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는 지난 40년간 1.7배 정도 증가했고, 그러는 사이 세계 경제는 7.5배 정도 성장했다. 세계 인구가 늘어나는 증가폭의 약 5배 정도 경제가 성장했기에, 우리 삶이 윤택해진 것도 사실이다.

부유하고 윤택해진 삶만큼 빈부의 격차는 더 커졌고,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됐으며, 생물종 멸종 등 환경 문제도 심각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커졌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제 더는 일부가 아닌 모두의 이야기가 됐다. 생산성본부 ESG경영연구소장이자, 산업통상자원부 지속가능지원센터 센터장도 겸하고 있으며, 지난 15년 동안 무려 980여 기업의 ESG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는 김동수 소장은 현재 기업환경에서 최대의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ESG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무역경제신문>이 김동수 소장을 만나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스타트업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ESG에 관한 현황과 전망에 대해 인터뷰했다.

김동수 생산성본부 ESG경영연구소 소장 (사진 = 무역경제신문)
김동수 생산성본부 ESG경영연구소 소장 (사진 = 무역경제신문)

 

지속 가능한 경영, ESG가 기업의 이미지를 바꾼다 

Q 전 세계 기업들이 집중하고 있는 ‘ESG’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ESG라는 용어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맨 처음은 1713년 생태학자 본 칼러비치의 책 속 정의에서 시작된다. 그는 숲이 자라는 것보다 나무를 빨리 벌목하게 되면 숲이 황폐해지기 때문에, 숲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 국가는 나무가 자라는 속도보다 느리게 벌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것을 ‘지속 가능성’이라고 표현했다.

그 이후 1987년 UN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에 다시 언급되고,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선포했다.

“UN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미래 세대의 수요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요.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고 했을 때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수많은 담론이 오가다가 인류 사회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이때 ‘지속 가능 경영’이라는 개념이 태동하게 됩니다.”

‘지속 가능 경영’ 개념이 나온 이후 2005년 전후해서 금융회사들이 앞다투어 지속 가능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게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경제, 환경, 사회적 가치를 다루는데, 경제 부분은 재무재표가 아닌 지배구조에 대한 개념을 다루게 되면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가 탄생하게 됐다. 그 이후 금융기관들이 지속 가능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ESG’의 개념이 완성됐다.

“ESG 용어 자체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용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이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되면 지속 가능성이 올라가게 되거든요. 기업이 ESG를 추구할 때 소비자, 투자자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그 기업을 보는 관점과 태도가 달라집니다.”

Q ESG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언제인가.

ESG라는 단어는 2003년 UN에서 구성된 TF팀을 통해 만들어졌고, 2005년에 공식적으로 채택되면서 퍼졌다. 단어 자체가 나온 지 오래됐지만, ESG라는 개념에 관한 관심이 뜨거워진 것은 최근 일이다. 2018년부터 변곡점을 형성하면서 급격히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2018년 이전 우리 기업들은 ‘이윤추구’를 최대 목적으로 경영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전경련’ 같은 미국 기업들이 모인 ‘US Business Roundtable(미국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지난 40년간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지난 2018년 42년 만에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서를 바꿉니다.

기업은 단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가치 중심의 경영으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이후 ‘ESG 경영’에 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기업들의 움직임이 바빠졌고,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급격하게 ESG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Q 코로나19가 ESG 확산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ESG의 확산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오피셜 리쇼어(official reshore)같은 이슈가 있는데요. 팬데믹을 계기로 ESG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보건과 안전 이슈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생산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기업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자국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기존에는 기존 설비 그대로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해 친환경 생산 시설을 만듭니다. 스마트 팩토리나 에너지 전환 기술의 발전으로 오히려 생산 비용이 줄어들고, 이윤과 가치 측면에서도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김동수 소장은 코로나19가 ESG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것과 동시에 가속화시켰다고 말한다. 팬데믹 상황이 없었다면 훨씬 더 느리게 전환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가 빠른 전환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동수 생산성본부 ESG경영연구소 소장 (사진 = 무역경제신문)
김동수 생산성본부 ESG경영연구소 소장 (사진 = 무역경제신문)

2025년부터 ESG 정보 공시 의무화, 2022년부터 준비가 시작되어야 한다

Q ESG 경영이 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무엇인가.

2019년 1월 Fitch, 2019년 2월 STANDARD&POOR’S 같은 글로벌 신용 평가회사들이 ESG를 중요한 신용평가 기준으로 포함하기 시작했다. ESG를 잘하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비용을 더 내더라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기 시작했고, 많은 구직자가 직장을 선택한다면 ESG를 잘하는 기업에 가겠다고 말하는 시대가 왔다. 한 조사에 따르면,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은 무려 87%가 ESG와 이슈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들을 보인다고 한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67%가 기업의 최종 투자 의사 결정을 하기 전에 ESG를 점검한다고 말하고 있고, 실제 ESG 시장으로 엄청난 돈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또한 EGS는 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높여줍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 경영을 해 탄소가 줄어들고, 탄소를 줄이려면 에너지를 적게 써야 하므로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다.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의 88%가 운영 효율성을 경험했고, 80%가 주가 상승을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학술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6%의 기업이 변동성이 좋아졌고, 11%의 기업의 고객 로열티가 증가했고, 약 50%의 기업이 직원 이직률이 낮아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13%의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 경험했다고 하고요.”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에 관한 관심이 뜨겁고, 실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ESG 정보 공시가 의무화되어가는 추세고,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필수 사항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2025년부터 자본금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들은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했다. ESG 정보공시를 하려면 평균 3년간의 데이터를 제출해야하므로 해당 기업의 경우 2022년부터는 ESG에 집중하고 데이터를 모아야만 2025년에 정보공시를 할 수 있다. 단, 중소기업과 외국계 기업에 대한 적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Q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의 ESG 상황은 어떠한가.

“중국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ESG와 관련된 여러 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존에 중국과 동남아 일부 국가들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들을 많이 썼는데요. 최근 ‘ESG’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국유 기업들에 대한 ESG 평가결과가 아마 2022년 초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투자 자본 시장이 굉장히 발달한 일본 같은 경우에는 투자기관들이 평가하는 ‘ESG 지표’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예를 들어 일본 증권거래소 같은 경우 ESG 전산 조직이 대규모로 구축돼 있을 정도로 발달해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일본 기업들 역시 ESG에 대해 기밀하게 대응하고 있다.

Q ESG가 기업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기본적으로 금융 산업은 규제 산업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외환위기 때 금융기관들이 파생상품을 막 만들어냈고, 그 상품들이 문제가 생기면서 경제적 혼란이 일어났기 때문에 규제가 매우 중요하죠. 금융기관들의 규제 매커니즘에 ESG가 추가됐고, 기업에게는 기회 요인 혹은 위기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ESG 리스크가 큰 기업에 대해서 대출을 줄인다거나 이자율을 높이는 단편적인 방법들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ESG 금융이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 기업은 ESG 성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김동수 소장은 금융기관과 기업 간 초기 단계에서는 ESG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ESG 경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해외 투자자들에게 ESG는 대세입니다. ESG 투자는 굉장히 큰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규모가 작거나 스타트업이라도 ESG 관점에서 기회 요인이 발견된다면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매력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죠. 인테그리티 넥스트(IntegrityNext)라든가, 인사이트 소프트 웨어(Insight Software) 등이 최근 ESG 관점에서 급격하게 성장하는 회사들입니다.”

이렇듯 ESG는 금융투자 부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ESG 관점에서 바라보는 투자 전문가들을 고용하거나, 소프트뱅크나 블랙락처럼 기존 투자자의 시선에서 ESG 관점을 추가하기도 하다. 아예 ESG적인 관점만을 추구하는 엔진넘버원(ENGINE NO.1) 같은 회사들도 있다.

ESG가 새로운 산업을 만들기도, 사업의 구조를 바꾸기도 한다

Q 우리 기업들, ESG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ESG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반대하거나 이견을 내는 기업은 없습니다. 결국 어떤 기업이 ESG 활동을 경영 본질에 잘 녹여내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단지 탄소를 감축했는 것만으로는 투자자뿐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자에게도 큰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이제 탄소를 줄이려면 에너지를 절감해야 하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비용이 줄어들면 오히려 기업이 ESG를 가속화하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점이 없다면 기업은 쉽게 ESG 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거든요.”

김동수 소장은 기업이 왜 ESG 활동을 하고, ESG 활동을 통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만들어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것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렇지 않다면 ESG는 과거에기 하던 사회공헌 활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ESG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기존의 사업구조 전체를 흔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덴마크 해상풍력 및 에너지 프로젝트 개발 회사인 오스테드(Orsted)의 사례인데요. 기존의 인력으로 ESG 분야를 커버할 수 없었던 기업은 수소나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한 인력을 채용함으로써 사업의 방향과 규모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ESG는 기업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어요.”

Q 스타트업의 경우, ESG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보통 스타트업의 경우 ESG를 추진하기 어렵다라고들 이야기하는데, 다른 맥락에서 살펴보면 오히려 경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ESG 관점에서 조직을 운영하기가 훨씬 더 유연할 수 있습니다.

기존 조직은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하는 방식이 품질 우선주의, 이익 중심주의로 설계돼 있어 오히려 ESG를 접목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조직의 형태가 고착화된 것이 아니기에 대표자의 마인드에 따라 조직을 이꾸는 팀원의 의지에 따라 ESG 중심으로 설계하기에 유리합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ESG 요소를 반영한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나 사업의 기회 요인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거나, 펀드레이징이 더 쉬워진다. 과거에는 돈이 되는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요즘은 ESG 요소를 고려한 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호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기존 경영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보게 되는데, 이미 정형화된 기성세대들의 시각에서 비즈니스를 설명하다보니 본인들이 하는 활동을 ESG적인 관점에서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이라면 기성 세대의 관점을 버리고 좀 더 유연하고 탄력적인 사고로 해석하고, ESG를 접목한다면 발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Q ESG 시대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

“ESG 경영은 진정성 있는 기업가 정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먼저 내추럴(Natural), 환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재화와 용역을 생산해 이윤을 창줄할 수 있는지, 두 번째 영향력(Influential), 내가 추구하는 재화와 용역이 어떤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지, 세 번째 오리지널(Original), 내가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수요를 충족시키는지, 넷째 경험(experience),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는지, 마지막으로 관계성(Referential), 기업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이미지와 부합이 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 조건들이 갖춰졌을 때 그 기업은 진정성이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단순히 제도적인 접근이 아닌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 ESG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