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세 플라스틱, 오염폐수 등 환경오염 심각한 패션산업
- 무역협회 “재활용 폴리에스터, 친환경 전문 플랫폼 등 기술로 극복하는 중”

전 세계적으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열풍이 거세다. 기업들의 친환경, 사회적 책임, 명확한 지배구조 등을 강조하는 이 신조어는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속에서 청정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는 반면, 술이나 담배, 도박 관련 산업은 반(反)ESG 업종으로 외면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탄소업종인 패션산업은 어떨까?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일 ‘필(必)환경 ESG 시대, 패션산업 친환경 트렌드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패션산업이 직면한 ESG 관련 과제와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우선 “패션산업이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에스터 섬유 제조, 재고의류 폐기 등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고탄소업종”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이 저탄소경제로의 전환, 탄소중립 등의 정책을 펼치는 데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서라면 더 많은 비용도 기꺼이 지불하려는 MZ세대의 등장으로 고탄소업종인 패션산업에도 친환경이 필수인 `필(必)환경’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녹색경제로의 전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고조시키면서 ESG 열풍을 부채질했다. 이에 각국 정부들은 잇따라 친환경 정책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녹색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됐다. 이런 가운데 특히 패션산업은 미세플라스틱, 폐기물량 등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있는 데다,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소비심리가 꾸준히 커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기후변화, 주요국 플라스틱 관련 친환경 정책(자료 = 무역협회)

패션산업은 `옷과 악세서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과 관련 있는 산업’이라고 정의하면서 패션산업의 가치사슬은 업스트림(원재료, 섬유사), 미들스트림(직물, 염색 가공), 다운스트림(완제품, 유통)으로 구성된다.

무역협회는 “패션산업은 고탄소업종에 해당하는 섬유제품 제조 부문을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 강화가 고탄소산업을 중심으로 생산비용 상승과 부가가치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패션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도 언급됐다. 보고서는 미세섬유 등 미세플라스틱은 높은 표면적을 바탕으로 해수에 있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을 100배 이상 높은 농도로 축적해 생물에 대한 유해성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최근에는 패스트 패션과 대비되는 개념인 슬로우 패션이 대두되면서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소비가 확대되는 `트레이딩 업(Trading Up)’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가 이전의 X세대나 베이비부머 세대들보다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지불 의사 조사(자료 = 무역협회)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지불 의사 조사(자료 = 무역협회)

재활용 섬유 비중 늘리고 비건 패션 흐름도 가속화

그렇다면 패션 기업들은 이 같은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보고서는 패션산업의 분야별로 기업들의 대응방향을 언급하면서 국내 기업의 사례들도 소개했다.

우선 업스트림 분야에서는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rPET)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폴리에스터 섬유 생산 중 rPET 비중은 2010년의 11%에서 2020년에는 15%로 상승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ESG경영 흐름에 맞춰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친환경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rPET은 일반 폴리에스터 섬유보다 소재 수거, 선별, 세척 등의 과정을 추가로 거치기 때문에 단가가 비싸지만(일반 섬유의 약 1.5배), `의식있는 소비’ 패턴을 공략하는 다운스트림 완제품 제조 기업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기술 측면에서는 향후 화학적 재활용도 상용화되면서 물리적 재활용과 함께 이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도 다수의 재활용 섬유 생산 기업들이 있다. 또한 재활용 섬유 생산 기업과 패션 완제품 생산 기업간 협업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rPET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으로는 효성, 휴비스, 도레이첨단소재 등이 있고 효성티앤씨와 플리츠마마 그리고 SK케미칼과 휴비스는 대표적인 재활용 섬유 및 패션제품 생산 관련 협업 사례다.

폐폐트병 재활용 원사 활용 친환경 제품 생산 구조(자료 = 무역협회)
폐폐트병 재활용 원사 활용 친환경 제품 생산 구조(자료 = 무역협회)

업스트림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기존에 동물성 소재를 사용해 제작해왔던 패션 제품을 식물성 또는 합성 소재로 대체하는 `비건 패션(Vegan Fashion)’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비건 패션 여성의류 시장은 2019년 기준으로 3,963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으며 2027년까지 연평균 13.6%의 증가율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드스트림 분야에서는, 염색 가공 공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염색기술 혁신과 자투리 원단 업사이클링이 나타나고 있다.

염색 및 가공 단계에서는 전체 패션산업의 가치사슬 중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염색 가공 공정을 이전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천연염색, 미생물을 활용한 염색 등 대안이 모색되고 있고 의류를 제작한 후에 필요한 원단에만 염색하는 기법 등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환경친화적인 염색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자투리 원단을 업사이클링하는 기업이 패션산업의 미드스트림 부문 친환경화에 기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완제품과 유통 등 다운스트림 분야에서는 친환경 패션 전문 플랫폼 등장이라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패션업계 내 격화되고 있는 플랫폼 경쟁 속에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친환경 패션 전문 플랫폼들이 잇달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친환경 브랜드 평가 플랫폼 Good On You 홈페이지 캡춰
친환경 브랜드 평가 플랫폼 Good On You 홈페이지 캡춰

친환경 전문 플랫폼에는 친환경 브랜드만을 전문적으로 모아 취급하는 플랫폼과 친환경 패션 소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등이 있는데, 주요 글로벌 온라인 친환경 브랜드 편집숍으로는 Renoon, STAIY 등이 있으며, 정보 제공 플랫폼으로는 친환경 브랜드 평가 플랫폼인 Good On You, EU내 지속가능한 패션 관련 브랜드와 생산자 및 바이어를 연결해주는 Manufy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패션상품을 포함한 친환경 생활용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이물건마켓, 모레상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해당하는 빈폴의 B-Cycle 라인 출시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이탈리아 비건 패딩 브랜드 Save the duck 국내 판권 확보, 코오롱FnC의 weDO 등은 기존 제품군을 친환경 전문 브랜드나 플랫폼으로 확장한 사례들이다.

패션사업 가치사슬별 친환경 트렌드 및 국내 기업사례(자료 = 무역협회)
패션사업 가치사슬별 친환경 트렌드 및 국내 기업사례(자료 = 무역협회)

위기와 기회 두 관점으로 바라봐야…정부는 제도 정비하고 기업 지원해야

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흐름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들을 제시했다. 우선 패션 기업은 친환경 트렌드를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비용 관점)’와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기회(편익 관점)’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 모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며, 친환경 흐름을 빠르게 수용해 고객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 간 전략적 협업을 통해 친환경 패션의 ‘디자인 → 원단 및 부자재 생산 → 옷 제조 → 유통 → 폐기’의 유기적인 전체 가치사슬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아울러, 친환경 트렌드를 실속 없이 마케팅 요소로만 활용하는 경우 향후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 사례로 적발되어 기업 이미지가 크게 악화될 수 있으므로 사업을 전개하고 타 기업과 협업할 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역할도 강조됐다. 플라스틱을 포함한 일회용품 폐기 관련 제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며 친환경 소비시장이 큰 국가를 중심으로 정보제공 및 수출 판로 개척, 친환경 패션 관련 국제인증 획득 등과 관련해 지원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무역협회 양지원 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은 친환경 섬유 기술 개발, 제품 차별화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소재-제품-브랜드 3가지 요소의 조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유기적인 가치사슬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재활용 섬유의 원재료인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폐기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제품 생산, 해외진출, 투자 등 업계 전반에 대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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