, 모피나 동물 가죽을 사용하는 패션 제품의 생산·판매·수출을 금지하는 '야생동물 보호법' 개정안을 공표했다. 개정안은 공표일로부터 6개월 뒤 발효될 예정으로, 2021년 12월부터 이스라엘 내에서 패션용 모피 제품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이번 결정에는 이스라엘 환경보호부 장관의 적극적인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는 동물 가죽이나 모피를 사용하는 것은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불필요하다고 표현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자체적으로 모피 의류 제품의 판매를 전면 금지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이스라엘은 동물 윤리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은 편이다. 비건의 가치가 음식을 넘어 패션업계로 확산되고 있는 이스라엘은 패션 가방 브랜드 Lee Coren과 드레스 슈즈 브랜드 Roni Kantor 등이 비건 패션 브랜드로 유명하다. 버섯 가죽이나 파인애플, 아보카도 등의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생산하는 제품들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Roni Kantor 드레스 슈즈 (사진 = Roni Kantor 공식 페이스북)
Roni Kantor 드레스 슈즈 (사진 = Roni Kantor 공식 페이스북)

▶ 전 세계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비건 패션

가죽, 모피, 울 등의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 학대 없는(크루얼티프리, cruelty-free) 원재료를 이용해 만든 옷이 바로 비건 패션이다. 비건 패션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과 감정을 느낄 줄 알며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고 보고, 의복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 학대에 대한 비판 의식이 높아지고, 동물 윤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스라엘뿐 아니라 여러 국가가 이에 동참하고 있다. 2000년 영국은 세계 최초로 모피 생산을 위한 동물 사육을 금지했는데,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패션위크는 2018년 9월 패션쇼부터 모피로 만든 옷을 금지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체코, 노르웨이 등도 중앙정부가 나서서 모피 생산이나 판매를 금지하며 영국의 뒤를 따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트 할리우드 역시 모피 판매 자체가 금지된 도시다.

▶ 구찌,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에서 앞서서 비건 레더 개발

세계 각국의 브랜드들도 비건 패션을 주목하고 있다. 유명 패션 브랜드들도 모피로 만든 의류 라인을 없애고 '퍼 프리(fur free)'를 주장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구찌와 지미추, 톰 포드 등은 2016년 모피 사용을 중단했고, 꾸준하게 비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구찌는 2년간 자체 연구를 통해 목재 펄프와 비스코스 등 식물성 원료 기반의 비건 레더를 개발해 올해 6월 비건 스니커즈 라인을 출시했다. 기존의 가죽 원자재를 비건 레더로 대체한 신발로 가죽과 같은 방식으로 무두질 처리해 그냥 보면 가죽처럼 여겨진다. 구찌는 직접 개발한 비건 레더 소재를 ‘데메트라(Demetra)’로 상표 출원하고, 스니커즈뿐 아니라 액세서리부터 핸드백 등 모든 컬렉션에서 이 비건 소재를 활용할 계획이다. 구찌의 모회사인 케링(Kering)그룹 내에 있는 발렌시아가,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도 이 비건 소재를 제작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구찌 데메트라(Demetra) (사진 = 구찌 홈페이지)
구찌 데메트라(Demetra) (사진 = 구찌 홈페이지)

장인의 손길로 완성되는 최고의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역시 비건 레더로 핸드백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진짜 가죽과 비슷한 촉감과 내구성을 가진 비건 레더를 개발한 미국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인 마이코웍스(MycoWorks)의 비건 레더를 에르메스가 3년여에 걸쳐 협업하며 테스트했고, 2021년 연말까지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버킨백, 켈리백에 이어 인기가 많은 빅토리아백의 비건 레더 버전으로, 가죽 대신 비건 레더를 쓰는 것 말고는 장인들이 만드는 기존의 공정과 동일하게 완성된다.

구찌와 에르메스의 선행으로 샤넬, 루이비통 등의 브랜드들도 비건 레더 트렌드에 맞게 제품을 구상하고 있으며 조만간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기존 가죽을 대신해 비건 레더 소재가 이를 대체하고, 점점 비건 패션으로 넘어가는 것은 요즘 패션계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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