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섭 (주)한국문화창의기술 대표이사
송은섭 (주)한국문화창의기술 대표이사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를 맺은 이래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다. 지난 29년간 양국은 이웃 국가이자 친구로서 상호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지내왔다. ‘우호 협력 관계’, ‘협력 동반자 관계’를 거쳐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왔으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1992년 약 27억 달러(약 3조 1,000억 원)에 불과했던 대중 수출 규모는 2018년 사상 최고치인 1,621억 달러(약 188조 원)를 기록하면서 26년 만에 61배 증가했고, 중국 GDP는 1992년 4,920억 달러에서 지난해 14조 7,230억 달러로 29.9배 증가했다.

그러나 2017년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限韓令)과 2019년 시작된 미중 분쟁,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리며 양국의 관계는 최저점을 향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정권 교체, 쌍순환 전략, 전력난, 부동산 등 내부 요인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과 중국발 공급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가치 사슬의 침체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한중 수교 30주년에 다다른 지금 거시경제학적 시점에서 정부와 산학연 차원의 준비가 필요한 시기이다.

첫째, 글로벌 가치 사슬(GVC)의 재고에 따른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동북아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GVC가 형성됐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의 성장 전략이 내수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동북아 GVC의 위상은 약화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외자 기업이 중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때 50% 이상을 상회하는 등 초기 중국 GVC 형성에 결정적 기여했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그 역할이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2020년 중국 수출의 36%, 수입의 42.1%, 무역수지 흑자의 12.5%를 차지하면서 위상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한중 양국의 기업 간 화학적 결합을 유도하고 상호 신뢰도 회복의 과정이 필요하다. 소비재는 한국 제조업체와 중국 유통업체 간 지분 제휴 등 전략적 제휴를 유도하고, 한국 부품·소재업체와 중국 조립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은 미국, 유럽 등과 FTA를 체결하여 통상 마찰을 우회할 수 있는 국가이며 IT와 문화창의 산업, 로봇, 바이오 등에 있어 양적, 질적으로 풍부한 연구·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유럽 진출에 있어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상적인 지역이다.

둘째, 중국발 리스크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 제조업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의 공급 부족으로 글로벌 부가가치 사슬 구조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견된다. 아세안 국가들과 인도 제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를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제조업마저 문제를 일으킨다면 글로벌 공급 부족 문제는 아주 심각해질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실시되고 있어 반시장화 정책과 기관에 대한 사정 등 정치적 이슈, 더불어 글로벌 자원난과 물가 상승, 부동산업체들의 연쇄 도산과 관련 금융기관들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먼저 한국 수입 중 중국 의존도가 높고 금액이 큰 품목들부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우리 산업의 사슬 안전도를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크며, 글로벌 자원난과 물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고유가 시대 핵심 자원들의 글로벌 수급과 가격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필요시 비축량을 늘려나가는 등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중국 증시와 환율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사전에 대비책을 철저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국 정부의 중점 사업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많은 글로벌 기업과 자본이 중국에 진입하면 맥을 못 춘다는 말이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보니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은 다자주의와 기술 자립을 강조하면서 미중 경쟁에 대비하고 있으며, 미중 양국이 공통으로 기후변화 등 비(非)전통 안보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공언하고 있으나, 전략 경쟁의 심화로 전망은 불확실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限韓令)과 미중 분쟁 장기화 및 중국 경제의 불안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파급 효과가 커지고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한 파급이 한창인 2019년 3월 중국 국가정책 제안 기관의 부회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한국이 한중 양국 간 이슈와 정세에 무관하게 안심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사업이 있는가 하고 문의한 적이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와 정부는 매년 새해 1년 정책 지침을 나타내는 '중앙 1호 문건'을 발표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농촌과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한 농업 부문의 개혁을 심화시킬 방침을 주로 하며 이는 16년 연속이다"라는 말과 함께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드 제재와 한한령이란 단어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농촌 진흥’은 한국의 ‘새마을 운동’과는 다른 개념이다.

아울러 문화 창의, 블록체인, 빅데이터, 핀테크 등의 여러 협력 가능한 사업이 있으며 오히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란 말을 덧붙였다. 시장의 원리도 그렇듯이 한중 양국의 수요와 니즈에 따른 사업 구상이 필요하다.

넷째, 한중 양국의 순수 문화·예술 교류를 준비해야 한다.

유커라는 말조차 없던 시기인 1995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 방문객 수는 불과 17만 8,000명에 불과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한류 영향으로 급증하던 중국 유커 수는 2016년 807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7년 중국의 사드 제재로 반토막이 났다. 이어 2019년 600만 명 선을 회복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68만 6,000명으로 급감한 상태다.

한국 국민의 중국에 대한 선호도는 한국 갤럽의 조사(2021년 10월)에서 중국은 일본 다음으로 4%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가장 위협적인 나라를 묻는 질문에 46%가 중국을 꼽아 지난해보다 위협 인식이 13.6%포인트 올랐다.

한국과 중국 양국 정상은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한중 간 문화 교류와 협력을 복원, 촉진하기 위해 지난 1월 2021~2022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선포했다. 코로나19 시기 중국 정부의 폐쇄 정책에 직접적인 대면 교류는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나 내년 중국 동계 올림픽 이후 국경 폐쇄 정책이 완화된다는 중국 기관들의 의견이 많아 양국의 순수 문화·예술 교류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 9월 한중 양국이 합의한 공공 중심의 160개 문화 교류 사업 외에도 민간단체 중심의 우수 사업을 발굴해 양국 간 문화 교류와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한중 수교 30주년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

중국은 우리 수출의 1/3, 수입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국가다. 중국은 미중 분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외국인의 중국 증권 투자가 급증하면서 외국인 비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직접투자(FDI)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한 중요한 이웃국가이다. FDI의 경우, 기존 제조업의 탈중국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미국의 견제가 가세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불가피한 면이 있으나 한국 관점에서 미중 분쟁 장기화 및 중국 경제 불안 파급 경로가 확대되지만, 중국 금융시장 투자 및 자본 조달 경로 확대 등 새로운 기회 요인도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2022년, 양국의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미중 갈등의 장기화,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 코로나19 등 혼돈의 시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한국은 정부와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여 내년 8월 다가올 큰 이슈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 필자 송은섭은 현재 (주)한국문화창의기술 대표이사, (주)한국기업데이터 중국사업부문 고문, 중국 보아오 문화창의원 전문위원, 중국민족문화예술기금회 고문, 중국청도국제판권교역중심 고문 등의 역할을 수행 중이며 다양한 중국 사업 부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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