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 / 한국물류학 부회장
이상근 삼영물류대표이사 / 한국물류학 부회장

2022년 새해는 과거 어느 해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심각한 인플레이션, 고(高) 원자잿값, 각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 규모, 미국과 중국(G2)를 비롯한 강대국 간의 갈등 양상, 탄소 배출제로라는 기후 목표 등 대내외 리스크가 커지면서 세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미크론 확산 영향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최근 IMF가 제시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3.0%로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하락을 예상했다. 선진국 시장 수요 회복을 근거로 주로 우호적 전망이었던 경제 시각도 주요국 전망치가 일제히 하향 조정되면서 부정적인 관측이 커졌다.

전경련이 지난 1월 26일 발표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 2월 BSI 전망치는 99.7를 기록했다. 이 배경에는 올해 중국의 경기둔화, 공급망 교란, 국제원자재 가격 고공행진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사실이 반영됐다. 이에 2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1월 BSI 96.5)하는 양상이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긍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부정적 경기 전망을 나타낸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2월 BSI는 94.8로 경기전망이 부진하지만, 비제조업은 105.7로 경기전망이 낙관적이었다. 전경련은 제조업의 경우 주요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 불안이 부진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60% 이상인 반도체 업종의 영향으로, 전자와 통신장비(94.4) 전망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100선 밑으로 하락했다. 부문별 2월 BSI 전망치는 수출(97.7), 자금 사정(94.3), 채산성(94.3), 재고(104.3) 등 4개 부문은 부진했으며, 반대로 내수(100.9), 투자(102.3), 고용(102.0) 등 3개 부문은 긍정적으로 전망됐다.

올해 우리 기업의 경기전망에 짙어진 먹구름... 오미크론, 중국의 경기둔화 등이 악재

올해 산업전망의 부정적 변수였던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의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이 겹쳐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국내에서 연일 2만 명대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하며 산업계는 내수 침체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계획 등을 전반적으로 재고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은 대면 경제활동의 위축을 장기화시키고, 공급망 차질의 장기화을 불러오며 경제 전반에 악순환을 초래하는 양상이다.

무역수지도 나빠졌다. 올해 1월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5.5% 늘어난 602억 1,000만 달러로 집계되면서 무역수지는 48억 9,000만 달러 적자로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 폭은 2008년 1월 40억 4,000만 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치다. 정부는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의 지난달 수입 규모가 159억 5,000만 달러(전년 동월 68억 9,000만 달러)로 급등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장기화에 접어든 물류난... 기업의 경기전망에 부정적인 영향

한국무역협회가 해상·항공 물류 지원을 받은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국내 수출기업의 56%는 물류대란이 2022년 하반기 또는 2023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원자재, 부품 등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공급망 불안에 대한 기업실태 조사’에서도 조사대상 기업의 88.4%가 올해도 ‘지난해의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거나 더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는 응답은 11.6%에 그쳤다. 반면 구체적인 공급망 대책을 세운 기업은 10%가 채 못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류산업은 경기전망에 극히 예민할 수밖에는 없다. 글로벌과 국내경제는 오미크론 확산,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에너지 가격 급등, 원자재가격 급등,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 리스크가 커지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물류가 4차산업혁명과 뉴노멀 시대에 연관산업을 주도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되면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2022년 물류 산업은 제조, 유통(온라인, 오프라인), ICT, 서비스 등 산업 전반의 동향과 함께 보는 시각이 더욱 필요하다.

과거 WTO, FTA로 경제의 국제화가 가속되는 과정에서 제조비용, 유통비용과 관세는 많이 감소했지만, 국제간의 교역 증가로 물류비용이 많이 증가하면서 물류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제조와 유통 시장이 빠르게 스마트화, 무인화, 개인화, 온라인화, 모바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과 매장에서 수행하던 제조의 지연전략(Postponement Strategy), 풀필먼트(Fulfillment),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무인)점포의 검품, 검수, 진열 등의 업무가 물류 업무로 편입되고 있다. 물류의 영역과 비용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물류 서비스의 고도화와 효율화를 위한 시스템도입과 함께 물류 전문인력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물류 이미지(사진 = PIXABAY)
물류 이미지(사진 = PIXABAY)

불확실한 세계정세 속에 우리 물류기업이 트렌드세터가 되려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급변하는 2022년, 물류기업이 트렌드세터(Trend Setter)로서 글로벌 물류의 주인공이 되려면, 올해는 ‘물류 자동화·무인화·지능화’와 ‘탄력적 물류 네트워크 구축’, ‘클라우드 소싱’의 세 가지 역량을 갖춰야 한다.

첫 번째 핵심역량인 ‘물류 자동화·무인화·지능화’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필연적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물류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물류 서비스 니즈(Needs)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선진국과 글로벌 물류 기업은 첨단 ICT를 활용한 물류 자동화, 무인화와 효율화를 통해 서비스 향상과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기술인 빅데이타, 로봇, 드론, IOT, AI, VR/AR 등 ICT 기술을 이용한 효율화와 최적화 기업만이 경쟁에서 생존할 것으로 예상한다.

두 번째 핵심역량은 ‘탄력적 물류 네트워크(공유물류, 공동물류)의 구축’이다. 항만, 하역시설과 장비, 물류창고, 터미널 등 물류시설, 화물차량, 컨테이너, 물류 장비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별 물류회사가 소유하거나 전용하던 경직적 물류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고객 니즈에 탄력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유연한 물류 네트워크 확보가 핵심 경쟁력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탄력적 물류 네트워크’는 기업 간의 ‘공동물류 플랫폼’ 구축이 있다.

먼저, 물류기업들 간의 ‘공동물류 플랫폼’ 구축은 정부나 물류 기업이 중심이 돼 물류시설, 차량, 장비 등을 공동 이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시스템이다. 공동물류 플랫폼 중 ‘공동운송 시스템’은 소량 화물(LTL; Less than Truck Load) 혼재로 과거엔 육상운송 주선업체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는 삼성SDS (Cello)나 CJ대한통운(Hello)와 스타트업인 ‘로지스팟’, ‘밸류링크유’, ‘트레드링스’, ‘고고밴’, ‘부릉’ 등이 공급자(운송사업자)와 수요자(화주)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에 진입했다.

공동물류 플랫폼 중 ‘공동 집화 시스템’은 배송 물량이 적은 소도시는 여러 택배회사의 집하와 배달을 동시에 수행하는 택배취급점의 공동집배와 ‘국내긴급상업용서류(일명 파우치) 송달업자’의 도심 빌딩 공동집배에서 실행되고 있다.

공동물류 플랫폼 중 ‘공동보관 시스템’은 ‘복합물류 터미널’, ‘내륙컨테이너기지(ICD; Inland Container Depot’), ‘산업단지 공동물류센터’와 ‘도시 첨단물류단지’ 등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개별기업의 투자재원 부족과 물류시설의 난립 방지, 시설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공동물류에 꼭 필요한 시설이다.

공동물류 플랫폼 중 ‘물류장비의 공동이용’은 팔레트풀시스템(Pallet Pool System)과 지게차 렌털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는 물류 로봇, 자율운행화물차, 무인보관함, 드론, 3D프린터 등의 렌탈과 공동사용도 예상된다.

세 번째 핵심역량은 ‘클라우드 소싱’이다. 4차산업혁명, 공유경제에서는 물류 서비스의 이용자(기업, 개인)도 물류 기업과 같은 제공자 역할을 할 것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와 대결은 이세돌 개인과 수많은 클라우드 컴퓨터와의 대결로 볼 수 있다. 그만큼 클라우드의 힘은 강하다. 일반인이 상품을 운반하는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피기비(PiggyBee)’, ‘딜리브(Deliv)’, ‘우버이츠(UberEats)’, ‘아마존플렉스(Amazon Flax)’, ‘쿠팡 플렉스(Cupang Flex)’ 등이 있다.

물류창고의 남는 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는 제공자는 물류창고의 운영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이용자는 별도의 물류창고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 환경친화적이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토어엑스(Store X)’, ‘클러스터(Clutter)’ 등의 회사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마이창고’, 일본의 ‘오픈로지(Open Logi)’와 영국의 ‘스토우거(Stowga)’ 등은 기존 물류창고 내 유휴 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트렌드가 확대되면 많은 기업이 물 류장비와 창고 등을 남는 시간에 타사와 공유하는 것을 넘어 보관서비스와 배달, 집하서비스가 추가 개발될 전망이다.

또한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 스타트업은 유통기업과 음식점 등이 소유하고 있던 배달 라이더(Ryder)를 플랫폼에 편입시키고, ICT를 통해 배달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고,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기업과 음식점의 영업영역을 온라인으로 확대하고 있다. 월마트 직원들이 퇴근길에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퇴근길의 월마트 직원이 배달하는 ‘퇴근배송제’는 ‘기존 자산 활용(직원 배송)’으로 ‘탄력적 물류 네트워크’ 사례로 들 수 있다.

우리 경제, 우리 물류 산업이 ‘트렌드 세터’로 글로벌 물류의 주인공이 되려면, 물류의 ‘자동화, 무인화, 지능화’와 ‘탄력적 물류 네트워크 구축’, ‘클라우드 소싱’의 세 가지 역량을 동시에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물류 기업, 화주 기업, ICT 기업, 정부, 지자체, 대학 등의 협력의 어느 때보다 필요한 2022년이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과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놓여있다. 기회는 위험과 같이 온다. 세계 경제 위기가 가중될수록 위험도 증가하지만 그만큼 기회도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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